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시장은 국내외 IT업체에게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최신 IT 트렌드를 가장 잘 흡수하는 대표적인 산업인데다 IT 투자 규모에서도 다른 산업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IT 시장은 그만큼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진입했다 하더라도 기술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곧바로 퇴출되는 무한경쟁 시장이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형 IT업체들이 살벌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는 국산 금융솔루션 업체들도 적지않다.
국내 e금융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온 웹케시와 여신시스템 및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누리솔루션이 바로 그런 업체들이다. 장맛비가 왼종일 내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빌딩 웹케시 본사 사무실에서 웹케시 석창규 사장과 누리솔루션 김종현 사장이 만났다.
두 사람이 이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 적은 없다. 두 회사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IT 시장에서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았던 터라 만나자마자 서로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IT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의 보따리가 쉽게 풀렸다. 석 사장은 국민은행, 동남은행, 주택은행, 부산은행의 전자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김 사장은 투자은행인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국내 여신시스템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전문가다.
"요즘 사업하기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먼저, 금융권의 IT투자 위축으로 예년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가 화제에 올랐다.
"1∼2년 전만 해도 국내 e금융 솔루션 분야는 양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됐다. 예를 들어 어느 은행이 인터넷뱅킹 시스템에 PFMS(개인재무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면 다른 은행도 곧 뒤따라하기 때문에 솔직히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장사하기 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은행이 수익이 나지 않는 e금융 서비스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생색내기식 투자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도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e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석)
석 사장은 요즘 기업 인터넷뱅킹 시스템 고객을 대상으로 한 CMS(기업자금관리서비스)를 개발, 차세대 수익모델로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70% 정도를 CMS 분야에 집중투입하고 있다는 것.
"은행권의 경우 예년보다 확실하게 IT투자 방향이 바뀐 것 같다. IT투자가 위축된 결과다. 아웃소싱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과 달리 개인이 주인인 2금융권의 경우 IT담당 실무자들이 경영진의 눈치를 이전보다 훨씬 더 보는 것 같다. 심지어 `경영진을 만나서 설득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실무자들도 있더라." (김)
김 사장은 바젤Ⅱ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게 되면 여기서 파생되는 IT수요가 꾸준하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금융IT가 예년에 비해 침체됐지만 기술 경쟁력이 있다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작년말 당초 예상했던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프로젝트가 나와줘서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다만 이 분야가 은행권에서 동시에 추진되다보니 한꺼번에 5∼6개의 제안서를 쓴 적도 있다. 올 해 매출 목표를 90억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기는 좀 벅찰 것 같다. 다만 내년부터 바젤Ⅱ와 리스크관리시스템, 여신시스템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를 기대하고 있다."(김)
"금융IT 업체 입장에서 보면 IT투자가 활발한 업종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보험, 증권 등 2금융권 경우 은행보다 텃세가 심한 것 같다. 요즘 같아서는 사업영역을 확장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다행히 올 해 목표액 120억원은 무난할 것 같다. 사업부문이 크게 4개인데 지금은 시스템통합(SI)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앞으로 SI 비중을 줄이고, 자금관리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로 재편하면 매출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갖출 것으로 본다."(석)
두 사람은 최근 금융IT 시장에서도 부쩍 심화되고 있는 저가 수주 경쟁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타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다 보니 IT업체들이 금융쪽으로 몰린 결과, 저가 수주관행이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 70억∼80억원 정도했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지금은 고작 2억∼3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있다."(김)
김 사장은 금융기관의 IT프로젝트 발주관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대형 IT업체 위주로 주사업자가 결정되는 것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 중소 규모 IT업체들은 마치 하청업체처럼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분명히 낭비다. 유통으로 치면 유통과정이 한 단계 더 늘어난 셈이다. 결국 발주처 입장에서는 20% 이상 프로젝트 코스트를 높이는 결과가 된다. 차세대 프로젝트처럼 대형사업이라면 모를까 단위 프로젝트는 그 분야의 전문업체에 SI까지 맡기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김)
"e금융 솔루션 분야는 사실상 시스템 구축과 같은 SI 측면에서 경쟁하던 시기는 좀 지난 것 같다. 지금 남은 것은 은행권 에스크로 시스템 구축 정도다. 아웃소싱 서비스 및 컨설팅 위주로 시장의 포커스가 바뀌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저가경쟁보다는 품질경쟁으로 가야한다. 특히 전자금융 백업이나 이중운영 시스템 시장에서는 가격보다는 IT업체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은행들이 인식해야 한다."(석)
올 해 금융권 가장 큰 화두인 모바일뱅킹 분야로 얘기가 넘어갔다.
"이동통신사와 은행간 모바일뱅킹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통사들이 은행에 밀린 것 같다. 은행들이 하자는대로 되지 않았는가."(석)
"올 초 발생한 모 이통사의 모바일 전자화폐 해킹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 은행 고객의 결제 데이타를 이통사가 갖게 되는 것을 은행들이 가장 우려했는데, 이 부문에서는 은행들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킨 것 같다."(김)
두 사람은 금융IT 시장을 전망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그래도 금융IT 시장은 당분간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역동성을 보일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앞으로 1년간 단기 시장 전망을 해본다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활발할 것으로 본다. 특히 금융권은 정보계 분야에서 상당한 IT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업종별로는 지금처럼 은행 중심의 시장 구도가 계속될 것이다. 시장 구도가 은행 위주로 홀러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은행이 예전과는 달리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속 추가하다보니 마치 골리앗처럼 기능과 규모가 너무 커졌다. 반면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김)
"4∼5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 전자금융의 발전속도는 놀랍다. 앞으로 e뱅킹 분야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내년에도 평균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가 예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직접 IT서비스를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의 경우, B2C(개인 인터넷뱅킹)과 B2B(기업 인터넷뱅킹) 두 가지중 B2B 분야에서 다양한 요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기업 인터넷뱅킹도 중소 기업의 재무 및 회계, 자금관리를 ASP(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맞춤형서비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석)
두 사람은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은행원 시절의 애피소드와 최고경영자(CEO)의 어려움 등을 주고받았다. 김 사장은 "97년말 IMF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은행원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몸담았던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국민은행으로 몸을 옮겼던 김 사장은 얼마 후 은행원 생활을 마치고 장기신용은행 동료들과 힘을 합쳐 창업했다.
석 사장은 "나의 성장 목표치와 직원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었다. 작년 회사에 성과관리체계를 도입한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장도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는 3년 정도면 내가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5년이 지나도록 채우지 못했다. 실제 (CEO를) 해보니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실감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 석창규 웹케시 사장은
석창규 웹케시 사장은 99년 부산은행을 퇴직하면서 은행원 생활을 마감하고 그해 `피플&커뮤니티'라는 금융SI 회사를 설립했다. 그 다음해 박남대 전 웹케시 공동대표(현 게이트뱅크 대표)가 설립한 웹케시와 합병했다. 합병 이후에는 박남대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았다.
작년말 웹케시가 금융자동화기기 서비스 사업부문을 게이트뱅크로 분사하면서, 석 사장이 e금융 솔루션및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웹케시를 맡고, 박 사장은 게이트뱅크를 담당하게 됐다.
석 사장은 국내 전자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가 국민ㆍ동남ㆍ주택ㆍ부산은행을 두루 거친 것도 전자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은행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웹케시 출범 이후 국내 인터넷뱅킹 시스템 시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것도 석 사장의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일 욕심이 많아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할 정도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부하들과 허물없이 지낸다. 웹케시의 올 매출 예상액은 120억원.
◇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은
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은 제주도 출신으로 어렸을 적 꿈이 말을 키우는 목장주인이었다. 이력서의 본인 소개란에 `성격이 불같이 급하고 솔직함'이라고 쓸 정도로 솔직하면서도 소탈하다.
1984년 장기신용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주로 정보시스템부에서 근무했다. 장기신용은행이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금융 위주였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금융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여신종합관리시스템 분야와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고 한다.
장기신용은행이 1999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뒤 국민은행 안산중앙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신용은행 멤버들과 함께 누리솔루션을 설립했다. 2000년 1월 설립 당시 20여명의 벤처기업으로 출범했으나 현재는 60명으로 늘었다. 올 매출 예상액은 약 90억원. 누리솔루션은 김 사장 등이 장기신용은행 시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여신시스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농협과 외환은행 등의 여신종합관리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누리솔루션은 은행권의 바젤Ⅱ 특수에 힘입어 신용리스크관리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IT 시장은 그만큼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설사 진입했다 하더라도 기술 경쟁력이 조금이라도 뒤쳐지면 곧바로 퇴출되는 무한경쟁 시장이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형 IT업체들이 살벌한 생존게임을 벌이는 가운데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불황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하는 국산 금융솔루션 업체들도 적지않다.
국내 e금융 솔루션 시장을 선도해온 웹케시와 여신시스템 및 리스크 관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누리솔루션이 바로 그런 업체들이다. 장맛비가 왼종일 내린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보증권 빌딩 웹케시 본사 사무실에서 웹케시 석창규 사장과 누리솔루션 김종현 사장이 만났다.
두 사람이 이전까지 얼굴을 맞대고 얘기한 적은 없다. 두 회사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IT 시장에서 서로의 명성을 익히 알았던 터라 만나자마자 서로 흉금을 터놓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 모두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IT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의 보따리가 쉽게 풀렸다. 석 사장은 국민은행, 동남은행, 주택은행, 부산은행의 전자금융 분야를 두루 거친 베테랑이다. 김 사장은 투자은행인 장기신용은행 출신으로 국내 여신시스템 분야에서는 손꼽히는 전문가다.
"요즘 사업하기 어떻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먼저, 금융권의 IT투자 위축으로 예년과 크게 달라진 분위기가 화제에 올랐다.
"1∼2년 전만 해도 국내 e금융 솔루션 분야는 양적인 측면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보장됐다. 예를 들어 어느 은행이 인터넷뱅킹 시스템에 PFMS(개인재무관리서비스)를 제공하면 다른 은행도 곧 뒤따라하기 때문에 솔직히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장사하기 편했다. 하지만 요즘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은행이 수익이 나지 않는 e금융 서비스에는 전혀 투자를 하지 않는다. 생색내기식 투자는 없다고 봐도 된다. 이 때문에 우리 회사도 은행이 수익을 낼 수 있는 e금융서비스를 개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석)
석 사장은 요즘 기업 인터넷뱅킹 시스템 고객을 대상으로 한 CMS(기업자금관리서비스)를 개발, 차세대 수익모델로 육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의 70% 정도를 CMS 분야에 집중투입하고 있다는 것.
"은행권의 경우 예년보다 확실하게 IT투자 방향이 바뀐 것 같다. IT투자가 위축된 결과다. 아웃소싱 얘기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은행과 달리 개인이 주인인 2금융권의 경우 IT담당 실무자들이 경영진의 눈치를 이전보다 훨씬 더 보는 것 같다. 심지어 `경영진을 만나서 설득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실무자들도 있더라." (김)
김 사장은 바젤Ⅱ를 계기로 국내 금융권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게 되면 여기서 파생되는 IT수요가 꾸준하게 늘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금융IT가 예년에 비해 침체됐지만 기술 경쟁력이 있다면 불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작년말 당초 예상했던 프로젝트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예상하지 못했던 분야에서 프로젝트가 나와줘서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 다만 이 분야가 은행권에서 동시에 추진되다보니 한꺼번에 5∼6개의 제안서를 쓴 적도 있다. 올 해 매출 목표를 90억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목표를 달성하기는 좀 벅찰 것 같다. 다만 내년부터 바젤Ⅱ와 리스크관리시스템, 여신시스템 시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를 기대하고 있다."(김)
"금융IT 업체 입장에서 보면 IT투자가 활발한 업종으로 옮기는 경우가 있는데 보험, 증권 등 2금융권 경우 은행보다 텃세가 심한 것 같다. 요즘 같아서는 사업영역을 확장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다행히 올 해 목표액 120억원은 무난할 것 같다. 사업부문이 크게 4개인데 지금은 시스템통합(SI) 매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앞으로 SI 비중을 줄이고, 자금관리서비스 등 서비스 분야로 재편하면 매출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으로 갖출 것으로 본다."(석)
두 사람은 최근 금융IT 시장에서도 부쩍 심화되고 있는 저가 수주 경쟁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타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다 보니 IT업체들이 금융쪽으로 몰린 결과, 저가 수주관행이 나타나고 있다. 수년 전 70억∼80억원 정도했던 리스크관리시스템이 지금은 고작 2억∼3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있다."(김)
김 사장은 금융기관의 IT프로젝트 발주관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내 대형 IT업체 위주로 주사업자가 결정되는 것이 관행처럼 되고 있다. 중소 규모 IT업체들은 마치 하청업체처럼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분명히 낭비다. 유통으로 치면 유통과정이 한 단계 더 늘어난 셈이다. 결국 발주처 입장에서는 20% 이상 프로젝트 코스트를 높이는 결과가 된다. 차세대 프로젝트처럼 대형사업이라면 모를까 단위 프로젝트는 그 분야의 전문업체에 SI까지 맡기는 것이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다."(김)
"e금융 솔루션 분야는 사실상 시스템 구축과 같은 SI 측면에서 경쟁하던 시기는 좀 지난 것 같다. 지금 남은 것은 은행권 에스크로 시스템 구축 정도다. 아웃소싱 서비스 및 컨설팅 위주로 시장의 포커스가 바뀌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는 저가경쟁보다는 품질경쟁으로 가야한다. 특히 전자금융 백업이나 이중운영 시스템 시장에서는 가격보다는 IT업체의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은행들이 인식해야 한다."(석)
올 해 금융권 가장 큰 화두인 모바일뱅킹 분야로 얘기가 넘어갔다.
"이동통신사와 은행간 모바일뱅킹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통사들이 은행에 밀린 것 같다. 은행들이 하자는대로 되지 않았는가."(석)
"올 초 발생한 모 이통사의 모바일 전자화폐 해킹사고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 같다. 은행 고객의 결제 데이타를 이통사가 갖게 되는 것을 은행들이 가장 우려했는데, 이 부문에서는 은행들이 자기 주장을 관철시킨 것 같다."(김)
두 사람은 금융IT 시장을 전망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돼 있지만, 그래도 금융IT 시장은 당분간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역동성을 보일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앞으로 1년간 단기 시장 전망을 해본다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 활발할 것으로 본다. 특히 금융권은 정보계 분야에서 상당한 IT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업종별로는 지금처럼 은행 중심의 시장 구도가 계속될 것이다. 시장 구도가 은행 위주로 홀러가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다. 은행이 예전과는 달리 방카슈랑스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계속 추가하다보니 마치 골리앗처럼 기능과 규모가 너무 커졌다. 반면 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김)
"4∼5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 전자금융의 발전속도는 놀랍다. 앞으로 e뱅킹 분야는 계속 발전할 것이다. 내년에도 평균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가 예년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들이 직접 IT서비스를 하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뱅킹의 경우, B2C(개인 인터넷뱅킹)과 B2B(기업 인터넷뱅킹) 두 가지중 B2B 분야에서 다양한 요구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기업 인터넷뱅킹도 중소 기업의 재무 및 회계, 자금관리를 ASP(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임대) 방식으로 제공하는 맞춤형서비스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석)
두 사람은 점심식사를 같이 하며 은행원 시절의 애피소드와 최고경영자(CEO)의 어려움 등을 주고받았다. 김 사장은 "97년말 IMF 외환위기가 없었다면 지금도 은행원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몸담았던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되면서 국민은행으로 몸을 옮겼던 김 사장은 얼마 후 은행원 생활을 마치고 장기신용은행 동료들과 힘을 합쳐 창업했다.
석 사장은 "나의 성장 목표치와 직원들의 눈높이가 맞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었다. 작년 회사에 성과관리체계를 도입한 결과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사장도
"처음 회사를 설립할 때는 3년 정도면 내가 생각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5년이 지나도록 채우지 못했다. 실제 (CEO를) 해보니까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을 실감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 석창규 웹케시 사장은
석창규 웹케시 사장은 99년 부산은행을 퇴직하면서 은행원 생활을 마감하고 그해 `피플&커뮤니티'라는 금융SI 회사를 설립했다. 그 다음해 박남대 전 웹케시 공동대표(현 게이트뱅크 대표)가 설립한 웹케시와 합병했다. 합병 이후에는 박남대 사장과 공동대표를 맡았다.
작년말 웹케시가 금융자동화기기 서비스 사업부문을 게이트뱅크로 분사하면서, 석 사장이 e금융 솔루션및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웹케시를 맡고, 박 사장은 게이트뱅크를 담당하게 됐다.
석 사장은 국내 전자금융 분야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가 국민ㆍ동남ㆍ주택ㆍ부산은행을 두루 거친 것도 전자금융 부문을 강화하려는 은행의 스카우트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웹케시 출범 이후 국내 인터넷뱅킹 시스템 시장을 싹쓸이 하다시피 한 것도 석 사장의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일 욕심이 많아 직원들이 부담스러워 할 정도지만, 항상 웃는 얼굴로 부하들과 허물없이 지낸다. 웹케시의 올 매출 예상액은 120억원.
◇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은
김종현 누리솔루션 사장은 제주도 출신으로 어렸을 적 꿈이 말을 키우는 목장주인이었다. 이력서의 본인 소개란에 `성격이 불같이 급하고 솔직함'이라고 쓸 정도로 솔직하면서도 소탈하다.
1984년 장기신용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한 뒤 주로 정보시스템부에서 근무했다. 장기신용은행이 주로 대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금융 위주였지만 앞으로 중소기업 금융도 크게 발전할 것으로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 여신종합관리시스템 분야와 인연을 맺은 계기였다고 한다.
장기신용은행이 1999년 국민은행에 합병된 뒤 국민은행 안산중앙지점으로 발령을 받았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장기신용은행 멤버들과 함께 누리솔루션을 설립했다. 2000년 1월 설립 당시 20여명의 벤처기업으로 출범했으나 현재는 60명으로 늘었다. 올 매출 예상액은 약 90억원. 누리솔루션은 김 사장 등이 장기신용은행 시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여신시스템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며, 최근에는 농협과 외환은행 등의 여신종합관리시스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누리솔루션은 은행권의 바젤Ⅱ 특수에 힘입어 신용리스크관리시스템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