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대] 10.20대 고객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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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3-02-2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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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 10.20대 고객 배려
안재현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정보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으며, 이러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말레이시아 중국 등에 기술 컨설팅과 시스템 수출까지 이루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닷컴 몰락 이후 IT산업의 침체 상황에서 AT&TㆍBT 등 세계의 유수 정보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주가하락과 수익성 감소로 어려움을 맞고 CEO가 모두 교체되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유독 우리나라의 기업들만은 유래 없는 고성장과 수익을 누리며 세계적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문제의 본질은 우리의 성장이 본질적 기술력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이룩한 성장이 아닌, 국내시장에서의 소비와 자본투자에 따른 인프라 확장이라는 외형적 성장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런 외형적인 성장이 과연 우리 국민에게 실질적 가치와 생산성을 제고해주는 긍정적 성장인가, 비대칭적 정보 소유에 따른 계층간 갈등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정보 보안에는 문제가 없는가 등등이 이슈로 제기된다.

그러나 필자가 우려하는 다른 문제는 바로 국내시장에서의 소비를 담당했던 소비집단에 관한 것이다. 현재 정보통신업계 발전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초기의 정보통신서비스를 넉넉하게 수용해준 마음좋은(?) 10대 20대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왕성한 호기심과, 동일체 의식, 비합리적 소비 행태와 아울러 정보통신서비스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전략들은 우리가 몇개의 기네스북 기록을 세우기에 충분했다.

이들은 때론 PC방에서 밤을 새며, 때론 공부하는지 감시하는 부모의 눈을 피해 네트워크 게임을 하고, 동호회 사이트에 들어가 수시로 채팅을 하면서 수업시간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산업발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것이다. 초기수용자(Early adopter)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던 우리의 10대와 20대가 없었다면 지금의 정보통신시장은 아마 매우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10대와 20대가 정보통신업계의 발전에 미친 중요한 역할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성세대가 그들에게 제공한 참담한 환경의 역기능을 통해 가능하게 됐다. 잔디 하나 보기 힘든 빽빽한 아파트, 체육시설이라고는 맨땅에 축구 골대 2개가 고작인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 숨막히는 듯한 학원. 그들이 갈 곳은 현실의 벽을 넘어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고 즐길 수 있는 사이버 공간밖엔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통신사업자들은 국가정보화를 위해 많은 액수의 정보화 촉진기금을 납부해 왔다. 2001년에는 1조 3000억 원의 IMT-2000 비동기 사업자 출연금도 냈다. 그런데 이러한 기금에서 나오는 투자에는 오늘날의 정보통신산업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한 우리의 충실한 소비자 10대 20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그들이 사이버 세상이 아닌 현실세계에서도 건전하게 성장하고 휴식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10대 20대의 나이에 필요한 체육시설, 여가시설, 휴양시설, 독서시설 등은 국가정보화 추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점을 정보화사업 추진 당사자인 정보통신부가 정책입안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 줄 것을 제안한다. 그것이 우리가 그들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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