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위기에 빠진 초중고 정보화담당 교사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초·중등 정보화 교육은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할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보화 교육의 최일선에 서 있는 전산담당교사마저도 자신의 역할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 교육에 있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교육전문가들은 멀티미디어 기자재 등 하드웨어 공급으로 시작된 정보화 교육이 우리의 교육 현실에 뿌리내리려면 소프트웨어적 접근법, 즉 교육학적 관점에서 정보화에 접근해야 하며, 교과과정에 이 같은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일선학교의 정보화교육 실태를 진단하고 정보화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선생님인가 기능직원인가’
일선 초·중등학교 컴퓨터교사(전산담당교사)들이 정체성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보수는 일반교사보다 낮고, 1∼2명이 학교 전체의 전산업무를 떠맡는 등 업무는 과중하다. 이들은 가르치는 보람을 생각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사설 컴퓨터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의 3만여 컴퓨터 교사들은 자신들이 교사인지, 전산기능직 사원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생활기록부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의 관리·유지·보수는 물론 교내 각종 전산시스템의 백업 및 데이터변환 등 전산에 관련된 모든 작업이 전산담당교사의 업무다. 오는 2003년부터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이 각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돼 전산교사들의 업무부담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교내 각종 전산시스템 관리업무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전산담당교사는 “학교에서 ‘컴퓨터’나 ‘정보’란 말만 들어가면 모두 우리 몫”이라며 “지난해 거의 매일 야근에 밤샘을 거듭하며 학생생활기록부와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작업을 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어·영어·수학 등 소위 ‘인기과목’ 선생님들은 시간외 수당 조항에 따라 보충수업을 하는 만큼의 수당을 받고 있지만 전산교사들의 추가업무에 대한 보수는 임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동료 교사에 비해 20만∼30만원 가량 임금 차이가 난다는 것도 컴퓨터 교사들의 말 못할 고충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문서작업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전산교사들의 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보수도 못받는 컴퓨터교사들은 공문이나 대충 처리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정체성 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은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육정보화 열풍이 불던 1∼2년 전에는 방과후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학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 컴퓨터 사교육에 힘입어 대부분 아이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높은 수준인 반면, 일부 교사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보산업을 교육한다는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보산업담당 교사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농업이나 공업 등을 가르친 50대 중반의 교사들”이라며 “이들은 120시간의 연수를 받고 담당이 되긴 했지만 아이들보다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번 주에 학내망 보안과 관련된 전산교사들의 모임이 있는데, 여기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전산 뿐 아니라 국어과목에도 컴퓨터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하고 연구하는 분들”이라며 “그러나 교육계에서 컴퓨터교사들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이뤄지고 이들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이런 동료 선생님들을 더 이상 교단에서 보기 힘들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교육정보화를 급속히 추진하다보니 전산담당교사를 위한 적절한 교육이 미흡했고 인력배치도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며, 현재 각 시·도 교육청별로 교내전산업무를 전담할 콜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기자.김응열기자>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초·중등 정보화 교육은 그 수혜자가 되어야 할 학생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보화 교육의 최일선에 서 있는 전산담당교사마저도 자신의 역할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보화 교육에 있어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다.
교육전문가들은 멀티미디어 기자재 등 하드웨어 공급으로 시작된 정보화 교육이 우리의 교육 현실에 뿌리내리려면 소프트웨어적 접근법, 즉 교육학적 관점에서 정보화에 접근해야 하며, 교과과정에 이 같은 마인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일선학교의 정보화교육 실태를 진단하고 정보화교육 백년대계를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선생님인가 기능직원인가’
일선 초·중등학교 컴퓨터교사(전산담당교사)들이 정체성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보수는 일반교사보다 낮고, 1∼2명이 학교 전체의 전산업무를 떠맡는 등 업무는 과중하다. 이들은 가르치는 보람을 생각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사설 컴퓨터 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의 3만여 컴퓨터 교사들은 자신들이 교사인지, 전산기능직 사원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생활기록부나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의 관리·유지·보수는 물론 교내 각종 전산시스템의 백업 및 데이터변환 등 전산에 관련된 모든 작업이 전산담당교사의 업무다. 오는 2003년부터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이 각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돼 전산교사들의 업무부담이 줄어든다고는 하지만, 교내 각종 전산시스템 관리업무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대구의 한 고등학교 전산담당교사는 “학교에서 ‘컴퓨터’나 ‘정보’란 말만 들어가면 모두 우리 몫”이라며 “지난해 거의 매일 야근에 밤샘을 거듭하며 학생생활기록부와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 작업을 했지만, 이에 대한 대가는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어·영어·수학 등 소위 ‘인기과목’ 선생님들은 시간외 수당 조항에 따라 보충수업을 하는 만큼의 수당을 받고 있지만 전산교사들의 추가업무에 대한 보수는 임금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동료 교사에 비해 20만∼30만원 가량 임금 차이가 난다는 것도 컴퓨터 교사들의 말 못할 고충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문서작업이 대부분인 학교에서 전산교사들의 일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취급돼 온당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라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보수도 못받는 컴퓨터교사들은 공문이나 대충 처리하는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교사들의 정체성 위기를 부채질하는 것은 사교육에 밀리는 공교육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교육정보화 열풍이 불던 1∼2년 전에는 방과후 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우겠다는 학생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경향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또 컴퓨터 사교육에 힘입어 대부분 아이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높은 수준인 반면, 일부 교사들은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정보산업을 교육한다는 한 고등학교 교사는 “정보산업담당 교사 가운데 상당수가 과거 농업이나 공업 등을 가르친 50대 중반의 교사들”이라며 “이들은 120시간의 연수를 받고 담당이 되긴 했지만 아이들보다 컴퓨터 지식이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번 주에 학내망 보안과 관련된 전산교사들의 모임이 있는데, 여기 참여하는 선생님들은 전산 뿐 아니라 국어과목에도 컴퓨터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하고 연구하는 분들”이라며 “그러나 교육계에서 컴퓨터교사들에 대한 온당한 평가가 이뤄지고 이들의 위상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는다면, 이런 동료 선생님들을 더 이상 교단에서 보기 힘들게 될 지 모른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교육정보화를 급속히 추진하다보니 전산담당교사를 위한 적절한 교육이 미흡했고 인력배치도 효과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교육부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으며, 현재 각 시·도 교육청별로 교내전산업무를 전담할 콜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정연기자.김응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