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은 키보드보다 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800파운드짜리의 거대하고 고집스러운 황소처럼 보인다. 처음엔 평범한 보여도 (윈도나 팜톱·온라인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MS는 몇년이 걸리건 끈질기게 밀어붙여 결국엔 성공작을 내놓고 만다.
최근 컴팩과 에이서·도시바·후지쓰 등을 통해 출시한 태블릿PC 역시 MS의 고집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태블릿PC는 펜컴퓨팅(Pen computing)이라는 MS의 오랜 꿈에 한 걸음 다가서는 제품이다. 사실 펜컴퓨팅은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MS의 윈패드(WinPad)를 비롯, 윈도CE를 탑재한 정보기기는 값비싼 실패작이었다. 그리패드(GridPad)와 Eo 같은 제품은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애플의 뉴튼도 끝장났다. 올해 등장한 IBM의 트랜스노트(TransNote)와 소니의 바이오 슬림톱(Vaio Slimtop)도 조용히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좀 다르다. MS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펜컴퓨팅의 성공을 위한 공식을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확신에 찬 나머지 빌 게이츠는 "5년 내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PC가 될 것"이라는 공언까지 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이 새 제품이 윈도 XP태블릿PC 에디션이라는 OS를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뉴튼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 MS는 필기체 인식이 태블릿PC의 주요기능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키보드 없이 필기판처럼 생긴 태블릿PC만 상상하던 사람에겐 의외의 말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단지 몇 종류의 태블릿PC만이 말 그대로 `태블릿'(tablet)이다.
내가 테스트해본 5종의 태블릿 PC 역시 키보드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컴팩의 TC1000, 후지쓰의 스타일리스틱 ST4000과 모션의 M1200은 분리가 가능한 키보드를 채택했다. 다른 모델인 도시바의 포티지와 에이서의 트래블메이트 C100은 겉보기부터 전통적인 노트북이랑 똑같다. 이 두 제품은 펜으로 입력할 필요가 없을 때는 스크린을 180도 회전시켜 키보드 위에 접어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태블릿이 두 배로 두터워지면서 필기입력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화면이 앞면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태블릿PC의 스크린은 특수한 마그네틱으로 만들어진 스타일러스 펜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팜 오거나이저처럼 손톱이나 이쑤시게 따위로 글씨를 입력할 수는 없다. 스타일러스를 잃어버리면 값비싼 터치스크린이 쓸모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스크린 위에 글씨쓰기는 결과가 종이처럼 만족스럽지는 못하다고 해도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다. 태블릿PC의 최대장점은 윈도 저널이라고 불리는 노트기능이다. 윈도 저널은 실제의 노트처럼 줄이 처진 그림을 펼쳐주고, 여기에 필기를 한 후 내용을 지우거나 색을 입히고 활자체를 바꿀 수도 있도록 해주는 `가상의 노트'다. 특정단어를 검색하면, 심지어 글씨를 거꾸로 쓰거나 가장자리 여백에 메모해 놓을 것까지 찾아준다.
태블릿PC로 쓴 필기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면 MS가 웹사이트에 올려놓을 예정인 저널 뷰어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현재는 몇몇 프로그램만이 태블릿PC의 필기체를 인식할 수 있다. 태블릿PC 사용자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필기내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프로그램인 `오피스 팩'을 다운로드해야 한다.
이 오피스 팩을 사용하면 필기체로 쓴 이메일을 아웃룩으로 보낼 수 있다. 사실 메일을 받은 사람은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으로 이메일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편지내용을 카피하거나 편집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필기체 편지는 타이핑된 이메일이 줄 수 없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놓친 것이 있다면 `오피스팩'을 이용해 워드문서로 원고를 교정할 때 문서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화살표·밑줄 긋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드 프로그램에서 인식한 필기내용은 네모 박스 안에 고정된 형태로 갇혀 변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기체 인식의 성공률은 글씨체가 반듯하면 정확한 편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작은 실수가 때로는 짜증스럽다. "이 소프트웨어는 멋져"(This software is terrific)라고 쓴 글이 "이 소프트웨어는 별로야"(this software is trifle)로 바뀌는 식이다. 특정단어를 강조하기 위해 대문자로 글자를 입력할 수도 없다. `We LOVE computers'라고 쓴다 해도 결과는 `love'가 소문자로 찍혀 나온다.
모든 태블릿PC는 시리얼과 패러랠 포트가 없었으며, 스크린은 10.4인치로 작은 편이었다. CD와 DVD는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분리형이 대부분이었다.
도킹 스테이션(별도로 250~300달러)를 제공하는 제품의 경우 태블릿만 따로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면 편리하다. 하지만 태블릿으로 노트북을 완전대체하기는 어렵다. 외출할 때는 석판과 키보드·CD브라이브·파워코드 등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스크린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덮개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안전하다.
가격도 비싸다. 컴팩의 경우 일반 노트북보다 훨씬 비싼 2200달러다. 터치 스크린에 500달러 정도를 더 내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튼튼하고 망가질 걱정 없고 어떤 필기도구로도 쓸 수 있는 `종이로 만든 노트'일지도 모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800파운드짜리의 거대하고 고집스러운 황소처럼 보인다. 처음엔 평범한 보여도 (윈도나 팜톱·온라인서비스가 그랬던 것처럼) MS는 몇년이 걸리건 끈질기게 밀어붙여 결국엔 성공작을 내놓고 만다.
최근 컴팩과 에이서·도시바·후지쓰 등을 통해 출시한 태블릿PC 역시 MS의 고집을 입증하는 좋은 사례다. 태블릿PC는 펜컴퓨팅(Pen computing)이라는 MS의 오랜 꿈에 한 걸음 다가서는 제품이다. 사실 펜컴퓨팅은 그동안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실패를 거듭했다.
MS의 윈패드(WinPad)를 비롯, 윈도CE를 탑재한 정보기기는 값비싼 실패작이었다. 그리패드(GridPad)와 Eo 같은 제품은 아예 기억 속에서 지워졌다. 애플의 뉴튼도 끝장났다. 올해 등장한 IBM의 트랜스노트(TransNote)와 소니의 바이오 슬림톱(Vaio Slimtop)도 조용히 잊혀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번에 좀 다르다. MS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펜컴퓨팅의 성공을 위한 공식을 발견한 것처럼 보인다. 확신에 찬 나머지 빌 게이츠는 "5년 내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PC가 될 것"이라는 공언까지 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이 새 제품이 윈도 XP태블릿PC 에디션이라는 OS를 채택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뉴튼의 전처를 밟지 않기 위해 MS는 필기체 인식이 태블릿PC의 주요기능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키보드 없이 필기판처럼 생긴 태블릿PC만 상상하던 사람에겐 의외의 말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단지 몇 종류의 태블릿PC만이 말 그대로 `태블릿'(tablet)이다.
내가 테스트해본 5종의 태블릿 PC 역시 키보드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컴팩의 TC1000, 후지쓰의 스타일리스틱 ST4000과 모션의 M1200은 분리가 가능한 키보드를 채택했다. 다른 모델인 도시바의 포티지와 에이서의 트래블메이트 C100은 겉보기부터 전통적인 노트북이랑 똑같다. 이 두 제품은 펜으로 입력할 필요가 없을 때는 스크린을 180도 회전시켜 키보드 위에 접어놓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태블릿이 두 배로 두터워지면서 필기입력이 가능한 터치스크린 화면이 앞면에 나오게 되는 셈이다.
태블릿PC의 스크린은 특수한 마그네틱으로 만들어진 스타일러스 펜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팜 오거나이저처럼 손톱이나 이쑤시게 따위로 글씨를 입력할 수는 없다. 스타일러스를 잃어버리면 값비싼 터치스크린이 쓸모 없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스크린 위에 글씨쓰기는 결과가 종이처럼 만족스럽지는 못하다고 해도 아무튼 재미있는 일이다. 태블릿PC의 최대장점은 윈도 저널이라고 불리는 노트기능이다. 윈도 저널은 실제의 노트처럼 줄이 처진 그림을 펼쳐주고, 여기에 필기를 한 후 내용을 지우거나 색을 입히고 활자체를 바꿀 수도 있도록 해주는 `가상의 노트'다. 특정단어를 검색하면, 심지어 글씨를 거꾸로 쓰거나 가장자리 여백에 메모해 놓을 것까지 찾아준다.
태블릿PC로 쓴 필기내용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면 MS가 웹사이트에 올려놓을 예정인 저널 뷰어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현재는 몇몇 프로그램만이 태블릿PC의 필기체를 인식할 수 있다. 태블릿PC 사용자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으로 필기내용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무료 프로그램인 `오피스 팩'을 다운로드해야 한다.
이 오피스 팩을 사용하면 필기체로 쓴 이메일을 아웃룩으로 보낼 수 있다. 사실 메일을 받은 사람은 텍스트가 아닌 그래픽으로 이메일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편지내용을 카피하거나 편집할 수는 없다. 그래도 필기체 편지는 타이핑된 이메일이 줄 수 없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놓친 것이 있다면 `오피스팩'을 이용해 워드문서로 원고를 교정할 때 문서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화살표·밑줄 긋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워드 프로그램에서 인식한 필기내용은 네모 박스 안에 고정된 형태로 갇혀 변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필기체 인식의 성공률은 글씨체가 반듯하면 정확한 편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작은 실수가 때로는 짜증스럽다. "이 소프트웨어는 멋져"(This software is terrific)라고 쓴 글이 "이 소프트웨어는 별로야"(this software is trifle)로 바뀌는 식이다. 특정단어를 강조하기 위해 대문자로 글자를 입력할 수도 없다. `We LOVE computers'라고 쓴다 해도 결과는 `love'가 소문자로 찍혀 나온다.
모든 태블릿PC는 시리얼과 패러랠 포트가 없었으며, 스크린은 10.4인치로 작은 편이었다. CD와 DVD는 따로 들고 다녀야 하는 분리형이 대부분이었다.
도킹 스테이션(별도로 250~300달러)를 제공하는 제품의 경우 태블릿만 따로 들고 회의실에 들어가면 편리하다. 하지만 태블릿으로 노트북을 완전대체하기는 어렵다. 외출할 때는 석판과 키보드·CD브라이브·파워코드 등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 스크린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기 때문에 덮개를 가지고 다니는 편이 안전하다.
가격도 비싸다. 컴팩의 경우 일반 노트북보다 훨씬 비싼 2200달러다. 터치 스크린에 500달러 정도를 더 내는 셈이다.
어떻게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튼튼하고 망가질 걱정 없고 어떤 필기도구로도 쓸 수 있는 `종이로 만든 노트'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