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길 인터넷부장
비닐이 우리나라 농촌에 보급된 것은 1950년대 중반이다.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공기의 흐름을 잘 차단해 겨울철 온실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시골 학교에서는 썩지 않는 비닐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가르쳤다. 값싸고 영구적이니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 곧 재앙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다. 비닐은 땅 속에 들어가 식물과 미생물의 숨통을 막았고, 태우면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을 대기 속에 흩뿌렸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행하게도 비닐의 전철을 밟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 비닐보다 더 무서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는 한번 생성되면 복사(copy)에 의해 무한히 번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쉽게 변형되는 특성까지 갖췄다. 썩지 않은 비닐처럼 죽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는 인터넷이라는 유통 경로를 통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정보 쓰레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인터넷기업 사장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서버(server) 얘기가 화제가 됐다. 1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A사 사장은 1000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B사 사장은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채우고 있는 정보를 분석해보니 쓰레기 정보가 90%를 넘더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100대면 될 서버를 1000대나 도입한 셈이다.
이처럼 인터넷 기업들이 늘어나는 정보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자업자득일 수 있다. 회원 확보를 위해 무료 이메일 저장용량을 무리하게 늘린 게 화근이다. 결국 수익과 무관하게 서버를 계속 늘려야 했고, 이를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정보에 유통기한을 두지 않은 데 있다. 정보는 늘어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퇴출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인터넷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산업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터넷에 유통되는 디지털 정보의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예를 들어 이메일은 10일, 휴면 이메일 계정은 1년 등으로 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큰 문제는 정보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팸메일이다. 이 광고성 메일은 메일주소 추출 프로그램, 대량메일 발송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수많은 서버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발신자 위주의 정책안으로, 수신자가 메일 수신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각종 스팸메일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팸메일에 길을 열어줌으로써 정보 쓰레기를 양산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보 쓰레기를 줄이려면 명백한 수신 동의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메일을 동의로 간주하는 현행 옵트아웃(Opt-out)을 버리고, 수신자가 동의의사를 밝힌 이메일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비닐이 우리나라 농촌에 보급된 것은 1950년대 중반이다. 빛을 투과시키면서도 공기의 흐름을 잘 차단해 겨울철 온실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시골 학교에서는 썩지 않는 비닐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가르쳤다. 값싸고 영구적이니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썩지 않는다는 것이 곧 재앙이라는 사실을 오랫동안 깨닫지 못했다. 비닐은 땅 속에 들어가 식물과 미생물의 숨통을 막았고, 태우면 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을 대기 속에 흩뿌렸다.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불행하게도 비닐의 전철을 밟고 있다. 디지털 정보가 비닐보다 더 무서운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는 한번 생성되면 복사(copy)에 의해 무한히 번식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또 쉽게 변형되는 특성까지 갖췄다. 썩지 않은 비닐처럼 죽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이러한 디지털 정보는 인터넷이라는 유통 경로를 통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정보 쓰레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며칠 전 인터넷기업 사장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서버(server) 얘기가 화제가 됐다. 100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A사 사장은 1000대의 서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B사 사장은 자사의 데이터베이스를 채우고 있는 정보를 분석해보니 쓰레기 정보가 90%를 넘더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100대면 될 서버를 1000대나 도입한 셈이다.
이처럼 인터넷 기업들이 늘어나는 정보에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자업자득일 수 있다. 회원 확보를 위해 무료 이메일 저장용량을 무리하게 늘린 게 화근이다. 결국 수익과 무관하게 서버를 계속 늘려야 했고, 이를 유지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데 상당한 값을 지불해야 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디지털 정보에 유통기한을 두지 않은 데 있다. 정보는 늘어나는데 이를 줄일 수 있는 퇴출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인터넷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터넷산업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인터넷에 유통되는 디지털 정보의 유통기한을 설정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다. 예를 들어 이메일은 10일, 휴면 이메일 계정은 1년 등으로 정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폐지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큰 문제는 정보 쓰레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스팸메일이다. 이 광고성 메일은 메일주소 추출 프로그램, 대량메일 발송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수많은 서버를 오염시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의결된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은 발신자 위주의 정책안으로, 수신자가 메일 수신에 대한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각종 스팸메일을 받을 수밖에 없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팸메일에 길을 열어줌으로써 정보 쓰레기를 양산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정보 쓰레기를 줄이려면 명백한 수신 동의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메일을 동의로 간주하는 현행 옵트아웃(Opt-out)을 버리고, 수신자가 동의의사를 밝힌 이메일만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