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 김주곤 교수, 27년간 유용한 벼 유전자 연구
"학생들에 가능성 보여주려고 기술료로 외제차 구입"
"학생들에 가능성 보여주려고 기술료로 외제차 구입"
■ 대학
명지대 김주곤 교수(사진)는 국내 과학자들과 이공계 교수들 사이에서 이름이 회자되는 유명인이다. 국내 농생명공학 분야에서 최초로 해외 기술이전을 이뤄냈고, 해외 기술이전만 3번 해냈다.
그는 스승인 미 코넬대 레이 우(Ray Wu)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가뭄저항성 벼 기술을 2007년 인도 마히코(Mahyco)에 정액기술료 7억5000만원에 이전했고, 2007년에 교육과학기술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바스프와 맺은 유전자변형작물 기술이전에도 그가 연구한 유전자 여러 개가 포함됐다. 2009년 말에는 스위스 신젠타에도 마히코와 유사한 규모로 이전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그의 연구성과를 눈여겨보는 것은 실질적인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고 발굴한 유전자의 기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해외기술료 수익만 수십억원대. 해외 기업들이 진행중인 1차 기능검증단계에 합격해 2단계 연구에 들어가면 그는 1차에서 받은 정액기술료의 최소 5배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추가로 받는다. 소위 `기술료 대박'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는 기술료를 받아 먼저 외제차를 한 대 샀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명지대 자연과학대학 캠퍼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연구 비결과 비전을 들었다.
- 과학자들 사이에서 기술료로 외제차를 산 것으로 유명한데.
"일부러 샀다. 뭔가 표시를 내야 했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얘기할 수도 없고, 보여주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차는 바로 보이는 것이니까, 학생들에게 이 분야를 하면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기 위해 외제차를 샀다. 참고로 외제차 중에는 비교적 저렴한 모델이다."
- 27년간 벼만 연구했다. 연구내용을 소개해 달라.
"벼에서 유용한 유전자를 발굴해 벼에 쓰는 연구를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유전자마다 발현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뿌리나 꽃 등에 찾은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부분 유전자에 심으면 벼의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전자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더 많이 발현시키거나, 없애보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벼의 장점은 세계 최대 시장규모 곡물인 옥수수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내가 발굴한 벼 유전자를 이전해간 다국적 기업들이 유전자를 옥수수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런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 농생명공학 분야에서 첫 해외 기술이전을 했는데 기술이전의 비결이라도.
"첫 기술이전을 미 코넬대와 공동으로 했는데 2007년 당시 코넬대 기술이전조직이 거의 대부분의 기술 마케팅과 협상을 했다. 우리는 최종 계약만 참여했다. 코넬대측에서 계속 우리와 전화해가면서 인도측과 협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전에는 해외 이전경험이 없다보니 우선 가격정보가 없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가격을 부르면 당장 협상이 깨진다. 협상절차도 알게 됐다. 이 경험이 이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해외 기술이전을 하려면 연구단계에서 특허관리부터 잘 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수가 그것을 잘 모른다. 유전자의 기능을 확실히 알 때까지 논문도 특허도 내지 말고, 좋은 기술은 국내와 PCT(국제특허조약) 국제특허, 각 국가 특허를 적기에 모두 확보해야 한다."
- 기술이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도움을 받을 전문가가 없었다. 연구자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작물유전체사업단 최양도 단장과 협상을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사모님'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한방에서 잤을 것이다. 국제변리사들에게 물어봐도 소용없었다. 국내 변리사들은 외국에서 기술을 사오는 일을 위주로 했고, 이마저 대부분 반도체 분야에 치우쳤다.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 외에는 전혀 도움이 안됐다. 또 기술이전 계약이 모두 기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노하우나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언어도 기술거래에서 장벽이다. 네이티브 영어를 쓰면 유전자 가격이 올라간다. 기술이전거래나 콩나물 거래나 원리는 똑같다. 경험이 없으면 밀린다. 요즘은 기술이전 경험을 쌓다 보니 나름의 기술이전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정년이 지나 연구를 그만두면 국내 개발기술의 해외이전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
- 작물유전체사업단이 독일 바스프와 한 기술이전 계약은 다소 특이한 방식인데.
"사업단이 짜낸 아이디어였다. 유전자 기능검증 기술을 갖고 있는 바스프를 국제공동 연구에 끌어들여 국내 연구자들이 발굴한 유전자를 전부 검증하도록 했다. 바스프는 연구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 10개 정도를 기술 이전해 갔다. 패키지 기술이전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코넬대와 인도측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국내 기술만으로는 유전자변형작물을 상업화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유전자 주입기술, 선발기술 등 폭넓은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유전자를 개발해서 다국적 기업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그들의 파이프라인에 얹어 파이를 키우자는 전략을 짜냈다. 국내 사업권은 우리가 그대로 갖는다. 그게 작물유전체사업단을 다른 사업단과 차별화시킨 국제 공동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
- 연구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지.
"늘 겪는 어려움은 바로 사람이다. 학생수급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명지대가 서울대는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다. 연구분야에서 확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생들이 갑자기 그만두기도 하고 많았다 적었다가 변화가 생긴다. 생명공학은 노동집약적인 연구분야여서 그 영향이 크다." (김 교수가 외제차를 산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앞으로도 벼만 연구할 계획인지.
"벼에서 모든 것을 찾겠다. 벼만 해도 충분하다. 벼는 게놈 해독이 모두 이뤄졌지만 유전체 염기서열이 알려졌을 뿐 기능은 하나하나 연구해 밝혀내야 한다. 벼를 이루는 유전자가 6만개인데 지금까지 기능이 밝혀진 게 5%도 안 된다. 유전자 한가지만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두 개, 세 개가 모여서 일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다. 1세기는 해야 할 것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
명지대 김주곤 교수(사진)는 국내 과학자들과 이공계 교수들 사이에서 이름이 회자되는 유명인이다. 국내 농생명공학 분야에서 최초로 해외 기술이전을 이뤄냈고, 해외 기술이전만 3번 해냈다.
그는 스승인 미 코넬대 레이 우(Ray Wu)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한 가뭄저항성 벼 기술을 2007년 인도 마히코(Mahyco)에 정액기술료 7억5000만원에 이전했고, 2007년에 교육과학기술부 작물유전체기능연구사업단이 바스프와 맺은 유전자변형작물 기술이전에도 그가 연구한 유전자 여러 개가 포함됐다. 2009년 말에는 스위스 신젠타에도 마히코와 유사한 규모로 이전계약을 맺었다.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그의 연구성과를 눈여겨보는 것은 실질적인 상업화 성공 가능성이 높고 발굴한 유전자의 기능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벌어들인 해외기술료 수익만 수십억원대. 해외 기업들이 진행중인 1차 기능검증단계에 합격해 2단계 연구에 들어가면 그는 1차에서 받은 정액기술료의 최소 5배에 해당하는 기술료를 추가로 받는다. 소위 `기술료 대박'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는 기술료를 받아 먼저 외제차를 한 대 샀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의 명지대 자연과학대학 캠퍼스에서 김 교수를 만나 연구 비결과 비전을 들었다.
- 과학자들 사이에서 기술료로 외제차를 산 것으로 유명한데.
"일부러 샀다. 뭔가 표시를 내야 했다. 학생들에게 일일이 얘기할 수도 없고, 보여주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차는 바로 보이는 것이니까, 학생들에게 이 분야를 하면 길이 있구나 하는 것을 직접 느끼게 해주기 위해 외제차를 샀다. 참고로 외제차 중에는 비교적 저렴한 모델이다."
- 27년간 벼만 연구했다. 연구내용을 소개해 달라.
"벼에서 유용한 유전자를 발굴해 벼에 쓰는 연구를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유전자마다 발현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뿌리나 꽃 등에 찾은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부분 유전자에 심으면 벼의 기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유전자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유전자를 더 많이 발현시키거나, 없애보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벼의 장점은 세계 최대 시장규모 곡물인 옥수수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는 것이다. 내가 발굴한 벼 유전자를 이전해간 다국적 기업들이 유전자를 옥수수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런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 농생명공학 분야에서 첫 해외 기술이전을 했는데 기술이전의 비결이라도.
"첫 기술이전을 미 코넬대와 공동으로 했는데 2007년 당시 코넬대 기술이전조직이 거의 대부분의 기술 마케팅과 협상을 했다. 우리는 최종 계약만 참여했다. 코넬대측에서 계속 우리와 전화해가면서 인도측과 협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이전에는 해외 이전경험이 없다보니 우선 가격정보가 없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가격을 부르면 당장 협상이 깨진다. 협상절차도 알게 됐다. 이 경험이 이후에 상당한 도움이 됐다. 해외 기술이전을 하려면 연구단계에서 특허관리부터 잘 해야 한다. 대부분의 교수가 그것을 잘 모른다. 유전자의 기능을 확실히 알 때까지 논문도 특허도 내지 말고, 좋은 기술은 국내와 PCT(국제특허조약) 국제특허, 각 국가 특허를 적기에 모두 확보해야 한다."
- 기술이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도움을 받을 전문가가 없었다. 연구자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작물유전체사업단 최양도 단장과 협상을 위해 해외출장을 자주 다니다 보니 `사모님' 다음으로 내가 가장 많이 한방에서 잤을 것이다. 국제변리사들에게 물어봐도 소용없었다. 국내 변리사들은 외국에서 기술을 사오는 일을 위주로 했고, 이마저 대부분 반도체 분야에 치우쳤다. 계약서에 대한 법률검토 외에는 전혀 도움이 안됐다. 또 기술이전 계약이 모두 기밀로 진행되기 때문에 노하우나 방법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언어도 기술거래에서 장벽이다. 네이티브 영어를 쓰면 유전자 가격이 올라간다. 기술이전거래나 콩나물 거래나 원리는 똑같다. 경험이 없으면 밀린다. 요즘은 기술이전 경험을 쌓다 보니 나름의 기술이전 프로토콜을 개발했다. 정년이 지나 연구를 그만두면 국내 개발기술의 해외이전을 돕는 일을 해보고 싶다."
- 작물유전체사업단이 독일 바스프와 한 기술이전 계약은 다소 특이한 방식인데.
"사업단이 짜낸 아이디어였다. 유전자 기능검증 기술을 갖고 있는 바스프를 국제공동 연구에 끌어들여 국내 연구자들이 발굴한 유전자를 전부 검증하도록 했다. 바스프는 연구결과를 보고 깜짝 놀라 10개 정도를 기술 이전해 갔다. 패키지 기술이전이 이뤄진 것이다. 과거 코넬대와 인도측에 기술이전을 하면서 국내 기술만으로는 유전자변형작물을 상업화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상업화를 위해서는 유전자뿐만 아니라 유전자 주입기술, 선발기술 등 폭넓은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다국적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유전자를 개발해서 다국적 기업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어 그들의 파이프라인에 얹어 파이를 키우자는 전략을 짜냈다. 국내 사업권은 우리가 그대로 갖는다. 그게 작물유전체사업단을 다른 사업단과 차별화시킨 국제 공동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됐다."
- 연구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은 무엇인지.
"늘 겪는 어려움은 바로 사람이다. 학생수급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명지대가 서울대는 아니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다. 연구분야에서 확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생들이 갑자기 그만두기도 하고 많았다 적었다가 변화가 생긴다. 생명공학은 노동집약적인 연구분야여서 그 영향이 크다." (김 교수가 외제차를 산 이유를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 앞으로도 벼만 연구할 계획인지.
"벼에서 모든 것을 찾겠다. 벼만 해도 충분하다. 벼는 게놈 해독이 모두 이뤄졌지만 유전체 염기서열이 알려졌을 뿐 기능은 하나하나 연구해 밝혀내야 한다. 벼를 이루는 유전자가 6만개인데 지금까지 기능이 밝혀진 게 5%도 안 된다. 유전자 한가지만 기능을 하는 게 아니라 두 개, 세 개가 모여서 일을 하기도 한다. 앞으로도 연구할 게 무궁무진하다. 1세기는 해야 할 것이다."
안경애기자 nature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