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계 발칵 뒤집은 `빛보다 빠른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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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23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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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실험에서 빛보다 빠른 입자의 운동이 관측돼 물리학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라이브사이언스와 BBC 등이 보도했다.

지난 3년간 스위스 제네바의 실험실에서 732㎞ 떨어진 이탈리아 그란 사소의 실험실까지 땅속으로 중성미자(뉴트리노)를 보내는 실험을 해 온 과학자들은 뉴트리노들이 빛의 속도보다 60나노초(0.00000006초)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중성미자는 표준모형에서 경입자(輕粒子)에 속하는 소립자의 하나로 질량이 사실상 제로이며 일반 원자와 상호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땅속을 진공상태처럼 통과한 다.

OPERA(Oscillation Project with Emulsion-tRacking Apparatus) 로 불리는 이 실험에서 연구진은 GPS와 원자시계로 뉴트리노의 속도를 측정했으며 1만5천개의 뉴트리노를 분석해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수치를 얻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에 매우 놀라 온갖 방법으로 오류를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했다면서 이런 발견이 가져올 파장을 고려해 23일(현지시간) 논문 초고 온라인 등록 사이트 ArXiv.org에 발표해 다른 학자들의 비판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OPERA 실험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페르미가속기연구소(페르미랩)의 로버트 플런킷은 "이것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실로 엄청난 일대 혁명이 될 것"이라면서 "바로 그때문에 이런 주장은 매우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며 되도록 많은 방법으로 검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퍼드대 선형가속기센터(SLAC)의 이론물리학자 마이클 페스킨은 "빛의 속도 는 지금까지 절대적인 속도의 한계로 생각돼 왔다. 입자물리학의 모든 연구가 토대로 삼는 양자장 이론에 따르면 어떤 신호도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진공상태를 통과할 수는 없다. 이는 불가침의 원리"라고 지적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은 이런 속도의 한계, 즉 어떤 것도 초당 2억9979만2천458m보다 빨리 움직일 수 없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이런 물리학 법칙이 바뀐다면 시간여행의 가능성을 비롯한 광범위한 의미가 갖게 된다.

CERN 과학자들의 발견은 기존 가설뿐 아니라 다른 측정치와도 어긋난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초신성 SN1987A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유명한 슈퍼 카미오칸데 II 실험에서는 지구로부터 16만8천광년 떨어진 이 초신성으로부터 출발한 빛과 뉴트리노가 시차를 두고 지구에 도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트리노는 광속보다 1억분의 1 빠르게 도착했다.

그러나 OPERA 실험에서는 뉴트리노와 빛의 속도 차이가 10만분의 2로 나타났다.

이는 SN1987A 실험 결과보다 2천 배나 빠른 것이다.

이에 대해 펜스테이트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데릭 폭스는 "OPERA의 실험결과가 틀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어쩌면 끈이론 같은 이론적인 해결책이 두 실험 결과의 차이를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페르미랩이 진행 중인 유사한 MINOS 실험을 통해 자신들의 실험이 입증되거나 반박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CERN은 23일 공개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세미나는 http://webcast.cern.ch를 통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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