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월터 아이작슨이 쓴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참으로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이야기였다. 친부모들에게 버림을 받은 후 입양을 당하고 양부모들의 극진한 보살핌에 힘입어 자라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서글프기도 하다. 또한 제품 개발 단계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지나친 독설을 퍼붓는 등 문제 있는 성격이 오직 제품의 우수성을 추구하는 집착과 어울려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흥미진진하다. 한편 스티브 잡스가 IT 산업에서 성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성공을 거두는 역경을 거치며 고집하는 제품 개발에 관한 철학은 제품 개발 체계에 대한 커다란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스티브 잡스는 잘 알려진 대로 소위 폐쇄적인 제품 개발 체계를 주장하였다. 즉 애플사의 제품들은 전후방으로 타 회사 제품들과 호환성을 갖고 있지 않고 또한 수평적으로도 클론 제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PC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애플이 먼저 제품을 내놓고도 IBM 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스티브 잡스 자신도 애플사에서 쫓겨나는 원인이 되었다.
폐쇄적인 제품 개발 체계를 단순히 한 제품과 관련된 모든 이윤을 독식하기 위한 시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최초의 애플 컴퓨터 개발 때부터 동료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대립을 하면서 폐쇄성을 주장하였다. 그가 폐쇄성을 주장한 이유는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면을 통제하여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비 경험을 주기 위함이었다. 만일 개방적인 제품 체계를 허용할 경우 통제되지 않는 제멋대로의 제품들이 생겨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그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과신한 결과라는 주장도 들린다. 스티브 잡스는 일반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무시하기로도 유명하다. 소비자들은 그저 그가 만들어 주는 제품을 받아서 사용하기만 된다는 다소 오만한 생각이 폐쇄성의 뒤에 숨어있다는 이야기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사의 제품들은 보다 일관성 있는 기능과 조작 체계 등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것도 사실이다.
애플이 PC를 먼저 개발하고서도 IBM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과정은 제품의 폐쇄성과 개방성간의 장ㆍ단점을 잘 설명하여 준다. PC시장에서 후발 주자였던 IBM은 자신의 제품과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다른 회사들이 제조하는 것을 허용하고 여기에 MS가 개발한 윈도가 애플과 필적할 만한 사용자 환경을 만들어 주자 많은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IBM PC시장이 급속히 발전한다. 이에 비해 애플은 계속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하여 제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과 호환성의 부재로 인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에도 애플은 폐쇄성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애플은 음악, 이동전화, 그리고 태블릿 등 소비자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함으로써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그렇게 고집하던 폐쇄성을 부분적으로 양보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외부 개발자들을 위해 앱시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애플제품의 앱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데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제품의 폐쇄성과 개방성은 일장일단이 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히 폐쇄성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품이 어느 정도 성숙해지면 폐쇄성은 약보다는 독이 되기 쉽다. 이 단계에서는 천재적인 개발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그의 공을 나누어 갖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결국 시장경제에서도 자신만을 고집하는 것은 길게 보아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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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는 잘 알려진 대로 소위 폐쇄적인 제품 개발 체계를 주장하였다. 즉 애플사의 제품들은 전후방으로 타 회사 제품들과 호환성을 갖고 있지 않고 또한 수평적으로도 클론 제품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는 PC 발전의 초기 단계에서 애플이 먼저 제품을 내놓고도 IBM 에게 시장을 빼앗기고 스티브 잡스 자신도 애플사에서 쫓겨나는 원인이 되었다.
폐쇄적인 제품 개발 체계를 단순히 한 제품과 관련된 모든 이윤을 독식하기 위한 시도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최초의 애플 컴퓨터 개발 때부터 동료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대립을 하면서 폐쇄성을 주장하였다. 그가 폐쇄성을 주장한 이유는 자신이 생산하는 제품과 관련된 모든 면을 통제하여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좋은 소비 경험을 주기 위함이었다. 만일 개방적인 제품 체계를 허용할 경우 통제되지 않는 제멋대로의 제품들이 생겨나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소비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스티브 잡스의 생각은 그가 개인적으로 자신의 천재성을 과신한 결과라는 주장도 들린다. 스티브 잡스는 일반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바를 무시하기로도 유명하다. 소비자들은 그저 그가 만들어 주는 제품을 받아서 사용하기만 된다는 다소 오만한 생각이 폐쇄성의 뒤에 숨어있다는 이야기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애플사의 제품들은 보다 일관성 있는 기능과 조작 체계 등을 가지고 있어 소비자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것도 사실이다.
애플이 PC를 먼저 개발하고서도 IBM에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기는 과정은 제품의 폐쇄성과 개방성간의 장ㆍ단점을 잘 설명하여 준다. PC시장에서 후발 주자였던 IBM은 자신의 제품과 비슷한 사양의 제품을 다른 회사들이 제조하는 것을 허용하고 여기에 MS가 개발한 윈도가 애플과 필적할 만한 사용자 환경을 만들어 주자 많은 개발자들이 달려들어 IBM PC시장이 급속히 발전한다. 이에 비해 애플은 계속 자신만의 세계를 고집하여 제품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과 호환성의 부재로 인해 시장에서 밀려나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 복귀한 후에도 애플은 폐쇄성을 버리지 않았다. 대신 애플은 음악, 이동전화, 그리고 태블릿 등 소비자들이 아주 좋아할 만한 기능을 가진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함으로써 성공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스티브 잡스는 자신이 그렇게 고집하던 폐쇄성을 부분적으로 양보하게 되는데 이는 바로 외부 개발자들을 위해 앱시장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지금 애플제품의 앱시장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진영으로부터의 공격을 막는데 가장 큰 무기가 되고 있다.
제품의 폐쇄성과 개방성은 일장일단이 있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천재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히 폐쇄성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제품이 어느 정도 성숙해지면 폐쇄성은 약보다는 독이 되기 쉽다. 이 단계에서는 천재적인 개발자들도 다른 사람들과 그의 공을 나누어 갖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결국 시장경제에서도 자신만을 고집하는 것은 길게 보아 현명한 생각이 아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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