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국회로 넘어간 가운데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에서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과 재정안정안을 지지하는 두 파벌의 힘겨루기로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가 생략된 채 미봉책으로 결론이 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제시한 신·구 연금 분리를 통한 구조개혁안에 대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론조사 결과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소득대체율 50%, 보험료율 13%)이 다수안으로 국회에 보고됐다.
공론화위에 참여했던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연구부 연구위원과 신승룡 부연구위원은 30일 디지털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금개혁 공론화위의 논의 과정은 '나락퀴즈쇼'나 마찬가지였다. '더 내고 더 받는' 소득보장안은 물론, 그 대안으로 제시된 재정안정안도 실질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처음부터 잘못 설계된 국민연금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신뢰할 수 있는 '신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공론화위 내의 파벌다툼에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2월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보고서를 통해 미래세대를 위해 고갈 위험이 없는 신연금 도입안을 제시했다. 공론화위에서 의제 숙의단 자문단으로 활동한 이 연구위원은 "차라리 자문단에 끼지 않는게 나았을 뻔 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론화위가 제대로 된 개혁 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미 소득보장안을 주장하는 측과 재정안정안을 주장하는 측이 각자 파벌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리그에 시민대표단을 가뒀다는 주장이다. 공론화위의 논의가 구조개혁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모수조정'에 그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두 진영 모두 KDI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보고 논리에 맞지 않는 공격으로 일관해 진지한 논의를 할 기회도 얻지 못했다"며 "연금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구조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데, 공론화위에선 '그걸 왜 논의하냐'며 얼마 내고 얼마 받는 얘기만 주로 오갔다"고 전했다.
신 부연구위원은 지금과 같은 어설픈 수준의 연금개악은 아예 하지 않는게 낫다고 했다. 그는 "코미디같은 공론화위를 거쳐 결국 채택된 건 해결책이 아닌 땜질식 연명책"이라며 "'어쨌든 개혁을 했다'는 가짜 안심 때문에 진정한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연금개혁 논의는 국회로 넘어갔다. 보건복지부는 '공론화 의제 대안 재정추계' 결과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 보고했다. 현행 연금 제도의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5년으로 소득보장안을 선택하면 고갈이 2061년으로 6년 연장된다. 재정안정안을 선택하는 경우 2062년으로 7년 연장된다. 공론화위에서는 두 안을 놓고 논의를 벌였지만, 둘 다 '고갈'을 피할 수 없고, 그 시점에도 큰 차이가 없다.
최상현·이민우기자 hyun@dt.co.kr
29일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실에서 신승룡(왼쪽) KDI 재정·사회연구부 부연구위원과 이강구(오른쪽) KDI 재정·사회연구부 연구위원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KDI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