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브룩스 지음/형선호 옮김/동방미디어/9000원
한 시대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을 엿보고자 하는 심리에는 호기심 이상의 동경이 담겨 있다. 엘리트를 꿈꾸지 않는 자가 없듯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사실 연예인들에 못지 않다. 그러나 설령 자랑거리가 있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좀처럼 뉴스에 오르지 않는다.
1950년대까지 미국 상류사회를 이끌었던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WASP라는 이름은 이들 엘리트집단이 하얀 피부와 앵글로색슨의 혈통을 가지고 있고, 개신교를 믿기 때문에 붙여진 것. 이들은 영국 귀족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식 부르주아 미덕이라고나 할까. 검약, 정직, 질서, 중용, 근면 등을 부르짖던 프랭클린으로부터 미국 상류계급은 실용적이고 민주적인 미국식 부르주아 도덕을 만들어낸 것이다.
신문기자 출신의 데이비드 브룩스는 좀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상류계급들을 뉴욕타임스 웨딩섹션을 통해 투영해 보면서, 이들이 개개인의 재능과 사교성이 아닌 혈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들 상류 엘리트 사이의 결혼을 소개하면서 출신대학, 대학원 학위, 사회 경력, 그리고 부모의 직업을 강조해 왔다. 이 네가지 요소야말로 미국 상류계급을 정확하게 특징짓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엘리트 계급도 사회변천에 따라 변하고 있었다. 브룩스는 그의 예리한 눈으로 뉴욕타임스 웨딩섹션 내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았다. 바로 기존 부르주아 WASP에 대한 보헤미안들의 도전이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이들은 기존 혈통 중심의 엘리트와 달리 교육받은 계층(the educated class)로서 새로운 엘리트집단을 만들어냈다. 보헤미안 엘리트들은 좀처럼 자기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WASP 엘리트와 달리 자유분방한 자기표현을 즐겼고, 죄악시했던 이혼, 범죄, 마약, 혼전임신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졸업에서 벤(더스틴 호프만)이 명문가 사이의 멋진 팀을 이루려고 결혼식장에 선 엘레인(캐서린 로스)의 손을 이끌고 도망쳐나옴으로써 기존 부르주아에 대한 불만은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2001년 뉴욕타임스를 장식하고 있는 엘리트들은 보헤미안들이 아니다. 이 지면은 새로운 엘리트 계급인 보보(Bobo)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브룩스가 정의한 보보들은 인터넷 등 정보시대의 출현과 더불어 한 발은 부르주아의 세계에, 다른 한발은 보헤미안의 세계에 딛고 출현했다.
이 책은 보보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미국 엘리트들의 변천과 특징을 담고 있다. 또한 부르주아, 보헤미안, 그리고 보보들이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섹스), 영적인 삶, 정치 등을 통해 비교하고 있다.
브룩스는 이 책을 통해 보보들이 미국의 범죄율을 낮추고, 이혼율, 낙태율, 마약복용, 10대 음주 및 임신 등을 줄였고, 경제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보보들이 사적이고 지역적인 삶의 편안함을 즐기는 나머지 국가통합이나 특유의 역사적 사명감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고, 엘리트로서의 책임감, 특히 공적인 봉사의 에토스(ethos)를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대길기자>
한 시대를 이끄는 엘리트 집단을 엿보고자 하는 심리에는 호기심 이상의 동경이 담겨 있다. 엘리트를 꿈꾸지 않는 자가 없듯이, 이들에 대한 관심은 사실 연예인들에 못지 않다. 그러나 설령 자랑거리가 있더라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좀처럼 뉴스에 오르지 않는다.
1950년대까지 미국 상류사회를 이끌었던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WASP라는 이름은 이들 엘리트집단이 하얀 피부와 앵글로색슨의 혈통을 가지고 있고, 개신교를 믿기 때문에 붙여진 것. 이들은 영국 귀족과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벤자민 프랭클린식 부르주아 미덕이라고나 할까. 검약, 정직, 질서, 중용, 근면 등을 부르짖던 프랭클린으로부터 미국 상류계급은 실용적이고 민주적인 미국식 부르주아 도덕을 만들어낸 것이다.
신문기자 출신의 데이비드 브룩스는 좀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힘든 상류계급들을 뉴욕타임스 웨딩섹션을 통해 투영해 보면서, 이들이 개개인의 재능과 사교성이 아닌 혈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들 상류 엘리트 사이의 결혼을 소개하면서 출신대학, 대학원 학위, 사회 경력, 그리고 부모의 직업을 강조해 왔다. 이 네가지 요소야말로 미국 상류계급을 정확하게 특징짓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엘리트 계급도 사회변천에 따라 변하고 있었다. 브룩스는 그의 예리한 눈으로 뉴욕타임스 웨딩섹션 내용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았다. 바로 기존 부르주아 WASP에 대한 보헤미안들의 도전이었다.
1960년대에 등장한 이들은 기존 혈통 중심의 엘리트와 달리 교육받은 계층(the educated class)로서 새로운 엘리트집단을 만들어냈다. 보헤미안 엘리트들은 좀처럼 자기자신을 드러내지 않던 WASP 엘리트와 달리 자유분방한 자기표현을 즐겼고, 죄악시했던 이혼, 범죄, 마약, 혼전임신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 졸업에서 벤(더스틴 호프만)이 명문가 사이의 멋진 팀을 이루려고 결혼식장에 선 엘레인(캐서린 로스)의 손을 이끌고 도망쳐나옴으로써 기존 부르주아에 대한 불만은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2001년 뉴욕타임스를 장식하고 있는 엘리트들은 보헤미안들이 아니다. 이 지면은 새로운 엘리트 계급인 보보(Bobo)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브룩스가 정의한 보보들은 인터넷 등 정보시대의 출현과 더불어 한 발은 부르주아의 세계에, 다른 한발은 보헤미안의 세계에 딛고 출현했다.
이 책은 보보의 출현에 이르기까지 미국 엘리트들의 변천과 특징을 담고 있다. 또한 부르주아, 보헤미안, 그리고 보보들이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이는지 소비, 비즈니스 라이프, 지적인 삶, 즐거움(섹스), 영적인 삶, 정치 등을 통해 비교하고 있다.
브룩스는 이 책을 통해 보보들이 미국의 범죄율을 낮추고, 이혼율, 낙태율, 마약복용, 10대 음주 및 임신 등을 줄였고, 경제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칭찬하고 있다. 그러나 보보들이 사적이고 지역적인 삶의 편안함을 즐기는 나머지 국가통합이나 특유의 역사적 사명감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하고, 엘리트로서의 책임감, 특히 공적인 봉사의 에토스(ethos)를 발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홍대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