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에 `거미로봇` 스케치 하자 실제 로봇처럼 동작하네…혁신적 로봇스케치 기술

입력: 2024-12-09 08:43 이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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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배석형 교수팀 '컴퓨터 꿈의 무대' 완벽 시연
로봇 디자인 프로세스 가능성..최우수심사위원상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쓴 이준협 KAIST 박사가 태블릿과 펜으로 아무 것도 없는 가상공간에 무엇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가상공간에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유려한 입체 형태와 복잡한 관절 구조를 가진 4족 거미 로봇이다. 이내 디자인 컨트롤러를 조작하자 가상공간에 그려졌던 거미 로봇이 일어나 2족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자세를 수정하고 두 발을 짚고 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이 박사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서 '시그래프 아시아 리얼타임 라이브'에서 시연한 장면이다.

KAIST는 일본에서 열린 '시그래프 아시아 2024'의 하이라이트 리얼타임 라이브에서 배석형 산업디자인학과 교수팀이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팀과 협업해 개발한 '로봇스케치' 기술이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고 9일 밝혔다.

시그래프 리얼타임 라이브는 컴퓨터 그래픽스 및 상호작용 분야에서 '꿈의 무대'로 알려져 있다. 매년 전 세계에서 엄선된 10여 개의 혁신적인 기술만이 무대에 오른다. 모든 시연은 사전 녹화 없이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6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 기술의 독창성과 가능성을 선보여야 한다.

KAIST의 로봇스케치는 시연에서 새로운 로봇 디자인 프로세스의 가능성을 보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로봇스케치는 단순히 외형과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설계 도구를 넘어 3D 스케칭에 생성형 AI와 몰입형 VR을 접목해 로봇 디자인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한 혁신적 기술이다.

디자이너는 VR 환경에서 태블릿과 펜을 사용해 복잡한 관절형 구조를 직관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실제 크기로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이너가 그린 로봇은 강화학습을 통해 시뮬레이션 속에서 보행법과 움직임을 학습해 실제 세계에서 작동 가능한 로봇 디자인을 VR 공간에 구현한다. 또한 로봇을 직접 움직이며 동작의 자연스러움과 안정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혁신적 로봇 디자인 기술을 인정받아 하나의 기술에만 수여되는 최우수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로봇스케치는 3D 스케칭 전문가인 배 교수 연구팀과 로봇 강화학습 전문가인 황 교수 연구팀의 협업으로 완성됐다. 배석형 교수는 "로봇 디자인은 단순히 외형뿐 아니라 로봇의 움직임과 기능, 더 나아가 사용자와의 상호작용까지 모두 포함하는 과정"이라며 "앞으로 로봇 개발과 제품화 과정에서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