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관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중대한 사안에 대한 정책 결정을 내릴 때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를 활용하곤 한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나 여론조사라는 의견 수렴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은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하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국책기관들이 내놓는 연구물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그래서 정책의 정당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속된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때문에 정부 기관의 지휘체계를 고려할 때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의 정책 의지에 반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작성한 `이동전화 진화에 따른 번호계획 연구'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동전화 서비스 분야의 번호이동성 제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이미 확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통부의 번호이동성 정책과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 1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가입자 순으로 6개월 단위로 현재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순차적 번호 이동성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정통부의 정책 결정후 불과 8개월만에 공개된 이번 KISDI의 보고서는 순차적 도입이 아닌 동시전면도입을 우선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의 의견이 이렇게 상반되기 나오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데다 통신서비스 번호 계획이라는 중대한 정책을 결정한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사안이다.
우선 문제시되는 부분은 정통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미심쩍다는 점이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번호 계획은 국가 통신망의 구조와 맞물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건 장기간에 걸친 연구과 논의 그리고 검토단계를 거치면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통일 이후의 번호 체계까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논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번 번호이동성 제도 문제에 관한 한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통상적으로 거쳐야할 기본적인 프로세스조차 생략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도 전혀 없이 서둘러 결정한 배경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번호정책은 수천만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시장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통신 정책의 백년대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를 포함해 전반적인 통신서비스 번호 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잘못이 발견됐으면 뒤늦게라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국민의 편익을 고민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해야하는 정부의 자세다.
최승철 정보통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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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책기관들이 내놓는 연구물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맛에 딱 들어맞는, 그래서 정책의 정당성을 만들어내기 위한 내용들로 채워지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속된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다.
때문에 정부 기관의 지휘체계를 고려할 때 국책연구기관이 정부의 정책 의지에 반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경우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최근 정보통신부 산하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작성한 `이동전화 진화에 따른 번호계획 연구'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동전화 서비스 분야의 번호이동성 제도에 대한 연구결과를 담고 있는 이 보고서는 이미 확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는 정통부의 번호이동성 정책과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정통부는 지난 1월 SK텔레콤, KTF, LG텔레콤의 가입자 순으로 6개월 단위로 현재 전화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업자를 바꿀 수 있는 `순차적 번호 이동성 도입'을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정통부의 정책 결정후 불과 8개월만에 공개된 이번 KISDI의 보고서는 순차적 도입이 아닌 동시전면도입을 우선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산하 연구기관의 의견이 이렇게 상반되기 나오는 경우가 그리 흔치 않은데다 통신서비스 번호 계획이라는 중대한 정책을 결정한 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만한 사안이다.
우선 문제시되는 부분은 정통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미심쩍다는 점이다. 통신서비스 분야의 번호 계획은 국가 통신망의 구조와 맞물리는 대단히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건 장기간에 걸친 연구과 논의 그리고 검토단계를 거치면서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남북통일 이후의 번호 체계까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중 삼중의 논의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번 번호이동성 제도 문제에 관한 한 주요 정책을 결정할 때 통상적으로 거쳐야할 기본적인 프로세스조차 생략했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도 전혀 없이 서둘러 결정한 배경에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번호정책은 수천만에 이르는 이용자들의 생활 패턴을 바꾸고 시장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통신 정책의 백년대계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제도를 포함해 전반적인 통신서비스 번호 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잘못이 발견됐으면 뒤늦게라도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국민의 편익을 고민하고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지원해야하는 정부의 자세다.
최승철 정보통신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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