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텍ㆍ비아 등 파운드리와 선순환 구조 정착 '성공'
미국업체는 인수합병ㆍ스핀오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미국업체는 인수합병ㆍ스핀오프 통해 '규모의 경제' 실현
■ 미래 반도체 시장 격전지 시스템반도체
2부. 해외 기업에서 배운다
올해 초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2009년 122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61억 달러로 약 31% 증가한 것. 올해는 약 191억 달러 수출로 전체 예상 반도체 수출 규모에서 전년대비 4%포인트 상승한 3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부족한 정책 지원, 영세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규모, 파운드리 기업과의 미흡한 협력 등이 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최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새로운 팹리스 수요처 생성 등으로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각 기업들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자동차, LED, 전력 등 기존에 진출하지 않은 다양한 영역의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정부도 기존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확대ㆍ강화하며 기업들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성장을 목표로 한 의미있는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미국ㆍ대만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들 해외 기업은 어떤 정부 정책과 산업 환경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일까.
◇D램 2위 대만, 시스템반도체는 왜 1등일까= 대만은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를 비롯해 패키징, 테스트 등 각 분야별 분업이 잘 이뤄진 대표적인 경우로 손꼽힌다. 특히 파운드리는 전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몰리는 대만 반도체의 대표 산업이며 패키징, 테스트 부문도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부문에서 전세계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각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 기준 각각 68.1%, 47.6%, 67.7%로 전세계 시장의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각 부문을 분업화하고 고르게 발전시킨 것이 팹리스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힘을 발휘했다. 특히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이 전세계 팹리스 시장의 21%를 점유하며 미국에 이어 2위 국가로 자리매김 하는데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최대 파운드리 강국이라는 점이 팹리스 산업 발전의 주효한 기반이 됐다. 대만은 강력한 파운드리 산업 강점을 바탕으로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지에 이르는 각 시스템반도체 분야별 분업화를 잘 이뤘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에 따라 대만에는 미디어텍(MediaTek), VIA, 하이맥스(Himax), 노바텍(Novatek), 선플러스(Sunplus) 등 강력한 팹리스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과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장을 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제조공정 중 특정 분야에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설비 가동률을 높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전략이 반도체 산업 성장에 주효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만도 초기에는 반도체 설계부터 칩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투자규모가 늘어나면서 점차 각 공정을 분화해 전문화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특히 파운드리 기업들은 반도체 기업이 독자적인 팹을 갖추기 어려운 점을 감안, 각 기업들의 생산물량을 모아 처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는 물론 투자-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또 팹리스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자국의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해외 IT기업들이 대만을 주요 IT제품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이 경험을 활용해 대만 기업들이 관련 반도체 및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도 대만 팹리스 기업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동안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힘이 됐다. 실제로 미디어텍은 미국과 일본이 개척한 시장에 한 발 늦게 진입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현하며 성장해왔다.
대만이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부문에서 모두 전세계 1위로 자리매김한 것은 반도체 칩 제조 이후 공정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면서 개발기간 단축,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비용절감 등을 모두 실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 파운드리가 다양한 설계자산과 최신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후공정까지 일괄 서비스하는 전략이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인수합병으로 대형화ㆍ전문화 꾀해= 미국은 인력, 자본, 기술 등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세계 팹리스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등 팹리스 분야의 절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정부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연구조합(SEMATECH) 등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고 관련 중소기업 대상의 투자와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반도체 산업과 비슷한 성장패턴을 보이는 팹리스 산업의 특성상 전세계 상위 팹리스 기업들은 대형 반도체 산업군에 대다수 포진해 있다.
전세계 1위 팹리스 기업인 퀄컴은 CDMA칩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브로드컴(통신용 칩셋), 샌디스크(플래시메모리), 엔비디아(그래픽 칩셋), 마벨(휴대폰 칩), 자일링스(프로그래머블 칩), 알테라(프로그래머블 칩), 커넥선트(통신용 칩셋) 등 상위 10위권 내 속한 미국 팹리스 기업들도 반도체 산업규모와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반도체, 통신 등의 시장에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팹리스 기업들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정 사업을 스핀오프(분사)하는 등 효율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7년 발생한 주요 인수합병은 미국 팹리스 기업들이 주도했다. 2006년 마벨 테크놀로지가 인텔의 통신ㆍ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부문을 6억 달러에 인수했다. AMD는 그래픽 칩 기업인 ATI를 54억 달러에 인수했고, LSI로직은 스토리지와 네트워크용 반도체 기업인 아기어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유엘아이 일렉트로닉스, 하이브리드 그래픽스, 포탈플레이어를 잇달아 인수하며 그래픽 칩과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력을 빠르게 강화했다.
◇한국, 인력부족ㆍ기업규모 확대 해결해야= 전세계 상위 팹리스 기업들이 수 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인데 비해 국내 팹리스 기업 규모는 1위 업체인 실리콘웍스가 지난해 2500억원대 매출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미미하다.
최근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제품 수를 점차 확대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해외기업과의 직접 계약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 확보와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반도체 개발비용이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은 인력부족이다. 대기업 선호 현상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팹리스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휴대폰용 칩,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된 제품군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팹리스 기업들도 성장해 왔지만 여러 칩이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가 가속화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해외 파운드리 대비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협력이 긴밀하지 못한 점도 기업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의 팹리스 기업들이 자국의 강력한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외에도 반도체 설계자산(IP)이 부족하고 이를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형성이 미비한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IP거래 활성화, 수요대기업-파운드리-팹리스 밀착 협력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내놓는 등 팹리스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내달에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 동반육성 전략을 선보일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점으로 인력문제와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 실현을 꼽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지난 1월 31일에 개최한 시스템반도체 업계 CEO들과의 모임에서도 팹리스 기업 수장들은 인력부족 문제를 이구동성으로 호소한 바 있다.
이 날 참석한 업계 CEO들은 "정부 주도로 수요 대기업 및 파운드리와의 개발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고 다양한 국책사업과 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정부는 대학생들이 이공계와 팹리스 산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기업들은 열린 시각으로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배옥진기자 with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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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해외 기업에서 배운다
올해 초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는 모처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2009년 122억 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시스템반도체 수출액이 지난해 161억 달러로 약 31% 증가한 것. 올해는 약 191억 달러 수출로 전체 예상 반도체 수출 규모에서 전년대비 4%포인트 상승한 3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수 년 간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인지하고 산업 육성의 필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부족한 정책 지원, 영세한 시스템반도체 기업 규모, 파운드리 기업과의 미흡한 협력 등이 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최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새로운 팹리스 수요처 생성 등으로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각 기업들이 해외로 시장을 확대하고 자동차, LED, 전력 등 기존에 진출하지 않은 다양한 영역의 반도체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고 정부도 기존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확대ㆍ강화하며 기업들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에 성장을 목표로 한 의미있는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기업들이 다수 포진한 미국ㆍ대만에 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이들 해외 기업은 어떤 정부 정책과 산업 환경에 힘입어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일까.
◇D램 2위 대만, 시스템반도체는 왜 1등일까= 대만은 반도체 칩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를 비롯해 패키징, 테스트 등 각 분야별 분업이 잘 이뤄진 대표적인 경우로 손꼽힌다. 특히 파운드리는 전세계 굴지의 반도체 기업이 몰리는 대만 반도체의 대표 산업이며 패키징, 테스트 부문도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은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 부문에서 전세계 1위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각 시장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 2007년 기준 각각 68.1%, 47.6%, 67.7%로 전세계 시장의 절반 혹은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각 부문을 분업화하고 고르게 발전시킨 것이 팹리스 기업의 성장동력으로 힘을 발휘했다. 특히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선 것이 전세계 팹리스 시장의 21%를 점유하며 미국에 이어 2위 국가로 자리매김 하는데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최대 파운드리 강국이라는 점이 팹리스 산업 발전의 주효한 기반이 됐다. 대만은 강력한 파운드리 산업 강점을 바탕으로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지에 이르는 각 시스템반도체 분야별 분업화를 잘 이뤘으며 이를 통해 안정적인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같은 영향에 따라 대만에는 미디어텍(MediaTek), VIA, 하이맥스(Himax), 노바텍(Novatek), 선플러스(Sunplus) 등 강력한 팹리스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TSMC, U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기업들과 성장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며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장을 하고 있다.
대만의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제조공정 중 특정 분야에 집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설비 가동률을 높여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을 구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 전략이 반도체 산업 성장에 주효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대만도 초기에는 반도체 설계부터 칩 제조까지 모든 공정을 담당하는 종합반도체 기업이 주를 이뤘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투자규모가 늘어나면서 점차 각 공정을 분화해 전문화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특히 파운드리 기업들은 반도체 기업이 독자적인 팹을 갖추기 어려운 점을 감안, 각 기업들의 생산물량을 모아 처리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는 물론 투자-회수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는데 성공했다. 또 팹리스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자국의 파운드리 업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해외 IT기업들이 대만을 주요 IT제품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이 경험을 활용해 대만 기업들이 관련 반도체 및 부품을 자체 생산한 것도 대만 팹리스 기업들이 비교적 빠른 시간동안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하는 데 힘이 됐다. 실제로 미디어텍은 미국과 일본이 개척한 시장에 한 발 늦게 진입하는 대신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현하며 성장해왔다.
대만이 파운드리-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부문에서 모두 전세계 1위로 자리매김한 것은 반도체 칩 제조 이후 공정을 원스톱으로 서비스하면서 개발기간 단축,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 비용절감 등을 모두 실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만 파운드리가 다양한 설계자산과 최신 공정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후공정까지 일괄 서비스하는 전략이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에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이다.
◇미국, 인수합병으로 대형화ㆍ전문화 꾀해= 미국은 인력, 자본, 기술 등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세계 팹리스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등 팹리스 분야의 절대 강국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정부와 기업들이 참여하는 연구조합(SEMATECH) 등을 통해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과 국제표준화를 주도하고 있고 관련 중소기업 대상의 투자와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반도체 산업과 비슷한 성장패턴을 보이는 팹리스 산업의 특성상 전세계 상위 팹리스 기업들은 대형 반도체 산업군에 대다수 포진해 있다.
전세계 1위 팹리스 기업인 퀄컴은 CDMA칩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브로드컴(통신용 칩셋), 샌디스크(플래시메모리), 엔비디아(그래픽 칩셋), 마벨(휴대폰 칩), 자일링스(프로그래머블 칩), 알테라(프로그래머블 칩), 커넥선트(통신용 칩셋) 등 상위 10위권 내 속한 미국 팹리스 기업들도 반도체 산업규모와 흐름을 함께 하고 있다.
2000년대부터 반도체, 통신 등의 시장에 인수합병(M&A)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의 팹리스 기업들도 규모의 경제를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하거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특정 사업을 스핀오프(분사)하는 등 효율성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6년과 2007년 발생한 주요 인수합병은 미국 팹리스 기업들이 주도했다. 2006년 마벨 테크놀로지가 인텔의 통신ㆍ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부문을 6억 달러에 인수했다. AMD는 그래픽 칩 기업인 ATI를 54억 달러에 인수했고, LSI로직은 스토리지와 네트워크용 반도체 기업인 아기어를 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2006년과 2007년에 걸쳐 유엘아이 일렉트로닉스, 하이브리드 그래픽스, 포탈플레이어를 잇달아 인수하며 그래픽 칩과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력을 빠르게 강화했다.
◇한국, 인력부족ㆍ기업규모 확대 해결해야= 전세계 상위 팹리스 기업들이 수 십억 달러 규모의 매출인데 비해 국내 팹리스 기업 규모는 1위 업체인 실리콘웍스가 지난해 2500억원대 매출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미미하다.
최근 국내 팹리스 기업들은 제품 수를 점차 확대해 매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으며 해외기업과의 직접 계약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 확보와 성장을 위한 발판을 다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반도체 개발비용이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팹리스 기업이 가진 공통적인 고민은 인력부족이다. 대기업 선호 현상과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맞물리면서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팹리스 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휴대폰용 칩, 디스플레이 구동칩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된 제품군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점도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외 디스플레이와 휴대폰 산업이 성장하면서 관련 팹리스 기업들도 성장해 왔지만 여러 칩이 하나로 통합되는 추세가 가속화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고 있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야 할 필요가 커진 것이다.
해외 파운드리 대비 국내 파운드리 기업들이 첨단 미세공정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팹리스와 파운드리 간 협력이 긴밀하지 못한 점도 기업 성장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만의 팹리스 기업들이 자국의 강력한 파운드리 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외에도 반도체 설계자산(IP)이 부족하고 이를 활발히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형성이 미비한 점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힌다.
최근 정부는 IP거래 활성화, 수요대기업-파운드리-팹리스 밀착 협력 지원 등을 골자로 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책을 내놓는 등 팹리스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 산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내달에는 시스템반도체와 소프트웨어 산업 동반육성 전략을 선보일 방침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성장을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점으로 인력문제와 기업들의 규모의 경제 실현을 꼽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취임 후 첫 공식행사로 지난 1월 31일에 개최한 시스템반도체 업계 CEO들과의 모임에서도 팹리스 기업 수장들은 인력부족 문제를 이구동성으로 호소한 바 있다.
이 날 참석한 업계 CEO들은 "정부 주도로 수요 대기업 및 파운드리와의 개발 협력이 더욱 긴밀해지고 있고 다양한 국책사업과 정책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정부는 대학생들이 이공계와 팹리스 산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기업들은 열린 시각으로 인수합병을 적극 검토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탄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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