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ㆍ뚝심이 지켜낸 토종SW의 자존심
"무엇보다 신뢰를 얻는 것이 한글과컴퓨터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라 믿었습니다."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대표 국민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과도한 투자와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경영권 분쟁 등 연이은 악재로 붕괴 직전까지 갔던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03년과 200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최근 안철수연구소ㆍ핸디소프트 등과 함께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맏형으로 완벽하게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1년 8개월 전 한컴의 구원투수로 나선 백종진 사장.
지난 2003년 6월 백 사장이 한컴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주위에서는 "벤처기업 경험이 전무하다" "개발자 출신의 CEO가 아니다"라는 등 기대보다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백 사장이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영업을 완전 정상화해 4년 만에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도 이런 의구심 어린 눈길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백 사장이 한컴이라는 중환자에 내린 병명은 `신뢰의 부재'. 소비자들로부터 `아래아한글 815 버전 구매운동'과 같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지를 받았던 기업이기에 한번 신뢰가 무너진 여파는 더욱 컸다.
백 사장은 "당시 한컴은 우수한 인력이 상당수 빠져나간 상태였고, 주력 분야였던 공공시장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위협받아 매출이 급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한컴 인수에 반대했지만, IT 대표기업이라는 지위와 아래아한글만이 갖고 있는 강점에 기대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막상 인수를 하고 보니 생각 이상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한컴 직원들은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프라임산업에서 온 백 사장을 `점령군'으로 여기고 이질감과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판매체계도 어지럽게 얽혀 있어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는 `한컴 제품을 다루면 남는 게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백 사장은 "비록 IT 전문가는 아니지만 벤처기업의 생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직원ㆍ소비자ㆍ주주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한컴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뢰가 최고라는 지론은 1989년 이후 10년 간 무역회사(미디아상사)를 운영하면서 굳혀진 것이라는 게 백 사장의 얘기. 그는 "무역에서는 바이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성공하는 데는 신뢰가 최고의 덕목이라는 것을 그때 절감했고, 이를 실천한 덕에 지난 1996년에는 `1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한컴에 부임하기 직전까지 3년 간 전문 벤처캐피털인 프라임벤처캐피탈의 대표를 맡으면서 벤처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더해져, 한컴에 대한 빠른 원인 진단과 해법 제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우선 직원들에게 흑자로 돌아서면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고, 이듬해 2월 약속대로 직원 한 사람 당 평균 1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렇게 되자 백 사장의 약속에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백 사장의 표현대로 `눈빛이 달라졌다'. 백 사장의 이 약속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해 올린 수익에 대한 보상으로 이 달 중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나눠줄 방침이다.
백 사장은 또 복수 총판에 거미줄 같이 얽혀있는 판매망을 단일 총판과 공인 파트너(리셀러)으로 재정비, 유통업체들의 마진율을 높였다. 덕분에 `한컴 제품을 다루면 마진이 꽤 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는 6개월만에 공인 파트너가 145개로 늘어나는 결과를 나았고, 한컴이 4년 만에 흑자를 내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백 사장은 또 아래아한글에만 매달려서는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신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인력 영입에 힘을 쏟았다. 결국 이들은 백 사장의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큰 힘을 실어줬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한컴은 2003년 매출액 184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액 325억원, 영업이익 81억원으로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확실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한컴은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노력을 펼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아래아한글 1000만 카피 판매를 기념해 사회연대은행과 정립회관 등에 SW를 기증했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정보화 마을에 23억원 상당의 SW를 기증했다. 또 불우이웃 초청 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탈북자학교(여명학교)에 1000만원 상당의 LCD모니터ㆍPCㆍ레이저 프린터를 기증하는 등 잇따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이는 수익의 30%는 직원에게, 30%는 미래투자에, 30%는 주주들에게, 그리고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백 사장의 `3331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기업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기도 하지만, 한컴은 특히 국민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백사장은, "IT 기업의 특성을 살려 SW 기증 등 다양한 사회환원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컴의 전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휴양지인 발리로 해외워크숍을 다녀왔다.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영업 등에 힘쓰느라 쉴 틈이 없었던 직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게 백 사장의 설명.
지난 1년 반 동안 한컴은 오피스 프로그램인 `한컴 오피스 2005', 포터블 워드프로세서인 `다큐맨'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64비트 리눅스 서버용 운영체제인 `한소프트 리눅스 2005 서버'와 그룹웨어인 `워크데스크 2005', 그리고 이 달 출시되는 `씽크프리 오피스 3.0'과 다음달 오픈 예정인 웹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한컴의 신제품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워크숍은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의 자리이자, 그간 노력한 결과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컴은 올해 매출 400억원 돌파와 100억원 수익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기존의 아래아한글과 오피스 프로그램 매출 비중을 60%대로 낮추고, 리눅스 배포판 중심의 공개SW 시장 개척 등 신규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SW산업의 선두주자 탈환이라는 첫 시험대를 확실하게 통과한 백 사장에게 올해는 리눅스 사업 본격화 등 `한컴의 지속적인 고도성장 체계를 마련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신뢰를 얻는 것이 한글과컴퓨터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이라 믿었습니다."
한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대표 국민기업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다 과도한 투자와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경영권 분쟁 등 연이은 악재로 붕괴 직전까지 갔던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2003년과 2004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최근 안철수연구소ㆍ핸디소프트 등과 함께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맏형으로 완벽하게 복귀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진두지휘한 이가 바로 1년 8개월 전 한컴의 구원투수로 나선 백종진 사장.
지난 2003년 6월 백 사장이 한컴의 대표이사로 취임할 당시 주위에서는 "벤처기업 경험이 전무하다" "개발자 출신의 CEO가 아니다"라는 등 기대보다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백 사장이 취임한 후 6개월 만에 영업을 완전 정상화해 4년 만에 흑자를 실현할 때까지도 이런 의구심 어린 눈길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당시 백 사장이 한컴이라는 중환자에 내린 병명은 `신뢰의 부재'. 소비자들로부터 `아래아한글 815 버전 구매운동'과 같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지지를 받았던 기업이기에 한번 신뢰가 무너진 여파는 더욱 컸다.
백 사장은 "당시 한컴은 우수한 인력이 상당수 빠져나간 상태였고, 주력 분야였던 공공시장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위협받아 매출이 급감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대다수 사람들이 한컴 인수에 반대했지만, IT 대표기업이라는 지위와 아래아한글만이 갖고 있는 강점에 기대를 걸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막상 인수를 하고 보니 생각 이상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한컴 직원들은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프라임산업에서 온 백 사장을 `점령군'으로 여기고 이질감과 거부감을 드러냈다. 또 판매체계도 어지럽게 얽혀 있어 유통업체들 사이에서는 `한컴 제품을 다루면 남는 게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었다.
백 사장은 "비록 IT 전문가는 아니지만 벤처기업의 생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직원ㆍ소비자ㆍ주주들에 대한 신뢰 회복이 한컴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뢰가 최고라는 지론은 1989년 이후 10년 간 무역회사(미디아상사)를 운영하면서 굳혀진 것이라는 게 백 사장의 얘기. 그는 "무역에서는 바이어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기업이 성공하는 데는 신뢰가 최고의 덕목이라는 것을 그때 절감했고, 이를 실천한 덕에 지난 1996년에는 `100만달러 수출탑'도 수상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한컴에 부임하기 직전까지 3년 간 전문 벤처캐피털인 프라임벤처캐피탈의 대표를 맡으면서 벤처기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었다는 장점이 더해져, 한컴에 대한 빠른 원인 진단과 해법 제시가 가능했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우선 직원들에게 흑자로 돌아서면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고, 이듬해 2월 약속대로 직원 한 사람 당 평균 10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렇게 되자 백 사장의 약속에 반신반의하던 직원들은 백 사장의 표현대로 `눈빛이 달라졌다'. 백 사장의 이 약속은 올해도 이어져, 지난해 올린 수익에 대한 보상으로 이 달 중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나눠줄 방침이다.
백 사장은 또 복수 총판에 거미줄 같이 얽혀있는 판매망을 단일 총판과 공인 파트너(리셀러)으로 재정비, 유통업체들의 마진율을 높였다. 덕분에 `한컴 제품을 다루면 마진이 꽤 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는 6개월만에 공인 파트너가 145개로 늘어나는 결과를 나았고, 한컴이 4년 만에 흑자를 내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백 사장은 또 아래아한글에만 매달려서는 매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신 사업을 실현하기 위해 각 분야 전문인력 영입에 힘을 쏟았다. 결국 이들은 백 사장의 구상을 현실화하는데 큰 힘을 실어줬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로 한컴은 2003년 매출액 184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매출액 325억원, 영업이익 81억원으로 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확실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 한컴은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노력을 펼쳐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아래아한글 1000만 카피 판매를 기념해 사회연대은행과 정립회관 등에 SW를 기증했고,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정보화 마을에 23억원 상당의 SW를 기증했다. 또 불우이웃 초청 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탈북자학교(여명학교)에 1000만원 상당의 LCD모니터ㆍPCㆍ레이저 프린터를 기증하는 등 잇따라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이는 수익의 30%는 직원에게, 30%는 미래투자에, 30%는 주주들에게, 그리고 10%는 사회에 환원한다는 백 사장의 `3331 약속'을 지키기 위한 실천이기도 하다.
"기업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게 기본 생각이기도 하지만, 한컴은 특히 국민기업으로서 국민들에게 큰 빚을 졌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백사장은, "IT 기업의 특성을 살려 SW 기증 등 다양한 사회환원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한컴의 전 직원들은 인도네시아 휴양지인 발리로 해외워크숍을 다녀왔다. 취임 이후 1년 반 동안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영업 등에 힘쓰느라 쉴 틈이 없었던 직원들에게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는 게 백 사장의 설명.
지난 1년 반 동안 한컴은 오피스 프로그램인 `한컴 오피스 2005', 포터블 워드프로세서인 `다큐맨'을 비롯해, 국내 최초의 64비트 리눅스 서버용 운영체제인 `한소프트 리눅스 2005 서버'와 그룹웨어인 `워크데스크 2005', 그리고 이 달 출시되는 `씽크프리 오피스 3.0'과 다음달 오픈 예정인 웹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이 한컴의 신제품 준비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워크숍은 그간의 노고에 대한 보상의 자리이자, 그간 노력한 결과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을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한컴은 올해 매출 400억원 돌파와 100억원 수익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특히 기존의 아래아한글과 오피스 프로그램 매출 비중을 60%대로 낮추고, 리눅스 배포판 중심의 공개SW 시장 개척 등 신규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SW산업의 선두주자 탈환이라는 첫 시험대를 확실하게 통과한 백 사장에게 올해는 리눅스 사업 본격화 등 `한컴의 지속적인 고도성장 체계를 마련하는 첫 시험대'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