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영역에 도전한 연구물, 미래를 앞당긴다"

"극한 영역에 도전한 연구물, 미래를 앞당긴다"
안경애 기자   naturean@dt.co.kr |   입력: 2011-11-30 20:17
국과위, 국가R&D사업 우수 연구성과 100개 선정
파푸아뉴기니 심해서 찾은 '수소에너지원' 등 눈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위원장 김도연)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이준승)이 2010년 이뤄진 국가R&D사업 중 가장 우수한 연구성과 100개를 선정, `2011 국가연구개발(R&D) 우수성과 100'을 선정했다. 선정 기술 면면을 들여다보면 과학자들이 사람의 손과 눈길이 닿기 힘든 극한의 영역에 도전해 먼 미래를 더 가까운 내일로 앞당겼음을 알 수 있다.

세균, 플라스틱, 신경세포, 이산화탄소, 바이오칩….

집중하는 대상은 서로 다르지만 한가지 연구주제에 매달린 끝에 과학자들은 세계를 놀라게 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기술영역간 칸막이를 과감히 허물고 가능할 법하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고, 실패할 뻔한 실험을 되살리는 끈기와 열정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 이들 과학자는 공통적으로 말한다.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다 보니 길이 열렸다."

이준승 KISTEP 원장은 "나노와 바이오, 바이오와 에너지, 정보기술과 기계 등 기술간 장벽을 뛰어넘은 융합연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만한 연구성과로 이어졌다"며 "국내 연구수준이 업그레이드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바닷속에서 `수소에너지원' 찾다=일부 미생물은 100℃ 이상의 고온과 높은 압력, 화산분화구, 심지어 우주공간에 이르기까지 생명체가 살기 힘든 극한환경에서도 살아간다. 이런 생명력 덕분에 산소가 희박했던 초기 지구에도 살아남아 현재의 지구환경을 만들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균 박사는 2002년 해양탐사선 온누리호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 심해의 심해열수구에서 건져 올린 고세균에서 수소 생산의 해답을 찾았다. 이 고세균(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은 일산화탄소, 전분, 개미산 등을 먹고 자라면서 8개에 이르는 수소화효소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강 박사는 독가스인 일산화탄소를 다루고, 80℃의 높은 온도와 산소가 없는 혐기 상태를 유지하는 극한실험 조건을 만족시키며 세계 정상의 바이오수소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20리터 규모 고온혐기 생물반응기를 설계ㆍ구축한 것. 개미산을 이용한 수소생산과 생장은 기존의 상식을 깨는 새로운 생명현상으로,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소개됐다.

강 박사는 "산업단지, 제철소 등 일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곳에 바이오수소 생산시설을 설치하면 일산화탄소 배출은 줄이면서 수소를 얻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리의 아성에 도전하는 강한 플라스틱=KAIST 배병수 교수(신소재공학과)는 유리 같은 무기재료와 플라스틱 등 유기재료의 장점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소재 연구에 일생을 바쳐온 연구자다. 이들 소재는 유리와 플라스틱의 단점을 모두 극복할 수 있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광소자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특히 일반 플라스틱 필름이 유리에 비해 열팽창이 커서 기판 위에 디스플레이나 태양전지를 만들기 힘든 점을 극복한 연구성과를 지난해 10월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기술의 핵심은 플라스틱 속에 유리섬유직물을 숨겨넣는 것. 플라스틱에 유리섬유직물을 넣으면 기판이 불투명해지는 문제를 없애기 위해 유리섬유직물과 굴절률이 똑같은 특수한 수지를 제작했다. 이를 유리섬유직물에 녹여 투명한 플라스틱 필름 기판을 만들었다. 또 이를 이용해 플렉시블 산화물 박막 트랜지스터(TFT)와 박막 태양전지도 제작했다.

배 교수는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리 위에 소자를 제작하는 기존 공정기술로도 플렉시블 소자를 만들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며 "모바일기기 등에 사용되는 강화유리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잡고 수소는 만들고=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온실가스센터 백일현 박사팀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는 잡아내고 수소는 만들어내는 특별한 분리막을 개발했다.

높은 온도에서 석탄에 산소ㆍ수소를 반응시켜 합성가스를 추출한 후 이를 연료로 전력을 생산하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설비에 이 분리막을 적용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 합성가스를 이산화탄소와 수소로 전환하고, 수소를 분리하면서 이산화탄소는 포집할 수 있다. 수소는 저장해 연료전지 발전이나 수송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20∼3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기존 상용 분리막보다 크게 얇은 3∼4㎛ 두께의 초박막 분리막을 만들고, 30기압 이상 견딜 수 있는 고압 분리막 모듈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이용해 기존 분리막보다 합성가스 처리량을 7배 늘리고, 이산화탄소 포집률은 크게 높였다. 시간당 1000리터의 탄화수소를 처리할 수 있는 파일럿설비도 말들었다. 백일현 박사는 "화석연료로부터 대량의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화석연료 경제에서 수소경제 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만들었다"고 연구의의를 설명했다.

◇피 한 방울로 질병 진단=서울대 권성훈 교수(전기ㆍ컴퓨터공학부)는 머리카락 두께보다 가는 지능형 미세입자를 이용해 바이오칩을 구현, 피 한 방울로 모든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권 교수팀이 개발한 미세입자는 약물을 흡수시켜 세포와 같은 생체물질과 반응을 하는 고분자 영역, 이 입자가 어떤 약물을 갖고 있는지 알려주는 코드 영역, 생체분자와의 반응속도를 향상시켜 주는 자성입자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입자를 이용하면 수백가지의 다양한 코드를 가진 먼지 만한 미세입자를 마이크칩에 뿌리고 생체분자와 반응시킴으로써 한번의 반응으로 수백가지 물질과의 반응결과를 알아볼 수 있는 바이오칩을 구현할 수 있다. 연구팀은 특히 한가지 물질로 다양한 색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했다. 아울러 미세입자를 바이오칩 내에서 회전시킴으로써 반응시간을 10배 가량 단축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 권 교수는 "암과 같은 질병진단, 개인 맞춤 유전자 분석, 줄기세포 연구, 신약 개발 등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포간 통신 관찰하는 `창' 열다=KAIST 윤태영 교수(물리학과)는 생명체의 세포에 들어있는 생체막 단백질의 기능을 단분자 또는 수개 분자 수준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단소포체 형광기법'을 개발했다. 또한 생체 밖에서 각각의 생체막 융합을 관찰하기 위해 녹색과 적색 형광염료를 포함한 인공소포체를 만들고 그 안에 단백질을 꽂아 넣는 `표면고정 인공생체막 시스템'을 구현했다.

이들 기술은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 생체막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가장 잘 재현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생체막 단백질인 `시냅토태그민1'이 신경세포 통신을 능동적으로 제어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밝혀내 지난해 5월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윤 교수는 "미래 약물전달시스템 산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신약개발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

◆사진설명 : 30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2011 국가R&D 우수성과 100? 인증서 수여식에서 KAIST 배병수 교수, 한국해양연구원 강성균 박사, 이준승 KISTEP 원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백일현 박사, 서울대 권성훈 교수, KAIST 윤태영 교수(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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