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오퍼레이션 트로이
일반 병사 시점의 전투 진행 방식 독특
싱거운 싱글플레이 모드는 아쉬워
만약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의 백미 중 하나인 헬름 협곡 대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아라곤이나 레골라스 같은 영웅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일개 병사의 역할을 택하겠는가?
`건담 오퍼레이션, 트로이(이하 GOT)'는 건담무쌍 정도가 전부였던 엑스박스360 진영에 등장한 새로운 건담 게임이다. 건담이라면 애니메이션, 게임, 프라모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단비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며, 작년 동경 게임쇼에서 처음 접한 이후 체크 리스트에 올려놓고 기다리던 게임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게임 자체의 만듦새는 최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나쁘지는 않다. 온라인 대전의 강조 역시 일반적인 건담 게임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 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모빌슈츠(건담의 세계관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로봇을 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를 모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병사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즐겨 본 게임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온라인 모드는 분명 충실한 모습이나, 싱글 플레이 모드는 두 세시간 안에 끝날 수 있을 만큼 적은 볼륨에 변변한 스토리마저 없다. 앞서 얘기한 일반 병사의 시점에서 즐기는 반지의 제왕이나 다를 바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건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기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담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형식 번호인 `RX-78-2' 마저도 (싱글 모드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건담은 단순한 게임 하나를 넘어 어느 정도의 세계관을 정립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의 무대가 되는 퍼스트 건담, 소위 1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시기는 꾸준한 세계관의 정립과 확장을 통해 이제는 실존하는 전쟁사 수준의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세계관이 보여줄 수 있는 재해석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사실 건담 게임 내에서도 이러한 자기 분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져 오고 있는 상황이며, 건담 캡슐 파이터 등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러한 스토리 요소를 과감히 떨쳐냈다는 점 역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GOT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좋은 게임이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1년 전쟁을 단순한 전술 전쟁의 장으로 재해석했다고 보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나 작다. 해석의 방향성으로 볼 때, 이 게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년 전쟁의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다는 그 안에서 있었을 각종 전투를 모티프로 하여 만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GOT가 보다 나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기체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났어야 할 것이다. 이미 1년 전쟁이란 방영 당시의 애니메이션 외에도 MSV(Mobile Suit Variation, 정규 시나리오 내에는 나오지 않는 여러 가지 모빌 슈츠의 모음 정도로 보면 되겠다)라는 방대한 외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밀한 모델링과 기체 간 밸런싱을 생각해야 하는 이 게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정상 참작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각 진영 당 10개도 안 되는 지금의 숫자는 너무 적다. 심지어 지온 공국의 대표 메카인 자쿠만 하더라도 그 파생 모델이(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만 따져보더라도) 4~5종은 족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매니악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캐릭터ㆍ원작 기반의 상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자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GOT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원작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선택해 쉽게 갈 수도 있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덕분에 (크게 보자면) 사이드 7 자브로 솔로몬으로 진행되는 1년 전쟁의 구도에서 벗어났다는 참신함은 얻을 수 있었지만, 기존의 구도를 벗어났을 때 팬들이 어떤 점을 생각할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모드에만 치중한 나머지 싱글 모드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해짐에 따라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없거나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소구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단, GOT가 보여준 가능성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어쨌든 기존의 건담 게임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병사의 시점에서 전투를 진행한다는 구성 역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기획한다면 상당 부분 발전의 여지가 있으리라 본다. 사실 유니트 수 증대와 싱글 플레이에서의 밀도 증대만 있었더라도,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으며, 아직 엑스박스360용의 건담 게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현 국내 엑스박스360 시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타이틀까지 한글화를 바라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조작 등도 조금만 익히면 되는 만큼,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 큰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병사 시점의 전투 진행 방식 독특
싱거운 싱글플레이 모드는 아쉬워
만약 영화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의 백미 중 하나인 헬름 협곡 대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면 아라곤이나 레골라스 같은 영웅을 택하겠는가, 아니면 일개 병사의 역할을 택하겠는가?
`건담 오퍼레이션, 트로이(이하 GOT)'는 건담무쌍 정도가 전부였던 엑스박스360 진영에 등장한 새로운 건담 게임이다. 건담이라면 애니메이션, 게임, 프라모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단비와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으며, 작년 동경 게임쇼에서 처음 접한 이후 체크 리스트에 올려놓고 기다리던 게임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게임 자체의 만듦새는 최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나쁘지는 않다. 온라인 대전의 강조 역시 일반적인 건담 게임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 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단순히 모빌슈츠(건담의 세계관에서 일반적인 의미의 로봇을 칭하는 말이라고 생각해도 좋다)를 모는 것만이 아니라 일반 병사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로 즐겨 본 게임은 적잖이 당황스럽다. 온라인 모드는 분명 충실한 모습이나, 싱글 플레이 모드는 두 세시간 안에 끝날 수 있을 만큼 적은 볼륨에 변변한 스토리마저 없다. 앞서 얘기한 일반 병사의 시점에서 즐기는 반지의 제왕이나 다를 바 없는 게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심지어 건담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기체,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담이라는 단어를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형식 번호인 `RX-78-2' 마저도 (싱글 모드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건담은 단순한 게임 하나를 넘어 어느 정도의 세계관을 정립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작품의 무대가 되는 퍼스트 건담, 소위 1년 전쟁이라고 불리는 시기는 꾸준한 세계관의 정립과 확장을 통해 이제는 실존하는 전쟁사 수준의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러한 세계관이 보여줄 수 있는 재해석의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사실 건담 게임 내에서도 이러한 자기 분화는 계속해서 이루어져 오고 있는 상황이며, 건담 캡슐 파이터 등의 온라인 게임에서는 이러한 스토리 요소를 과감히 떨쳐냈다는 점 역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GOT는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좋은 게임이라고 얘기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1년 전쟁을 단순한 전술 전쟁의 장으로 재해석했다고 보기에는 그 스케일이 너무나 작다. 해석의 방향성으로 볼 때, 이 게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년 전쟁의 스토리를 따라가기보다는 그 안에서 있었을 각종 전투를 모티프로 하여 만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GOT가 보다 나은 게임이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기체의 수가 지금보다 훨씬 늘어났어야 할 것이다. 이미 1년 전쟁이란 방영 당시의 애니메이션 외에도 MSV(Mobile Suit Variation, 정규 시나리오 내에는 나오지 않는 여러 가지 모빌 슈츠의 모음 정도로 보면 되겠다)라는 방대한 외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밀한 모델링과 기체 간 밸런싱을 생각해야 하는 이 게임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의 정상 참작은 필요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각 진영 당 10개도 안 되는 지금의 숫자는 너무 적다. 심지어 지온 공국의 대표 메카인 자쿠만 하더라도 그 파생 모델이(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만 따져보더라도) 4~5종은 족히 된다는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너무 매니악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이 바로 캐릭터ㆍ원작 기반의 상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자세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GOT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은, 원작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향성을 선택해 쉽게 갈 수도 있는 방향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덕분에 (크게 보자면) 사이드 7 자브로 솔로몬으로 진행되는 1년 전쟁의 구도에서 벗어났다는 참신함은 얻을 수 있었지만, 기존의 구도를 벗어났을 때 팬들이 어떤 점을 생각할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모드에만 치중한 나머지 싱글 모드에 대한 배려가 지나치게 부족해짐에 따라서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없거나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는 소구할 수 없는 게임을 만들어 냈다.
단, GOT가 보여준 가능성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어쨌든 기존의 건담 게임과는 다른 접근 방법을 채택하고 있으며, 병사의 시점에서 전투를 진행한다는 구성 역시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기획한다면 상당 부분 발전의 여지가 있으리라 본다. 사실 유니트 수 증대와 싱글 플레이에서의 밀도 증대만 있었더라도, 이 게임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만듦새는 나쁘지 않으며, 아직 엑스박스360용의 건담 게임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한글화가 되어 있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현 국내 엑스박스360 시장을 생각한다면 이 정도의 타이틀까지 한글화를 바라는 것은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다. 기본적인 조작 등도 조금만 익히면 되는 만큼, 한글화가 되지 않았다는 점에 큰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