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로부터 '탈 네이버' 압박을 받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에 지분 매각을 공개적으로 요청한 가운데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협상 중인 구체적인 결별 조건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특히 소프트뱅크 측이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것인가와, 라인야후와 지분관계로 얽혀 있는 동남아 등 해외 사업 관계사와 게임 관계사 등을 일본 사업과 어떻게 분리 또는 정리할 것인가가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긴급 임원회의를 가졌다. 회의에서는 라인야후의 지분 매각안을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라인야후는 이사회와 결산설명회를 열어 네이버와의 '결별'을 공식화했다. '라인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사내이사에서 퇴임하는 안건을 의결하고, 설명회에서는 "대주주인 네이버에게 자본 변경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네이버 간 라인야후 지분매각 협상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일정 수의 A홀딩스(라인야후의 중간 지주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하는 등의 안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만 양사 간 금액 차이가 커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결별'이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업계의 시선은 결별 방식에 쏠리고 있다. 라인야후의 최대주주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설립한 A홀딩스(지분율 64.5%)다. 사실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주식을 약 32.7%씩 보유한 셈이다. 현재 라인야후의 시가총액이 약 25조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네이버의 지분 가치는 약 8조원 수준으로, 네이버가 지분을 넘기면서 경영권 역시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10조원이 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양사가 구체적인 금액까지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소프트뱅크 내부에서는 라인야후 지분 확대가 실익이 없다는 부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프리미엄 수준에 대한 두 회사 간의 시각차가 큰 것으로 점쳐진다.
라인야후와 지분이 엮인 동남아 등 해외 사업 관계사와 게임 관계사 등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의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등 해외 사업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일본 외 글로벌 사업 진출을 담당하는 라인플러스를 비롯해 주요 자회사를 두고 있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사업을 운영하는 IPX, 라인게임즈, 네이버제트 등도 라인야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 사실상 네이버의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이를 두고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을 소프트뱅크가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크다"며 "일본 외에 대만, 태국 사업과 라인망가, 네이버제트 등 다양한 사업이 연결돼 있어 전체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네이버가 이들 관계사를 라인과 분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본 정부가 2차 행정지도에서 라인야후에 재발방지 대책 제출 시한을 7월로 제시한 가운데 이를 연장해서 네이버가 협상의 여유를 가지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시민단체인 'IT 공정과 정의를 위한 시민연대'의 위정현 준비위원장(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장)은 9일 "일본의 행정 조치 취하에 시간이 걸린다면 답변 시한을 연장하는 것이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취할 행동"이라며 "가능하면 연말이나 1년 후로 연장한 상태에서 네이버가 협상을 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소프트뱅크와 대등한 협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