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명태균씨 통화 녹취 파문' 나흘 만에 침묵을 깨면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난 주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거리로 총출동해 (대통령 탄핵·하야 등) 이 나라의 '헌정 중단'을 선동한 저의는 뻔히 보인다"며 "보수당 대표로서, 집권여당 대표로서, 대한민국 시민으로서 앞장서 막겠다"고 밝혔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탄핵 선동 등을) 막을 수 없다"며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건 그 자체로 국민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다. 유력 정치인들이 브로커에 휘둘린 것처럼 보이는 것도"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며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가감없는 진실'을 밝히라고 했다. 당내 중진의원들과는 '지금이 위기이고, 변화와 쇄신이 신속하게 필요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여당은 앞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경남 창원의창에 연고가 없던 김영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했다. 그 전날(5월9일) 윤 대통령이 명씨와 통화에서 '김영선이 좀 해주라고 했다'고 한 녹취를 지난달 31일 민주당이 폭로했다. 명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청탁해온 의혹이 있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취임 전날 당선인 신분으로 한 통화여서 법적 문제가 없단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반면 한 대표는 "적어도 지금은 국민께 법리를 앞세울 땐 아니다"며 '쇄신 개각',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차관급) 임명'을 요구했다.
아울러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면서 "독단적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졌단 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이 중심을 잡고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 범죄혐의자 이재명 민주당의 헌정 중단의 시도를 그래서 당이 당당하게 반드시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또 "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정치브로커에게 끌려다닐 이유가 전혀 없다"며 명씨와 관련해 "엄정·신속한 수사"를 공개 촉구했다. "우리는 권력자에게 할 말 했고, (김 여사의)부적절한 문자에 답 안 했고, (김 전 의원 등) 잡음있는 공천 시도는 가차 없이 잘라낸 당"이라며 '구태 극복' 의미도 부여했다.한편 한 대표는 지난 주말 동안 원내 중진 등의 의견을 듣고 대통령실에도 쇄신 요청을 전달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친한(친한동훈)계에선 명씨와 윤 대통령이 직접 연관돼 엄중한 국면으로 바뀌었고, 한 대표가 발언 수위를 높임으로써 대통령실의 반응을 지켜보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의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의 즉각적인 대외 활동 중단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