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통장처럼 쓰이는 계좌가 있다고?…은행원도 당했다[주형연의 에구MONEY]](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302109963033002[1].jpg "대포통장처럼 쓰이는 계좌가 있다고?…은행원도 당했다[주형연의 에구MONEY]")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아기 용품을 사기 위해 판매자에게 입금 후 연락했지만 갑자기 연락 두절이 됐어요. 알아보니 최근 은행들의 '자유적금 계좌'는 일정 기간을 두지 않아도 비대면으로 언제든지 계좌를 만들거나 해지할 수 있더라고요. 대포통장도 따로 만들 필요 없이 한 명이 여러 계좌를 만든 후 사기를 친 거였어요. 소액이지만 저 같은 피해자가 너무 많아 피해자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사기범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네요."
말로만 듣던 중고거래 '자유적금 계좌 사기'를 모 은행에 다니는 제 친구도 당했다며 하소연하더라고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은행들의 자유적금은 입출금 통장과 달리 신규 계좌 개수에 제한이 없고 비대면으로 개설할 수 있어 사기꾼들에게 악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기존 계좌가 사기 거래 계좌 조회 사이트에 등록되어도 신규 계좌 개설 후 범행을 지속적으로 저지를 수 있었어요.
특히 자유적금 계좌는 피해자가 직접 등록한 사기 용의자의 계좌를 조회할 수 있는 '더치트'에서도 잡히지 않는다고 해요. 은행에 다니는 친구마저 의심 없이 입금했다가 사기를 당한 후 자유적금이란 것을 확인했습니다.
오히려 가해자들은 자유적금 계좌를 만들고 일정 금액을 입금하면 대출 승인이 나기에 신용등급도 향상돼요. 타인에게는 정상적인 금융 활동처럼 보이기에 피해자가 의심 없이 계좌에 입금할 수밖에 없는거죠.
디지털금융의 전환 속도가 유독 빨라지면서 사기 행각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은행들도 예측하지 못했을 겁니다. 실물 없는 계좌가 무한으로 증식되면서 경찰들도 추적에 애를 먹고 있다고 해요. 적금 계좌 신규 건수를 제한하면 또 순수하게 적금을 가입하려는 소비자들은 불편해질 수도 있고, 참 아이러니합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은 계좌개설에 제한이 있어요. 전 은행에서 20영업일간 1계좌를 유지해야 하는 등 기존 계좌가 사기거래 계좌로 등록되면 일정 기간 동안 추가 범행을 할 수 없습니다.
직거래 사기 건수가 나날이 늘어나자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자유적금 계좌를 악용한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범죄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금감원은 소비자가 물품대금을 송금하기 전 판매자 계좌가 적금계좌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및 사기거래 계좌 조회사이트 등을 통해 적금계좌 식별방법을 안내할 것이라고 해요. 은행권이 중고거래 사기 관련 '이상금융 거래탐지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도록 유도해 사기 범죄 피해의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사기꾼들이 잡혀 더이상 제 친구와 같은 피해자들이 늘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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