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이상용, 헛소문의 희생양](http://contents.dt.co.kr/images/202505/2025051402102269058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이상용, 헛소문의 희생양")
'힘의 상징' 이상용이 처음부터 건강했던 건 아니었다. 그를 임신한 어머니가 아버지를 찾아 충남 부여에서 함경북도 회령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부여까지 걸어 내려와 그를 낳았다고 한다. 미숙아로 극히 병약하게 태어나 여섯 살 때까지 잘 걷지도 못했다. 11살 때부터 죽기 살기로 날마다 운동해 몸이 건강해졌다. 그때 이후 최근까지 하루 2시간 운동을 거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근육이 길러져 '미스터 대전고', '미스터 고려대'에 뽑힐 정도가 됐다.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무작정 MBC로 가 대전고 선배 PD에 '들이댔다'. 거절당하자 20일 동안 MBC 앞에서 눈을 쓸고 모든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변웅전이 진행하던 '유쾌한 청백전'의 보조MC 기회가 주어졌다. 관계자들에게 '최초의 학사 출신 코미디언'이라고 소개됐다고 한다. 목숨 걸고 임한 이 프로그램을 통해 근육의 '뽀빠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인에게 근육 캐릭터는 매우 낯선 것이었다.
1975년에 KBS 어린이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에서 일약 사회자로 등극했다. 무작정 프로그램을 돕다가 어느 날 대타 진행을 맡은 인연으로 나중에 정식 사회자가 된 것이다. 무려 15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초통령'으로 군림했고, 그때 '뽀빠이 아저씨'로 전 국민에게 각인됐다.
1989년 운명의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 사회를 맡았다. 군부대 위문 프로그램이지만 군대를 넘어서 거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 프로그램을 장기간 진행하며 확실한 국민MC 반열에 올랐다.
그렇게 정점에 오른 순간 불행이 닥쳤다. 1996년 11월 '우정의 무대' 녹화 당일 아침에 대중목욕탕에서 수사관에게 잡혀갔다고 한다.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횡령 제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가 '모이자 노래하자'를 진행하던 1980년에 수술비가 없다는 한 심장병 어린이의 사연이 방송국에 알려졌다. 병약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 이상용은 당시 600만원 전세집에 살던 상황에서 밤무대를 뛰며 수술비 1800만원을 마련해줬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까지 그에게 도와달라는 연락을 해왔다. 이를 외면하지 못하고 그는 심장병 어린이 후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번 돈은 대부분 이 사업에 들어갔고 후원금도 받았는데 그걸 횡령해 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3개월 가량의 조사 끝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이미 이미지가 추락한 후였고 '우정의 무대'는 폐지되고 말았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결백을 주장하다 그 즈음에 별세했다. 이상용은 억울한 심정에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상황까지 갔었다고 한다. 당시 후원 사업이 중단되면서 수술을 기다리던 아이가 사망한 것도 그에게 큰 아픔이었다.
부자라는 소문과 달리 당시 그에겐 400만원 정도의 재산밖에 없었다고 알려졌다. 미국으로 가 관광가이드로 일하며 팁을 받아 돈을 모았다. 귀국해서도 한때 일당 받고 농사일을 거들 정도로 힘든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오랫동안 날마다 1000원짜리 신권 100장을 뽑아 어려운 이웃에 나눠줬다고 한다.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이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성품이었던 것 같다. 그의 꾸준한 후원 사업으로 새 생명을 찾은 어린이가 567명에 달한다고 한다. 만약 허위 제보만 없었다면, 또는 무혐의 결정 이후에 이미지 회복만 잘 됐더라도 더 많은 후원이 가능했을 것이다.
요즘도 누군가의 주장으로 연예인들이 나락으로 떨어지곤 한다.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인데도 많은 누리꾼들은 종종 공분한다. 진실공방 중에 해당자의 이미지가 추락하고 설사 억울함이 밝혀져도 이미지 원상복구는 어렵다. 수사결과나 보도를 불신하면서 의혹을 계속 믿는 사람들도 많다. '우정의 무대' 국민 MC 이상용을 끌어내린 것도 바로 그런 헛소문이었다. 과거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는 인터넷 시대에도 헛소문 피해가 여전하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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