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헌영 광운대 법학과 교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회 관련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는 지난 9월말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17대 국회로부터 넘겨받은 큰 숙제 하나를 해결했다. 지난 2004년 국회에 관련 법안이 제출된 이후 6년간을 끌어온 지리한 공방이 마지막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된 것이다.
국회의 입법절차에서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의 전체적인 체계와 법률용어 등의 정확성을 살피고 법리상 문제점을 점검하는 마지막 전문심의 과정이다. 이후에는 본 회의를 통해 전체 의원의 찬반의사를 거쳐 국회의 입법과정을 완성하게 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는 오늘 시작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보통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률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쟁점을 다루지 않는다. 이는 그 몫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의 경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최근의 IT관련법이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이른바 `민생법안' 치고는 무척 긴 시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특히, IT관련법은 1년에도 수차례 제개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공방을 거듭한 법률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쟁점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모처럼 맞은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기회를 흘려버리거나 시간을 지체할 우려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두고 벌인 최대 쟁점은 개인정보보호 감독행정청에 관한 것이다. 이 논의는 10년도 더 된 것인데, 정부로부터 독립한 위원회로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형태의 감시감독 기구를 만들자는 논의로부터 현재의 행정안전부와 같은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하자는 논의까지 다양한 대안이 있다. 이에 대해 2003년 시작된 법률안 입안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서는 독립위원회의 대안을, 정부는 현재와 같이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의견을 갖고 출발했다. 당시 여당의 법률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부 기능으로 하자는 논의와 정부 내 독립부처 설치 등의 논의 등을 거쳐 총리 산하 독립행정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때부터 이 핵심쟁점을 두고 진보진영, 행정부 관료집단, 보수진영의 법률안이 기나긴 줄다리기를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제출된, 당시 여당의 법률안은 보수진영의 의원들을 포함하여 전체의원의 과반을 넘는 발의자가 서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실패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인정보감독청에 관한 쟁점이 첨예한 이유는 이 감독행정청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정부기관과 기업에 대해 막강한 규제권한을 갖기 때문이고, 이것이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에 관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것이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민감하다보니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왔다.
이번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개인정보감독청으로서의 역할은 행정안전부가 맡되,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를 두고 여기에서 그 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독립위원회제도를 두게 되면 실상 행정청의 행정업무처리를 위해 행정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전자정부 업무의 대부분에 있어서 현재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기업부문도 마찬가지다.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신속한 대응을 위한 기업정보시스템의 진화도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점을 두려워하는 기업이나 행정관료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다.
이에 대해 정부나 기업의 개인정보처리를 믿을 수 없다는 측면도 그간의 행태로 보아 이해가 된다. 오히려,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그리고 인터넷 일등 국가를 자처하는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불신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률안을 수용하기로 한 진보진영의 입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는 그간 이 반대를 이유로 `최장수 논의중 법률안'의 신세에 빠진 개인정보보호법을 구출해 내고자 하는 충정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를 얻고 있다는 반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제는 차선이라도 최선이 되는 상황이다.
IT법 분야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야 말로 민생법안이다. 이 민생법안에 대해 모처럼만에 여야가 모두 합의하여 상임위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문심사를 통과하여 국민의 법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국민적 관심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 침해로 고통 받는 국민은 확실한 구제창구를 얻게 되고, 진보진영도 정부의 개인정보정책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강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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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입법절차에서 법제사법위원회는 법률의 전체적인 체계와 법률용어 등의 정확성을 살피고 법리상 문제점을 점검하는 마지막 전문심의 과정이다. 이후에는 본 회의를 통해 전체 의원의 찬반의사를 거쳐 국회의 입법과정을 완성하게 된다.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안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는 오늘 시작될 것으로 예정돼 있다. 보통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률의 구체적 내용에 관한 쟁점을 다루지 않는다. 이는 그 몫이 해당 상임위원회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의 경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의를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이 최근의 IT관련법이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이른바 `민생법안' 치고는 무척 긴 시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특히, IT관련법은 1년에도 수차례 제개정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공방을 거듭한 법률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시 쟁점에 관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모처럼 맞은 개인정보보호법 제정 기회를 흘려버리거나 시간을 지체할 우려가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두고 벌인 최대 쟁점은 개인정보보호 감독행정청에 관한 것이다. 이 논의는 10년도 더 된 것인데, 정부로부터 독립한 위원회로서 국가인권위원회와 같은 형태의 감시감독 기구를 만들자는 논의로부터 현재의 행정안전부와 같은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하자는 논의까지 다양한 대안이 있다. 이에 대해 2003년 시작된 법률안 입안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진보 진영에서는 독립위원회의 대안을, 정부는 현재와 같이 부처에서 담당하도록 하는 의견을 갖고 출발했다. 당시 여당의 법률안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일부 기능으로 하자는 논의와 정부 내 독립부처 설치 등의 논의 등을 거쳐 총리 산하 독립행정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때부터 이 핵심쟁점을 두고 진보진영, 행정부 관료집단, 보수진영의 법률안이 기나긴 줄다리기를 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2004년 제출된, 당시 여당의 법률안은 보수진영의 의원들을 포함하여 전체의원의 과반을 넘는 발의자가 서명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에 실패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개인정보감독청에 관한 쟁점이 첨예한 이유는 이 감독행정청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정부기관과 기업에 대해 막강한 규제권한을 갖기 때문이고, 이것이 모든 국민의 개인정보에 관한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 대한 정보를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오늘날과 같은 인터넷 세상에서는 그것이 바로 권력이기 때문이다.이렇게 민감하다보니 진보진영이든 보수진영이든 이 문제에 대해 양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왔다.
이번에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안은 개인정보감독청으로서의 역할은 행정안전부가 맡되, 대통령 소속의 위원회를 두고 여기에서 그 정책을 결정하도록 했다. 독립위원회제도를 두게 되면 실상 행정청의 행정업무처리를 위해 행정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전자정부 업무의 대부분에 있어서 현재보다 시간과 비용이 훨씬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은 기업부문도 마찬가지다. 고객 정보를 공유하고 보다 신속한 대응을 위한 기업정보시스템의 진화도 더딜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점을 두려워하는 기업이나 행정관료의 입장이 이해되는 측면이다.
이에 대해 정부나 기업의 개인정보처리를 믿을 수 없다는 측면도 그간의 행태로 보아 이해가 된다. 오히려, 현대 정보사회에서는 그리고 인터넷 일등 국가를 자처하는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불신 쪽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법률안을 수용하기로 한 진보진영의 입장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는 그간 이 반대를 이유로 `최장수 논의중 법률안'의 신세에 빠진 개인정보보호법을 구출해 내고자 하는 충정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최선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최악의 결과를 얻고 있다는 반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제는 차선이라도 최선이 되는 상황이다.
IT법 분야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이야 말로 민생법안이다. 이 민생법안에 대해 모처럼만에 여야가 모두 합의하여 상임위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이 법제사법위원회의 전문심사를 통과하여 국민의 법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을 국민적 관심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개인정보 침해로 고통 받는 국민은 확실한 구제창구를 얻게 되고, 진보진영도 정부의 개인정보정책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강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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