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속죄양으로 `낙하산 감사` 논란 종결되길"
"헌법위에 `국민정서법` 있다지만..공정하게 개선돼야"
"헌법위에 `국민정서법` 있다지만..공정하게 개선돼야"
최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 자리에서 물러난 이 석근(53)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를 마지막으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 전 부원장보는 다만 금감원 출신을 금융회사 감사에서 배제하는 것과 관련해"공정하지 못하며, 인적자원의 낭비"라고 지적하고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 출신의 현직 감사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는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더라도 그건 너무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지난 4일에는 한숨도 못 잤다"며 감사 자리를 내놓기로 한데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컸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이 전 부원장보와의 일문일답.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를 사퇴한 배경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나에 대한 취업제한요건 확인 심사를 보류하면서 보완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한은행 감사 선임에는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꼭 재취업을 해야겠느냐`는 뜻이 담긴 셈이었다.
행정안전부에 금감원이 보완자료를 제출하는 시한은 오는 9일까지다. `낙하산 감사` 문제로 질타받는 금감원은 자료 제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자료가 넘어오면 이를 심사해야 하는 행안부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내가 그만둬야 난감한 상황이 해결될 것 같았다.
--3년간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다. 고민이 많았을텐데.
▲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억울함이 앞섰다. 나는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이미 신한은행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내정된 터였다. 결국앞으로 금융회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을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이 소급 적용된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지난 4일에는 고민을 거듭하느라 한 숨도 못 잤다. 이튿날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웬만하면 국민정서를 감안해 처신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관행은 왜 생겼다고 보나.
▲현행법상 금융회사 출신자는 감사로 선임될 수 없다. 그렇다면 금융 전문가로 서 평소 감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금감원 직원이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역할이 금융회사의 외형확장과 경영진을 견제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인사적체가 생기지 않도록 정년보다 4년 앞서 승진 탈락자를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이 분들이 금융회사의 인력 수요와 맞아떨어진 것이 다.
--금융회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는 건 바람직한가.
▲금감원 임직원 중에서 금융회사 감사를 점찍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한 것은 옳다. 그러나 덮어놓고 금감원 출신은 금융회사 감사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개인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감사 공모에 지원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불공정한 관행(감사추천제)을 바로잡겠다고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
일본은 최근 국가적인 인적자원 활용 목적으로 금융감독청 직원의 재취업 규제를 풀었다. 금감원 출신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로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다. 감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면서 감사가 제 구실을 하고 로비 창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손질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임기가 남은 금감원 출신 감사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너무하다. 내가 아는 한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있는 금감원 출신자의 상당수는 공개경쟁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미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감사까지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건 가혹하다.
감사 선임이 진행되는 도중 그만둔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 내가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 자리를 내놓은 것은 나를 마지막으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금감원이 전례없는 위기다. 정말 문제가 많은 조직인가.
▲임직원의 청렴도 관리에 소홀했고, 비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질책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감원이 마치 `비리집단`처럼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 직원의 문제 아닌가.
비리가 발견된 직원은 일벌백계하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지,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때리는 것은 지나치다. 금감원은 충분히 얻어맞을 만큼 맞았다고 본다.
너무 정신없이 몰아치면 본연의 기능이 소홀해질 수 있다. 이제 금감원이 반성하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최근 혼란의 와중에 감독과 검사의 `사각지대`가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금감원에 권한이 너무 집중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나타난 문제점이 체제의 잘못인지, 운용의 잘못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체제가 문제라면 체제를 바꿔야겠지만, 운용이 문제라면 체제는 그대로 두고 운용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 등의 검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되려면 분명한 역할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인력과예산이 낭비되며 금융회사의 부담만 늘린다. 책임은 금감원이 다 짊어지고 한은이나예보는 권한만 누린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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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부원장보는 다만 금감원 출신을 금융회사 감사에서 배제하는 것과 관련해"공정하지 못하며, 인적자원의 낭비"라고 지적하고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금감원 출신의 현직 감사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는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라는 말이 있더라도 그건 너무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지난 4일에는 한숨도 못 잤다"며 감사 자리를 내놓기로 한데 대한 개인적인 고민도 컸다고 털어놨다.
다음은 이 전 부원장보와의 일문일답.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를 사퇴한 배경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나에 대한 취업제한요건 확인 심사를 보류하면서 보완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신한은행 감사 선임에는 절차상 문제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꼭 재취업을 해야겠느냐`는 뜻이 담긴 셈이었다.
행정안전부에 금감원이 보완자료를 제출하는 시한은 오는 9일까지다. `낙하산 감사` 문제로 질타받는 금감원은 자료 제출이 부담스러웠을 것이고, 자료가 넘어오면 이를 심사해야 하는 행안부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내가 그만둬야 난감한 상황이 해결될 것 같았다.
--3년간 고액 연봉을 받는 자리다. 고민이 많았을텐데.
▲돈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억울함이 앞섰다. 나는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전에 이미 신한은행 주주총회에서 감사로 내정된 터였다. 결국앞으로 금융회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을 보내지 않겠다는 방침이 소급 적용된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감원을 전격 방문한 지난 4일에는 고민을 거듭하느라 한 숨도 못 잤다. 이튿날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 `웬만하면 국민정서를 감안해 처신하라`는 조언을 듣고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금감원의 낙하산 감사 관행은 왜 생겼다고 보나.
▲현행법상 금융회사 출신자는 감사로 선임될 수 없다. 그렇다면 금융 전문가로 서 평소 감사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금감원 직원이 가장 적임자일 수밖에 없다. 금감원의 역할이 금융회사의 외형확장과 경영진을 견제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는 인사적체가 생기지 않도록 정년보다 4년 앞서 승진 탈락자를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는데, 이 분들이 금융회사의 인력 수요와 맞아떨어진 것이 다.
--금융회사 감사에 금감원 출신을 배제하는 건 바람직한가.
▲금감원 임직원 중에서 금융회사 감사를 점찍는 `감사추천제`를 폐지한 것은 옳다. 그러나 덮어놓고 금감원 출신은 금융회사 감사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은 곤란하다. 개인 차원에서 금융회사의 감사 공모에 지원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뜻이다. 불공정한 관행(감사추천제)을 바로잡겠다고 헌법이 보장한 직업선택의 자유까지 침해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공정하지 못하다.
일본은 최근 국가적인 인적자원 활용 목적으로 금융감독청 직원의 재취업 규제를 풀었다. 금감원 출신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로 인적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꼴이다. 감사 선임 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만들면서 감사가 제 구실을 하고 로비 창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손질하는 방향으로 풀어야 할 문제다.
--임기가 남은 금감원 출신 감사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아무리 `헌법 위에 국민정서법이 있다`는 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너무하다. 내가 아는 한 현재 금융회사 감사로 있는 금감원 출신자의 상당수는 공개경쟁을 해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이미 정당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감사까지 물러나라고 압박하는 건 가혹하다.
감사 선임이 진행되는 도중 그만둔 내가 낙하산 감사 문제의 `속죄양`이면 좋겠다. 내가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 자리를 내놓은 것은 나를 마지막으로 낙하산 감사 문제가 일단락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금감원이 전례없는 위기다. 정말 문제가 많은 조직인가.
▲임직원의 청렴도 관리에 소홀했고, 비리를 예방하지 못한 것은 분명히 질책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감원이 마치 `비리집단`처럼 비치는 것은 안타깝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극히 일부 직원의 문제 아닌가.
비리가 발견된 직원은 일벌백계하고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지, 앞뒤 재지 않고 무작정 때리는 것은 지나치다. 금감원은 충분히 얻어맞을 만큼 맞았다고 본다.
너무 정신없이 몰아치면 본연의 기능이 소홀해질 수 있다. 이제 금감원이 반성하고 다시 뛸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최근 혼란의 와중에 감독과 검사의 `사각지대`가 나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금감원에 권한이 너무 집중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현재 나타난 문제점이 체제의 잘못인지, 운용의 잘못인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체제가 문제라면 체제를 바꿔야겠지만, 운용이 문제라면 체제는 그대로 두고 운용방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 등의 검사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성립되려면 분명한 역할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고 인력과예산이 낭비되며 금융회사의 부담만 늘린다. 책임은 금감원이 다 짊어지고 한은이나예보는 권한만 누린다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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