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의 '갑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입점 소상공인에 과도한 배달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횡포를 일삼았다는 비판을 듣는다. 급기야 플랫폼을 이용하는 식당을 중심으로 '자체 무료배달'을 부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29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배민 등 배달앱에 입점한 일부 식당 사장들은 최근 이용 고객들에게 '매장으로 전화주문시 무료로 빠르게 배달된다'는 안내를 시작했다. 이들이 자체 배달에 나서게 된 것은 '배민1 플러스' 요금 체제에서 진행중인 배달비 무료 정책 때문이다. 소비자에 무료 혜택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자영업자들을 수수료가 훨씬 더 높은 요금제로 유도한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배민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 가입된 자영업자들의 가게에만 적용된다. 배민1플러스는 배민이 지난 1월 출시한 정률제 요금제다. 배민1플러스의 특징은 점주들이 플랫폼에 내는 배달비를 점주 스스로 결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기존 요금제인 배민1는 점주들은 배민에 배달비 6000원과 중개수수료를 내는 구조였다. 이때 점주는 가게가 낼 배달비와 손님이 낼 배달비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고, 점주들은 손님이 낼 배달비를 1000~2000원 수준으로 책정해왔다.
그런데 배민1플러스 요금제에선 가게가 낼 배달비가 건당 2500~3300원으로 고정돼 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최소 주문금액을 올리는 방법을 쓰게 될 수밖에 없다고 점주들은 호소한다. 이는 소비자 부담 가중으로이어지고, 점주들이 외식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주장이다.
자체 무료배달을 병행 중인 서울의 A식당 사장은 "예를 들어 최소 주문금액이 1만원이던 가게들은 배민1플러스 요금제로 인해 배달비 3300원이 고정적으로 빠져나가게 되니, 수지타산 맞추려면 어쩔수없이 최소주문금액 단가를 올리게 된다"면서 "화가 나는 건 물가 상승은 플랫폼이 주도해놓고 이들은 뒤로 빠진 채 소상공인들만 욕먹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들이 '배달비 무료' 프로모션으로 이용자수 늘리고 신규 사업자 유치하고 있는데, 그 이면엔 소상공인은 죽든 말든 건당 3300원을 받아가는 구조가 있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무료배달 프로모션에 드는 비용을 점주한테 전가시키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무료배달 매출이 커질수록 점주들의 수수료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배민1플러스가 매출이 늘어날수록 수수료 부담도 커지는 정률제 요금제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일본 가정식 식당을 하는 한 점주의 경우, 고객이 1만6000원의 식사를 주문하면 배민1플러스 중개이용료로 1088원(결제금액의 6.8%)을 내고, 여기에 배달 이용료 2800원, 부가세 약 400원 등을 합해 배달·수수료 비용만 약 4000~5000원 가까이 내고 있다. 수수료 비용이 적게는 음식가격의 20~30%, 많게는 30~40%에 달해 인건비부터 줄이게 된다는 점주들도 적지 않다. 한 식당 사장은 "점심시간에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썼지만 지금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가족들이 잠시 도와주는 형태로 매장 운영 방식을 바꿨다"라고 말했다.
플랫폼들의 경쟁적인 무료배달 정책에 소비자들도 배달비가 있는 가게를 거르고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배민1플러스 요금제를 선택하고 있다는 점주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측은 "가게배달, 배민배달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정액제 상품 모델(가게배달)을 운영하고 있고, 배민에서 주문중개만 받고 배달은 직접하시고 싶다면 가게배달에만 가입하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