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석종훈입니다. 지난 1∼2일 실리콘밸리에서는 국내의 14개 벤처기업이 투자유치를 위해 이곳의 벤처캐피털리스트에게 사업계획을 설명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내의 벤처투자자금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벤처의 본고장이랄 수 있는 실리콘밸리에서 정면승부를 걸어보자고 달려온 기업들이었습니다.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즉석’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당장 현금을 받아들고 돌아간 기업은 없지만 참가기업은 나름대로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몇몇 기업은 본격적인 투자교섭에 들어갔고, 앞으로 비즈니스추진상황을 보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약속을 받은 기업도 있었습니다. 이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들도 “독특한 아이템이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마다 또는 사업분야마다 필요한 정보가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투자설명회 전날의 한 모임에서 바버라 할리 IBI소장이 들려준 얘기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할리 소장은 과거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 이름을 들으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팅사업의 효시랄 수 있는 IBI(물론 IBI는 기업이 아닙니다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소장을 맡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나라가 벤처육성 노하우를 구하려고 그녀를 찾거나 초청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찾는 각국의 벤처기업을 가장 많이 만나는 인사 가운데 하나인 할리 소장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외국의 벤처기업이 범하는 10가지 실수’라는 주제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우선 외국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플랜에 ‘시장분석’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즈니스 플랜마다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이 좋다는 점을 상세히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시장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는지에 관한 설명도 잘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마케팅환경은 다릅니다. “우리 제품이 좋으니까 금방 소비자에게 알려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 소비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유통채널은 어떻게 뚫을 것인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비즈니스 플랜으로는 현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로는 경쟁자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당신 말대로 아이디어가 그렇게 좋고 시장잠재력이 크다면 마이크로소프트·선인텔·오라클·AOL이 왜 나서지 않았겠느냐?”고 자주 반문합니다. 또한 이처럼 쟁쟁한 회사의 뛰어난 기술인력이 마음먹고 달려들 때 어떻게 이들의 공세를 이겨내겠느냐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는 조언입니다.
세번째로 부족한 것은 시장진입전략입니다. 할리 소장은 한 외국기업인이 “미국시장은 외국기업에 배타적이어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자신이 보기에는 시장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인이 미국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서 사업하려면 미국시장의 시스템을 불평할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다음으로는 사람을 채용하고, 마케팅활동을 벌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기본물가가 비싼 도시입니다. 이곳의 전문가를 활용하려면 한국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돈이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외국기업은 이 같은 ‘투자’를 하려는 의지나 능력을 갖추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외국계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에서 부족한 마지막 항목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꾸려나가는 전략을 들었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갖는 기업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실리콘밸리에 오는 벤처기업의 직원에게 부족한 다섯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여기에서도 그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실리콘밸리에 직원을 파견하는 기업은 미국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이곳에 파견나온 사람의 의사결정권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에 파견돼 일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현지분위기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원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벤처기업은 본사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어 현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미국 현지의 사무소와 본국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사무실의 컴퓨터기종을 선택하는 문제도 본국과 상의해 결정하느라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비즈니스문화를 익히는 데 요구되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것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혔습니다. 그녀는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하려면 적어도 한 주일에 다섯 차례 이상은 조찬·오찬·만찬을 가리지 말고 실리콘밸리의 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30장의 명함을 갖고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 어떤 파트너를 찾는지 부지런히 소개하라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뉴스 편집인 alameda@svnews.com>
벤처캐피털의 투자가 ‘즉석’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아주 드물기 때문에 당장 현금을 받아들고 돌아간 기업은 없지만 참가기업은 나름대로 만족해하는 눈치였습니다. 몇몇 기업은 본격적인 투자교섭에 들어갔고, 앞으로 비즈니스추진상황을 보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자는 약속을 받은 기업도 있었습니다. 이 사업설명회에 참여한 벤처 캐피털리스트들도 “독특한 아이템이 많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벤처캐피털리스트마다 또는 사업분야마다 필요한 정보가 조금씩 다르긴 합니다. 하지만 투자설명회 전날의 한 모임에서 바버라 할리 IBI소장이 들려준 얘기는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내용으로 생각됩니다.
할리 소장은 과거 한국을 몇 차례 방문했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그 이름을 들으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팅사업의 효시랄 수 있는 IBI(물론 IBI는 기업이 아닙니다만)를 설립하고, 지금까지 소장을 맡아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지금도 세계의 많은 나라가 벤처육성 노하우를 구하려고 그녀를 찾거나 초청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찾는 각국의 벤처기업을 가장 많이 만나는 인사 가운데 하나인 할리 소장은 ‘실리콘밸리에 진출하는 외국의 벤처기업이 범하는 10가지 실수’라는 주제로 말문을 열었습니다.
그녀는 우선 외국 벤처기업의 비즈니스 플랜에 ‘시장분석’이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비즈니스 플랜마다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상품이 좋다는 점을 상세히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지시장에 얼마나 성공적으로 파고들었는지에 관한 설명도 잘돼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마케팅환경은 다릅니다. “우리 제품이 좋으니까 금방 소비자에게 알려질 것”으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미국 소비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유통채널은 어떻게 뚫을 것인가에 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당연히 이러한 비즈니스 플랜으로는 현지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투자를 받기 어렵습니다.
두번째로는 경쟁자에 대한 분석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녀는 “당신 말대로 아이디어가 그렇게 좋고 시장잠재력이 크다면 마이크로소프트·선인텔·오라클·AOL이 왜 나서지 않았겠느냐?”고 자주 반문합니다. 또한 이처럼 쟁쟁한 회사의 뛰어난 기술인력이 마음먹고 달려들 때 어떻게 이들의 공세를 이겨내겠느냐는 것입니다. 경쟁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라는 조언입니다.
세번째로 부족한 것은 시장진입전략입니다. 할리 소장은 한 외국기업인이 “미국시장은 외국기업에 배타적이어서 사업하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것을 들었다면서, 그러나 자신이 보기에는 시장이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그 기업인이 미국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서 사업하려면 미국시장의 시스템을 불평할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다음으로는 사람을 채용하고, 마케팅활동을 벌이는 데 필요한 충분한 자금을 갖고 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는 기본물가가 비싼 도시입니다. 이곳의 전문가를 활용하려면 한국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큰 돈이 들어갑니다. 이곳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외국기업은 이 같은 ‘투자’를 하려는 의지나 능력을 갖추지 않고 찾아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외국계 벤처기업의 사업계획에서 부족한 마지막 항목으로 현지 네트워크를 꾸려나가는 전략을 들었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이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갖는 기업이 드물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또한 실리콘밸리에 오는 벤처기업의 직원에게 부족한 다섯 가지를 지적했습니다. 여기에서도 그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실리콘밸리에 직원을 파견하는 기업은 미국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선발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이곳에 파견나온 사람의 의사결정권이 약하다는 점입니다. 실리콘밸리에 파견돼 일하는 사람은 어느 정도 현지분위기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의사결정을 원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이나 일본의 벤처기업은 본사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어 현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미국 현지의 사무소와 본국간의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많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사무실의 컴퓨터기종을 선택하는 문제도 본국과 상의해 결정하느라 불필요하게 시간을 많이 빼앗긴다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일의 비즈니스문화를 익히는 데 요구되는 돈과 시간이 부족한 것도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혔습니다. 그녀는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하려면 적어도 한 주일에 다섯 차례 이상은 조찬·오찬·만찬을 가리지 말고 실리콘밸리의 모임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0~30장의 명함을 갖고 돌아다니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 누구인지, 어떤 파트너를 찾는지 부지런히 소개하라는 것입니다.
<실리콘밸리뉴스 편집인 alameda@sv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