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럼] 통신시장 쏠림과 효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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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4-06-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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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포럼] 통신시장 쏠림과 효율
권영선 ICU 경영학부 교수

많은 경우 통신사업자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초기 투자비용은 큰 반면 일단 전국망을 갖춘 다음에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수반되는 증가비용은 작다. 따라서, 고객숫자가 증가하면 할수록 고객 1인당 소요되는 비용이 하락한다.

고객숫자가 증가하는 것은 통신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시장점유율이 높을수록 고객 1인당 서비스 제공비용이 낮아지게 된다.

고객 1인당 서비스 제공비용이 낮아지면 그만큼 싼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결국, 시장점유율이 증가할수록 기업의 비용경쟁력이 향상된다.

때문에 자유경쟁 상태의 통신시장에서 큰 기업은 더욱 커지고 작은 기업은 더욱 작아져 종국에는 퇴출되는 자연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보통신시장에서 독과점적 형태의 산업구조가 나타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통신시장에서 쏠림현상은 그 자체가 해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독점 그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관건은 독점으로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시장의 효율성이 높아지는가 아니면 낮아지는 가에 있다.

따라서 기업간 합병심사에 있어서 규제기관이 합병승낙 여부를 결정할 때 참고하는 중요기준의 하나는 바로 합병이 효율성을 높이는가 낮추는가에 있다. 통신시장에서 합병을 통하여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면 생산비용이 낮아지기 때문이 서비스 공급측면에서 효율성을 높인다. 물론, 이외에도 합병 후 중복된 인력의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추가적 비용절감효과도 발생한다. 신세기통신과 SK텔레콤의 합병 후에 증가한 당기순이익은 이러한 주장의 간접적인 증거가 된다.

혹자는 미국의 AT&T 분할 사례를 거론하면서 통신시장에 경쟁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례와 우리의 이동전화산업을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미국의 AT&T는 사실상 독점 유선전화사업자였다. 이미 전국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분할의 결과 복수의 전국네트워크가 새로 깔린 것이 아니고 단지 정부가 분할한 것은 영업주체를 분할한 것이다.

마치 이동전화서비스 제공을 위하여 정부가 전국 망을 깔고 영업권만을 과거 소주시장과 같이 지역별로 분할해 준 것과 같다. 현재 우리의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빌려 쓰던 깔아 쓰던 각자가 전국 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통신시장의 효율성을 증가시키고 소비자 후생도 증가시키면서 독점의 등장을 막으려면 KTF와 LG텔레콤이 합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사실 특별히 유도할 것도 없고 글자 그대로 공정경쟁만 시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진행되어 갈 것이다. 셀룰러와 PCS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합병하는 것은 곤란하다. 합병의 효과는 KTF와 LG텔레콤이 합쳐질 때 극대화된다.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두 개의 이동통신기업이 큰 차이는 없으나 서로 다른 기술을 활용하여 경쟁하는 것은 기술경쟁의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통합된 PCS 대표주자의 시장점유율이 SK텔레콤과 비슷해지면서 1인당 서비스 비용이 하락하게 되어 그만큼 요금인하 여력이 발생한다. 또한, 통신요금이 하락하면 그만큼 수요도 증가하게 되어 결국 통신시장의 파이가 커지게 된다.

종국에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소비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는 단지 두 기업의 묵시적 카르텔 형성만 규제를 통해 방지하면 된다. 쏠림현상이 나쁜 것이 아니고 중요한 것은 어떻게 쏠리게 하느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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