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규화 칼럼] 딴 나라 동화같은 문재인 회고록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이규화 편집국장
[이규화 칼럼] 딴 나라 동화같은 문재인 회고록
우리나라처럼 회고록이 관심 못 받는 나라도 별로 없다. 회고록은 팩트가 대전제다. 아니면 소설이 된다. 또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구차한 변명문일 뿐이다. 게다가 인간은 기억하고 싶은 것을 더 잘 기억한다. 실제 일어났다고 착각한 것이 재구성돼 사실로 인식되기도 한다. 자신은 미화하고 남은 비난한다. 그런 회고록은 가치가 없다. 우리나라 명사들의 회고록 대부분은 그 수준에서 벗어나 있지 못하다는 게 세평이다.

회고록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직접 자신의 육필로 쓴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팩트와 씨름하며 직접 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저자의 고뇌와 반성, 교훈이 담긴다. 그래서 구술(口述)은 진정한 회고록 대접을 못 받기까지 한다. 대개 정치인들의 회고록이 여기에 속한다. 대필한 것이거나 편하게 대담한 형식이 많다. 이 경우 심지어 대필자, 대담자의 그것이 개입될 소지도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며칠 전 낸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 편)은 이 같은 기준에 한참 못 미친다. 물론 반면교사의 역할은 하겠지만 말이다. 재임 때 공개할 수 없었던 이면의 진실이나 반성을 발견할 수 없다. 회고록은 자성록이지 공훈담이 아니다. 먼저 제1독자인 자신에게 떳떳해야 한다. 문재인 회고록은 세상이 다 비판하는 일을 오직 본인 관점에서 정당화하는 일에 매달렸다.

"비핵화하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약속은 진심었다고 생각한다"라는 말은 여전히 충격적이다. 북한이 속으론 핵개발을 하면서 밖으론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보기 위한 방편으로 협상을 이용해왔다는 건 이론이 없는 사실이다.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3월 정의용 안보실장을 백악관에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비핵화 의사가 있다는 말을 전하면서 시작된 '미·북 핵협상쇼'도 결국은 김정은의 속임수였음이 드러났다.

공인된 사실을 부정하는 건 자기기만이고 무능을 감추려는 행동이다. 책임이 무거우니 순진을 가장한 것일 수 있다. 국가 운명이 걸린 협상에서 적성국 지도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위인이 대통령이었다는 게 아찔하다.


그러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자 했다고 한다. 북한이 바라는 종전선언을 담은 유엔 연설의 의미가 퇴색될까봐 우리 공무원이 서해에서 북한에 의해 피살된 사건을 하루 반 동안 밝히지 않았다. 제대로 구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을 모면하기 위해 자진월북으로 몰아갔다. 동해상에서 귀순한 북한 어민 2명도 범죄자라며 잔인한 처형이 기다리고 있는 북한에 강제 송환했다. 북한 주민은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우리 땅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야 했다. 이러고서도 국민의 생명 운운한다.
김정숙 여사가 대통령 전용기로 특별한 용무도 없는데 인도를 방문한 것을 두고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한 부분은 황당하다. 국민을 뭘로 보고 이런 말을 하나. 몰염치하고 무례하다. 허황후기념공원 개장 행사에 모디 인도 총리가 재방문을 요청해 부인을 대신 보냈다는 설명인데, 전후맥락으로 봐도 그건 그냥 인사치레로 한 말이다. 응하리란 기대도 않고 한 초청에 대단한 일도 아닌 것을 빌미삼아 전용기로 관광 다녀온 게 팩트다. 괴변으로 국민 화만 돋궜다.

최근 검찰은 문 전 대통령 재임 시 발생한 여러 비리·불법 의혹 수사를 서두르고 있다. 특히 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취업과 관련해 문 전 대통령과 이상직 전 중진공 이사장 간 대가성 거래 의혹 수사에 상당한 진척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단골 의상실의 디자이너 딸이 문 전 대통령 딸 계좌에 거액을 송금한 의혹과 관련해 디자이너 딸이 출국정지 되기도 했다. 이 사안은 김 여사가 옷 구매에 거액의 관봉권 지폐다발을 사용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의혹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문 전 대통령과 그 가족의 그간 행태를 볼 때 이번 회고록은 자기합리화와 의혹을 희석하기 위한 목적이었음이 여실하다. 신뢰를 잃은 사람의 말은 공허한 소음일 뿐이다. 문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에 많은 해악을 끼친 인물이다. 퇴임하고도 딴 나라 동화같은 회고록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고 있다. 이런 회고록은 내지 말았어야 했다. 편집국장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