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생물서 항암ㆍ항생ㆍ치매치료 물질 뽑는다
방선균ㆍ연산호ㆍ이끼벌레 등 이용
`해파리독`은 발기부전 치료 효과
개발가능성 무한…임상실험 활발
인류는 많은 의약품을 나무나 식물, 미생물 등에서 얻어서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항균물질을 정제해 만든 것들입니다.
최근에는 육상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의약품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바다생물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찾으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80%가 바다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제대로 연구돼 있지 않아 개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말 그대로 신약 개발의 보물창고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2005년 판매가 시작돼 6개월만에 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진통제 `프리알트'는 열대지역의 바다에 사는 청자고둥의 독소를 원료로 만들었습니다. 또 바다에서 무리지어 사는 군체멍게에서 분리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 `욘델리스'는 희귀 의약품으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바다생물에서 분리한 수많은 물질들이 의약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 임상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방선균에서 항암물질 발견=미국 샌디에이고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페니컬 교수는 세계 여러 곳의 심해에서 해양 퇴적토를 채집해 해양방선균을 분리했습니다. 방선균은 세균과 곰팡이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미생물로, 주로 흙 속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육상방선균에서 개발됐습니다. 페니컬 교수가 분리한 해양방선균 중 살리니스포라 트로피카는 강력한 프로테아좀 억제제를 갖고 있는데, 이 물질은 분리된 지 5년만에 현재 항암제로 개발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로테아좀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게 해주는 효소의 일종으로, 프로테아좀 활동이 억제되면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자살하게 됩니다.
◇바다에서 찾은 항생제=항생제 과다사용으로 최근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내성균들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의한 감염으로 2005년 미국에서만 약 1만9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 켄트대학의 불 교수와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일본 심해 289미터에서 채집한 퇴적토에서 분리한 해양방선균인 베루코시스코라 마리스가 만들어내는 물질이 MRSA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해양생명공학 전문회사인 아쿠아팜의 연구팀도 심해미생물에서 MRSA에 효과가 뛰어난 항생물질을 여러 가지 분리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연구팀도 동해의 바닷물이나 남해의 해양 퇴적토에서 분리한 해양미생물로부터 MRSA를 죽이는 강력한 새로운 물질을 분리해냈습니다.
◇바다에서 얻는 말라리아 치료제=말라리아는 매년 세계적으로 3억∼5억명이 감염돼 그 중 300만명이 죽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단세포로 된 가장 원시적인 원생동물인 기생충 플라스모디움이라는 원충에 감염된 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에 옮겨 발병합니다.
그런데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해양미생물에서 분리됐습니다. 일본 히가 교수는 오키나와에서 채집한 할리클로나라는 해면동물에서 맨자민A라는 물질을 분리했습니다. 이 물질은 해면동물과 공생하는 해양미생물이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히가 교수와 공동연구를 한 미 메릴랜드대학 힐 교수는 맨자민A를 만드는 해양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효과가 뛰어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물질은 결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생미생물이 만드는 소염진통제와 항암제=해면동물, 연산호 등 바다생물의 공생미생물들은 다양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합니다. 일반 산호와 달리 부드럽고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는 산호인 연산호에서 분리한 물질인 슈돕테로신은 염증을 없애주는 소염작용과, 통증을 가라앉혀 주는 진통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존 소염진통제와 작용원리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물질은 소염진통제, 상처치유제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실험 중입니다.
브라이오스타틴은 바다의 이끼벌레인 버귤라 네리티나에서 분리한 강력한 항암제입니다. 암의 성장이나 전이, 암세포가 유도하는 새로운 혈관 생성 등을 강력하게 막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특히 치매 치료제로도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해파리 독도 약으로=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해파리의 독도 약이 됩니다. 호주에서 발견되는 이루칸지해파리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습니다. 해파리에 쏘이면 약 5∼30분 후에 심한 통증과 마비, 혈압상승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 제임스쿡대학 연구원들은 이 독소 성분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부터 항균 및 보습효과가 있는 뮤신이라는 단백질을 대량 추출해 화장품 원료 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참고=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한국해양연구원)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사진 상단)암 치료물질을 만들어내는 군체멍게. 이 생물에서 분리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 `욘델리스`는 희귀 의약품으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 (사진 하단)진통제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내놓는 청자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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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파리독`은 발기부전 치료 효과
개발가능성 무한…임상실험 활발
인류는 많은 의약품을 나무나 식물, 미생물 등에서 얻어서 이용해 왔습니다. 특히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미생물이 만들어 내는 항균물질을 정제해 만든 것들입니다.
최근에는 육상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의약품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바다생물에서 새로운 의약품을 찾으려는 노력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지구에 살고 있는 생물의 80%가 바다에 살고 있는데, 대부분이 제대로 연구돼 있지 않아 개발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바다는 말 그대로 신약 개발의 보물창고인 셈입니다.
예를 들어 2005년 판매가 시작돼 6개월만에 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해 화제를 모은 진통제 `프리알트'는 열대지역의 바다에 사는 청자고둥의 독소를 원료로 만들었습니다. 또 바다에서 무리지어 사는 군체멍게에서 분리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 `욘델리스'는 희귀 의약품으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밖에 바다생물에서 분리한 수많은 물질들이 의약품으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 임상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방선균에서 항암물질 발견=미국 샌디에이고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페니컬 교수는 세계 여러 곳의 심해에서 해양 퇴적토를 채집해 해양방선균을 분리했습니다. 방선균은 세균과 곰팡이의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미생물로, 주로 흙 속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는 대부분의 항생제는 육상방선균에서 개발됐습니다. 페니컬 교수가 분리한 해양방선균 중 살리니스포라 트로피카는 강력한 프로테아좀 억제제를 갖고 있는데, 이 물질은 분리된 지 5년만에 현재 항암제로 개발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프로테아좀은 세포 내에서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게 해주는 효소의 일종으로, 프로테아좀 활동이 억제되면 암세포가 성장하지 못하고 자살하게 됩니다.
◇바다에서 찾은 항생제=항생제 과다사용으로 최근 항생제에 저항성을 가진 내성균들이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항생제 내성균인 메티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MRSA)에 의한 감염으로 2005년 미국에서만 약 1만9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영국 켄트대학의 불 교수와 뉴캐슬대학 연구팀은 일본 심해 289미터에서 채집한 퇴적토에서 분리한 해양방선균인 베루코시스코라 마리스가 만들어내는 물질이 MRSA를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해양생명공학 전문회사인 아쿠아팜의 연구팀도 심해미생물에서 MRSA에 효과가 뛰어난 항생물질을 여러 가지 분리했습니다. 한국해양연구원 연구팀도 동해의 바닷물이나 남해의 해양 퇴적토에서 분리한 해양미생물로부터 MRSA를 죽이는 강력한 새로운 물질을 분리해냈습니다.
◇바다에서 얻는 말라리아 치료제=말라리아는 매년 세계적으로 3억∼5억명이 감염돼 그 중 300만명이 죽는 무서운 질병입니다. 단세포로 된 가장 원시적인 원생동물인 기생충 플라스모디움이라는 원충에 감염된 말라리아 모기가 사람에 옮겨 발병합니다.
그런데 말라리아를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물질이 해양미생물에서 분리됐습니다. 일본 히가 교수는 오키나와에서 채집한 할리클로나라는 해면동물에서 맨자민A라는 물질을 분리했습니다. 이 물질은 해면동물과 공생하는 해양미생물이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히가 교수와 공동연구를 한 미 메릴랜드대학 힐 교수는 맨자민A를 만드는 해양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효과가 뛰어난 말라리아 치료제를 값싸게 공급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이 물질은 결핵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공생미생물이 만드는 소염진통제와 항암제=해면동물, 연산호 등 바다생물의 공생미생물들은 다양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합니다. 일반 산호와 달리 부드럽고 유연한 구조를 갖고 있는 산호인 연산호에서 분리한 물질인 슈돕테로신은 염증을 없애주는 소염작용과, 통증을 가라앉혀 주는 진통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기존 소염진통제와 작용원리도 다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물질은 소염진통제, 상처치유제 등으로 개발하기 위해 임상실험 중입니다.
브라이오스타틴은 바다의 이끼벌레인 버귤라 네리티나에서 분리한 강력한 항암제입니다. 암의 성장이나 전이, 암세포가 유도하는 새로운 혈관 생성 등을 강력하게 막는 물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 물질은 특히 치매 치료제로도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해파리 독도 약으로=바다의 해적으로 불리는 해파리의 독도 약이 됩니다. 호주에서 발견되는 이루칸지해파리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독을 갖고 있습니다. 해파리에 쏘이면 약 5∼30분 후에 심한 통증과 마비, 혈압상승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남성의 경우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주 제임스쿡대학 연구원들은 이 독소 성분을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는 노무라입깃해파리로부터 항균 및 보습효과가 있는 뮤신이라는 단백질을 대량 추출해 화장품 원료 등으로 이용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자료참고=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한국해양연구원)
안경애기자 naturean@
◇ 사진설명 : (사진 상단)암 치료물질을 만들어내는 군체멍게. 이 생물에서 분리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 `욘델리스`는 희귀 의약품으로 등록돼 판매되고 있다. (사진 하단)진통제의 원료가 되는 물질을 내놓는 청자고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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