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산책] 콘텐츠도 백화점시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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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03-2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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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호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부원장


90년대 초 헐리우드 영화사를 아시아 회사가 인수했던 적이 있었다. 일본의 한 회사가 콜럼비아픽쳐스라는 영화사를 인수했고, 곧 이어 다른 한 회사가 유니버설 영화사를 인수했다. 결국 한 회사는 인수 당시 보다 더 싸게 영화사를 미국에 되팔았고, 다른 한 회사는 그 영화 회사를 기반으로 음악ㆍ게임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 회사가 소니다. 당시 소니는 VTR 판매 활성화를 위해 영화사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소니는 2000년대부터 전자회사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했고 이에 대한 성패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필자는 소니가 적절한 시점에 변신을 시도했고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창조경영을 추구하는 회사로 인식되었다고 평가한다. 아직은 전자회사에서 이룬 수익을 만들어 내지 못하지만 결국은 변신된 기업으로 성공하리라 생각한다.

또 애플 컴퓨터 역시 제조업에서 콘텐츠회사로 전환된 경우다. 이 회사는 최근 아이팟(iPOD)이라는 디지털 음악 재생기기를 제조하여 판매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아이튠즈 사이트를 만들어 변신한 결과, 콘텐츠의 매출규모가 기기의 매출규모를 넘는 콘텐츠회사가 되었다. 한국은 MP3 플레이어를 먼저 만들어 국내 음악시장을 디지털음악으로 변환시킨 원조의 나라인데 디지털 음악으로 수익을 창출한 기업은 애플컴퓨터다. 애플컴퓨터는 회사명을 애플로 변경했고 이제는 아이폰 이라는 핸드폰회사로 사업을 확장해 이를 세계 시장에 출시하고 또 이에 필요한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 앱 스토어(App Store)라는 콘텐츠 백화점을 온라인 상에서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핸드폰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모바일 게임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앱 스토어와 같이 체계적으로 하드웨어 기기에 적합한 콘텐츠를 판매하는 콘텐츠 백화점에 대한 접근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앱 스토어는 아이폰을 위한 터치용 응용 다운로드 서비스이며 작년 7월부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는 유료와 무료로 구분된다. 일반 이용자는 자신이 개발한 솔루션이나 콘텐츠를 온라인 등록을 통해 이 백화점에 입점시킬 수 있고 판매가격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2008년 8월 기준으로 전체 매출액은 3000만 달러다. 개발자 몫은 2100만 달러로 수익의 70%이고, 상위 10개사의 매출액은 900만 달러다. 또 가장 많이 팔린 것은 일본 모 회사에서 만든 게임으로 전체 매출액의 10%인 300만 달러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등록된 콘텐츠는 2만개가 넘었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에 제조업부분도 세계 5위에 드는 국가이고, 핸드폰이나 MP3 플레이어 부분에서도 세계 1ㆍ2위를 다투지만 기기와 콘텐츠를 연계한 수익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다. 이는 얼마 전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일본의 게임기 회사와 마찬가지다. 하드웨어 기기만을 비교하면 경쟁력 면에서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반면, 콘텐츠가 들어가게 되면 그 순간부터 뒤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는 아직 우리나라의 기업 구조가 창의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핸드폰의 경우에도 삼성ㆍLG 등 기기는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지만 아이폰과 같이 콘텐츠를 연계시킨 사업모델을 만들어 가지 못했다. 최근에서야 기기와 콘텐츠를 연계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TV의 경우 세계 시장점유율이 거의 40%다. TV 판매 시 한국 드라마와 연계한 패키지를 판매하거나 게임을 넣어 제조한다면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조업의 특성상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CCO(Chief of Culture Officer)제도를 도입하여 제조업에서도 창조경영이 필요한 시점이다.

또 앱 스토어 같은 콘텐츠 백화점을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강구되어야 할 부분이 저작권 보호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제작에 소요된 비용을 회수하고 이를 다시 제작에 투입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1인 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콘텐츠 백화점은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이제 직접 지원방식에서 유통을 활성화시키고 공정한 유통 질서를 확립시킬 수 있는 콘텐츠 백화점과 같은 장터를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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