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형 컨베이어벨트ㆍ저장돔 등 첨단시설 '눈길'
현대기아차에 30% 공급…그룹간 긴밀협조 강점
현대기아차에 30% 공급…그룹간 긴밀협조 강점
■ 르포 - 현대제철을 가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충청남도 당진의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1964년 설립된 인천제철을 모태로 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철강업체로, 자동차용 강판을 비롯해 고층건물, 교량 등 건설과 산업용 철을 생산하고 있다.
제철소 안에 들어서자 머리 위로 철광석 원료를 고로로 운반하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길게 늘어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총 길이가 35km에 달하는 이 컨베이어벨트는 밀폐형으로 설계돼 원료에 불순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강판 순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을 가진 제철소는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이 컨베이어벨트는 야구장 크기 만한 120미터 길이의 철광석 저장돔부터 고로까지 연결돼 있다. 높이 60미터 돔은 철광석 원료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고, 바람에 날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도 방지해준다. 철광석 원료는 품질에 따라 분류를 한 뒤 쇳물로 만드는 고로로 이동된다.
고열에서 철을 주조하는 과정을 거치면, 가열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을 가공하는 냉간압연 과정을 거친다. 이 부분은 현대하이스코가 맡고 있으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강판이 생산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철소가 단순히 대량의 철을 생산하는 공장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이 안에는 첨단 과학과 순도 높은 철을 생산하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있다"라며 "밀폐형 컨베이어벨트, 저장돔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동종업계 54% 수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친환경성 뿐 아니라 철의 품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업무 혁신을 통해 높은 효율을 이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1기와 2기 두 개의 고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 9월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3기 고로를 건설 중이다. 3기 고로가 가동되면 연산 1200만톤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재 현대제철은 1고로와 2고로에서는 쇳물로 차량에 적용되는 고급장판을 비롯해 강도와 재질 등에 따라 총 225가지에 달하는 강판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 강판 경우 현대기아차 그룹 3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 경우 다른 강판에 비해 높은 품질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철소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 현대제철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다른 제철소에서 10년이 걸려야 해낼 수 있는 일을 1년 반만에 해냈다. 특히 제철 부문에서 중요한 안정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돼, 이 부문을 다른 제철소에서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냉간압연을 하는 현대하이스코와 수요처인 현대기아차 그룹과의 빠른 업무 프로세스를 거쳐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강판 개발은 기존 시장에 있는 상품을 벤치마킹해 제조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시범생산과 샘플 강판의 공급, 이 샘플 강판을 신차에 적용했을 때에 맞춰 상품성 평가를 한다. 이후 부품 성형성 평가와 양산 품질을 평가 한 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강판 양산에 대한 승인이 내려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은 산업용이나 제품용 강판을 통틀어 가장 높은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다고 했을 때, 동종 업계에서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자재관리, 생산 과정을 기반으로 빠른 의사소통을 통해 높은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었고, 다른 제철소에서 우리를 벤치마킹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을 위한 연구는 자체 품질기준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해외 주요 자동차 업체 신차가 출시되면 모두 분해해 어떤 부분에 어떤 강판이 사용했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도요타 캠리를 비롯해 14개 차종을 완전히 분해한 뒤 차체를 살펴봐 경량화와 원가절감 방안 등을 신제품 개발에 참고했다. 올해는 BMW 528, 도요타 시에나 등을 분해해 경쟁성을 분석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들은 미래차에 탑재되는 신소재 개발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량화를 통해 연비와 성능을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체들 경우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자동차에 신소재 적용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현대제철에서도 이 부문 대응을 연구하고 있다.
제철업계는 자동차 강판은 얇게 만들면서, 강성은 높아져야 하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현대제철은 서로 다른 재질과 두께의 판재를 자동차 부품에 맞는 형태로 재단 한 뒤 레이저 용접을 통해 하나로 붙이는 공정, 강판을 900도 이상으로 가열한 후 성형 및 급랭을 통해 초고강도로 만드는 핫스탬핑 기술 등을 통해 경량화와 강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신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강판은 해외업체들을 추격하는 모양새였으나, 최근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현대차에 적용되는 고장력강이 세계 톱 수준이 될 것"이라며 "현대제철은 58년 간 제철 역사, 그룹사간의 긴밀한 협조관계, 업계 최고 수준의 선행연구와 혁신적인 업무 도입을 통해 자동차 강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형근 기자 bass007@
▶이형근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bas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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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동차로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충청남도 당진의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1964년 설립된 인천제철을 모태로 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의 철강업체로, 자동차용 강판을 비롯해 고층건물, 교량 등 건설과 산업용 철을 생산하고 있다.
제철소 안에 들어서자 머리 위로 철광석 원료를 고로로 운반하는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길게 늘어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총 길이가 35km에 달하는 이 컨베이어벨트는 밀폐형으로 설계돼 원료에 불순물이 들어가는 것을 막고, 강판 순도를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세계적으로 이런 시설을 가진 제철소는 현대제철이 유일하다.
이 컨베이어벨트는 야구장 크기 만한 120미터 길이의 철광석 저장돔부터 고로까지 연결돼 있다. 높이 60미터 돔은 철광석 원료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고, 바람에 날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것도 방지해준다. 철광석 원료는 품질에 따라 분류를 한 뒤 쇳물로 만드는 고로로 이동된다.
고열에서 철을 주조하는 과정을 거치면, 가열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을 가공하는 냉간압연 과정을 거친다. 이 부분은 현대하이스코가 맡고 있으며 일련의 과정을 거쳐 고품질의 강판이 생산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철소가 단순히 대량의 철을 생산하는 공장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실제 이 안에는 첨단 과학과 순도 높은 철을 생산하기 위한 엔지니어들의 땀과 노력이 들어있다"라며 "밀폐형 컨베이어벨트, 저장돔 등을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동종업계 54% 수준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친환경성 뿐 아니라 철의 품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업무 혁신을 통해 높은 효율을 이룩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1기와 2기 두 개의 고로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 9월에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3기 고로를 건설 중이다. 3기 고로가 가동되면 연산 1200만톤 체제를 갖추게 된다.
현재 현대제철은 1고로와 2고로에서는 쇳물로 차량에 적용되는 고급장판을 비롯해 강도와 재질 등에 따라 총 225가지에 달하는 강판을 만들고 있다. 자동차 강판 경우 현대기아차 그룹 30% 가량을 공급하고 있다.
자동차 강판 경우 다른 강판에 비해 높은 품질 기준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철소 품질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데, 이 부문에서 현대제철이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다른 제철소에서 10년이 걸려야 해낼 수 있는 일을 1년 반만에 해냈다. 특히 제철 부문에서 중요한 안정화 작업이 빠르게 진행돼, 이 부문을 다른 제철소에서 주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 부문에서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냉간압연을 하는 현대하이스코와 수요처인 현대기아차 그룹과의 빠른 업무 프로세스를 거쳐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강판 개발은 기존 시장에 있는 상품을 벤치마킹해 제조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고, 시범생산과 샘플 강판의 공급, 이 샘플 강판을 신차에 적용했을 때에 맞춰 상품성 평가를 한다. 이후 부품 성형성 평가와 양산 품질을 평가 한 뒤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강판 양산에 대한 승인이 내려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은 산업용이나 제품용 강판을 통틀어 가장 높은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처음 현대제철이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다고 했을 때, 동종 업계에서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혁신적인 자재관리, 생산 과정을 기반으로 빠른 의사소통을 통해 높은 품질기준을 만족하는 자동차 강판을 생산할 수 있었고, 다른 제철소에서 우리를 벤치마킹 할 정도"라고 말했다.
자동차 강판을 위한 연구는 자체 품질기준 만족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제철은 해외 주요 자동차 업체 신차가 출시되면 모두 분해해 어떤 부분에 어떤 강판이 사용했는지 철저히 따져보고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도요타 캠리를 비롯해 14개 차종을 완전히 분해한 뒤 차체를 살펴봐 경량화와 원가절감 방안 등을 신제품 개발에 참고했다. 올해는 BMW 528, 도요타 시에나 등을 분해해 경쟁성을 분석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자동차 강판을 생산하는 제철소들은 미래차에 탑재되는 신소재 개발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량화를 통해 연비와 성능을 높이고,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자동차 업체들 경우 알루미늄과 탄소섬유 등 자동차에 신소재 적용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현대제철에서도 이 부문 대응을 연구하고 있다.
제철업계는 자동차 강판은 얇게 만들면서, 강성은 높아져야 하는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 현대제철은 서로 다른 재질과 두께의 판재를 자동차 부품에 맞는 형태로 재단 한 뒤 레이저 용접을 통해 하나로 붙이는 공정, 강판을 900도 이상으로 가열한 후 성형 및 급랭을 통해 초고강도로 만드는 핫스탬핑 기술 등을 통해 경량화와 강성을 강화하고 있으며, 신소재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강판은 해외업체들을 추격하는 모양새였으나, 최근에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현대차에 적용되는 고장력강이 세계 톱 수준이 될 것"이라며 "현대제철은 58년 간 제철 역사, 그룹사간의 긴밀한 협조관계, 업계 최고 수준의 선행연구와 혁신적인 업무 도입을 통해 자동차 강판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형근 기자 bass007@
▶이형근기자의 블로그 : http://blog.dt.co.kr/blog/?mb_id=bass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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