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 시론] 수요자의 눈이 IT발전 이끈다

정호원 고려대 경영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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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12-2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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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 시론] 수요자의 눈이 IT발전 이끈다
필자는 경영대학에서 인터넷 기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능력을 평가하는 프로세스 심사, 신규 IT 서비스의 이해와 분석, 그리고 IT 관련 이론 수립과 분석 방법 등을 주로 강의해 왔고 연구분야이기도 하다. 강의 과목과 관련해 외부에서 종종 듣는 말 중에는 "경영대학에서도 그런 과목의 강의가 있느냐"라는 조금은 놀라고 의아스럽다는 질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IT의 기본 이론과 원리를 제공하고 구현ㆍ개발하는 공급자인 공학적 관점에서 볼 때는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IT를 활용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수요자가 있다. 기업에서 IT에 투자를 한다면 이는 대부분 수요자인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사용자에게 IT를 이해하게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하며, 이들의 사용 행동을 분석하여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추구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인 공급자 측면 이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IT수요자를 위한 연구나 지원은 공급자에 비해 기업과 정부지원 사업에서나 미미한 형편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계획을 세우고 집행하는 담당자가 공급자의 눈으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직접적인 예로 경영대학에서 다년간 계속되는 정부지원 IT 관련 프로젝트가 얼마나 되나?

또 다른 공급자와 수요자의 눈의 차이를 실감한 것은 최근 지하철 9호선을 타고 경험한 것이었다. 처음으로 9호선을 이용해 김포공항까지 가는 길이라 탑승 전일에 시간표를 알고자 웹을 찾아보았다. 신기하게 지하철에 국철에서 사용하는 상ㆍ하행선 표기가 있었다. 또한 영문판 웹 초기화면에 비행기 그림이 있어 공항에 연결된 지하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으나 한글판에는 공항 관련 정보나 방향에서 표시해 주는 비행기 그림을 발견할 수 없었다. 더욱 신기한 것은 고속터미널 역에서 9호선을 탑승하려하니 공항 방향이나 비행기 표시는 없고 개화역 방향만 있었다. 멈칫거리며 좀더 확실한 김포공항행 안내를 찾아보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혹시 어딘가 잘 찾아보면 있을지 모르지만). `김포공항 및 개화' 방향이라는 안내가 눈에 잘 띄는 곳에 있었으면 마음이 한결 더 편했을 것 같다. 물론 전동차 안에 역 안내 표시판에도 방향을 알 수 있는 비행기는 발견할 수 없었다.

9호선에 관련된 사람들은 어쩌면 수천번 개화역이라는 것을 말하고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주 9호선을 이용하는 승객이 아니라면 개화역이란 것을 알거나 기억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 것이다. 지하철 안내 표지판은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수요자 중에서도 드물게 이용하는 사람들 그리고 공항을 연결하는 교통 수단이나 외국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 져야 할 것이다. 김포공항 방향이라는 비행기 그림이나 방향 표시판이 없는 것을 보고 느낀 첫 인상은 나 이외에 다른 사람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을 텐데 하는 것과, 혹시 공급자 관점에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들었다.

이 세상에 오류없는 소프트웨어는 없다. 소프트웨어는 오류에 따른 치명적인 문제는 자동차와 지하철 전동차에도 존재할 수 있다. 자동차 운행과 관련된 소프트웨어에 오류는 인명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개발 프로세스나 개발된 제품에 대한 제 3자의 객관적 인증이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유럽, 특히 독일에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Automotive SPICE라는 프로세스 심사가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전동차 개발ㆍ운행시스템 프로세스에 대한 심사는 국제표준인 ISO/IEC 15504(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심사)에 몇 개의 전동차 관련 프로세스를 추가한 표준을 근거로 실시하고 있다. ISO는 지난 11월 페루에서 개최된 국제표준화 회의에서 자동차, 전동차 등 수송과 관련된 차량ㆍ운행시스템의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를 심사 통해 안전성을 인증해 주는 국제표준의 개발을 시작하였다.이 표준화는 기존의 Automotive SPICE와 전동차 인증을 위한 모든 산업표준을 대체할 예정이다. 또한 이 표준에 따라 국제적인 민간 수준의 인증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표준화에 필자가 참여하였고 기존의 어떠한 표준화보다 첨예한 이해가 대립되는 현장이기도 했다. 이 모든 작업은 수요자인 고객의 안전을 위하여 ISO가 추구하는 사업이다. 빠른 시간내에 9호선 웹에서도 ISO 표준에 따라 소프트웨어의 안전성과 관련된 인증을 받은 지하철이라는 문구를 보고 싶다. 이러한 인증은 우리나라 지하철이 해외로 수출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수요자인 이용자에게 현재의 웹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안전에 대한 내용에 신뢰를 더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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