요즈음 ICT 혹은 미디어 업계에서 가장 유행하는 용어 중에 하나가 `생태계(ecology)'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 용어는 생물학이나 지리학 같은 분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그렇지만 ICT나 미디어와 같은 경제ㆍ사회 영역에 접목되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경쟁과 자율을 강조해온 영역에서 생태계라는 말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영역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크게는 2000년대 들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글로벌 자본주의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ICT생태계, 미디어생태계'라는 용어는 어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공존ㆍ공생ㆍ공유'와 같이 `모두가 더불어 살자'는 반경쟁적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본주의 4.0'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같이 다분히 시장과 거리가 먼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ICT나 미디어영역이 지나친 경쟁과 양극화로 인해 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방송은 1980년 형성된 독과점구조 이후 누려왔던 황금기를 지나 시장자체가 정체 혹은 축소되고 있는 하강기에 들어서고 있다. 통신사업 역시 이동통신서비스 이후 20년 가까운 호시절이 마감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영역의 시장위기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방송과 통신 모두 후발 경쟁사업자들 등장 이후에 시장의 파이는 별로 늘지 않고 가입자 경쟁만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사업자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보다 이미 있는 샘물을 나누어먹는데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 도입 때마다 후발 사업자들의 무임승차와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간에 갈등만 증폭시켜왔던 것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방송시장에서의 샘물은 경쟁력있는 콘텐츠 즉, 지상파방송프로그램이다. 이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멀리 1993년 지역민방 출범에서 케이블TVㆍ위성방송ㆍDMBㆍIPTV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못찾고 드디어 최근에는 파국 양상에까지 이르렀다. 이 와중에 `콘텐츠 산업활성화' `시청자 선택권'과 같은 알량한 구호들은 간데 없고 모두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우울한 미디어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그 동안 이런 이전투구를 먼산 불구경 하듯 했던 통신사업자들에게도 같은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몇 년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MVNO 문제를 거쳐, 최근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이라는 mVoIP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음성전화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보이스톡의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기존에 네트워크를 운영해오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위기의식과 반발은 충분히 예측되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신규 이동전화서비스들이 모두 기존의 네트워크를 저가 혹은 무료로 이용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바로 방송시장에서 벌어졌던 지상파방송재전송 갈등이 통신시장에서는 네트워크를 놓고 재연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만약 mVoIP사업자들이 지금처럼 기존 네트워크를 저가로 이용하게 될 경우, 방송에서 벌어졌던 서비스경쟁이 아닌 저가 가입자 확보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의 Eli Noam교수는 지금 같은 추세로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등장한다면,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네트워크간 경쟁이 아닌 네트워크 내 플랫폼 경쟁양상'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더 향상된 속도와 용량을 필요로 하는 신규 서비스들에 부합되는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유지하는 비용은 크게 늘어 향후 네트워크산업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치 야구장은 안 늘리고 프로야구팀만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처해야할 망중립성 정책이나 이동전화요금 정책들은 답보상태이거나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합리성이 실종된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지상파방송재전송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싸움이 통신영역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ICT든 미디어든, 생태계란 용어는 전체 파이는 커지지 않고 나누어먹으려는 사람만 늘어나게 되면 그저 하기 좋은 말에 그칠 수 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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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과 자율을 강조해온 영역에서 생태계라는 말이 각광받고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이 영역의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크게는 2000년대 들어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글로벌 자본주의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반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ICT생태계, 미디어생태계'라는 용어는 어원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공존ㆍ공생ㆍ공유'와 같이 `모두가 더불어 살자'는 반경쟁적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본주의 4.0'과 그 맥락을 같이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이같이 다분히 시장과 거리가 먼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지금의 ICT나 미디어영역이 지나친 경쟁과 양극화로 인해 생태계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실제로 방송은 1980년 형성된 독과점구조 이후 누려왔던 황금기를 지나 시장자체가 정체 혹은 축소되고 있는 하강기에 들어서고 있다. 통신사업 역시 이동통신서비스 이후 20년 가까운 호시절이 마감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 두 영역의 시장위기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방송과 통신 모두 후발 경쟁사업자들 등장 이후에 시장의 파이는 별로 늘지 않고 가입자 경쟁만 가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신규 사업자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내기 보다 이미 있는 샘물을 나누어먹는데 더 치중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 도입 때마다 후발 사업자들의 무임승차와 기존 사업자들의 기득권간에 갈등만 증폭시켜왔던 것이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방송시장에서의 샘물은 경쟁력있는 콘텐츠 즉, 지상파방송프로그램이다. 이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멀리 1993년 지역민방 출범에서 케이블TVㆍ위성방송ㆍDMBㆍIPTV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해결책을 못찾고 드디어 최근에는 파국 양상에까지 이르렀다. 이 와중에 `콘텐츠 산업활성화' `시청자 선택권'과 같은 알량한 구호들은 간데 없고 모두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우울한 미디어시장을 만들어 놓았다.
그 동안 이런 이전투구를 먼산 불구경 하듯 했던 통신사업자들에게도 같은 문제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몇 년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MVNO 문제를 거쳐, 최근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이라는 mVoIP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음성전화서비스를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보이스톡의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기존에 네트워크를 운영해오던 이동통신사업자들의 위기의식과 반발은 충분히 예측되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신규 이동전화서비스들이 모두 기존의 네트워크를 저가 혹은 무료로 이용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바로 방송시장에서 벌어졌던 지상파방송재전송 갈등이 통신시장에서는 네트워크를 놓고 재연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만약 mVoIP사업자들이 지금처럼 기존 네트워크를 저가로 이용하게 될 경우, 방송에서 벌어졌던 서비스경쟁이 아닌 저가 가입자 확보경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
미국의 Eli Noam교수는 지금 같은 추세로 새로운 통신서비스들이 등장한다면, 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은 `네트워크간 경쟁이 아닌 네트워크 내 플랫폼 경쟁양상'으로 변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더 향상된 속도와 용량을 필요로 하는 신규 서비스들에 부합되는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유지하는 비용은 크게 늘어 향후 네트워크산업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마치 야구장은 안 늘리고 프로야구팀만 늘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처해야할 망중립성 정책이나 이동전화요금 정책들은 답보상태이거나 정치권 눈치를 보느라 합리성이 실종된 듯한 느낌이다. 어쩌면 지상파방송재전송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싸움이 통신영역에서 벌어질 수도 있다. 결국 ICT든 미디어든, 생태계란 용어는 전체 파이는 커지지 않고 나누어먹으려는 사람만 늘어나게 되면 그저 하기 좋은 말에 그칠 수 있다.
황근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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