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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유진·하이투자證 못 믿어"… 랩신탁 `머니무브`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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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미스매칭 거래 압박 영향
미래에셋·NH투자·KB 등으로 환승
중소 증권사, 1년새 자산규모↓
"대신·유진·하이투자證 못 믿어"… 랩신탁 `머니무브` 가속
여이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중소형 증권사 랩신탁 계정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기업들이 이들 증권사 랩신탁 계정에 넣어둔 채권이나 기업어음(CP)를 통째로 빼내 대형 증권사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일부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를 검사하고 엄중 제재한 후 가속화하고 있다. 일부 중소형사에서는 랩신탁 본부가 없어져서 대응할 사람도 없다.

17일 대신·유진·하이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의 채권형 랩을 포함한 투자일임 자산 평가금액은 1년 새 일제히 줄었다. 통상 채권형 랩 신탁은 기업(법인)이 3~6개월 정도 짧은 기간 돈을 굴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신증권의 일임계약 자산총액(계약금액)은 작년 말 기준 4조6238억원으로 지난 2022년 대비 1조1599억원 감소했다. 유진투자증권의 작년 말 일임계약 자산총액은 1조4589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7053억원 줄었다. 절반이상 급감한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역시 8434억원으로 일 년 새 6773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들 중소형 증권사는 고객수와 계약건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했지만 전체 자산규모는 썰물 빠지듯 줄었다. 전문투자자에 대한 일임수수료가 일제히 감소했다. 개인 고객이 늘면서 계약건수와 고객수는 늘었지만 대규모 자금들이 이탈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퇴직연금을 받아 랩어카운트 사업을 재편하면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소형사의 경우 금융감독원의 미스매칭 거래 압박 이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기업들이 대형사의 운용 역량에 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신·유진·하이투자증권 등 중소형사의 자금 출고가 뚜렷했다. 채권을 옮겨 담은 곳은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대형사다.

자금이 옮겨가는 이런 '머니 무브' 양상은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9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검사를 실시해 엄중 제재한 뒤 빈번해지고 있다. 증권사 랩어카운트는 전문 인력이 모인 곳이다. 이들은 탄탄한 자산을 매입해 운용하고 수익을 내는 기법을 고민한다. 그간 랩에서는 미스매칭 운용을 통해 고객에게 고금리 수익을 맞춰줬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장부가 매매를 불법 관행으로 규정하고 엄단에 나선 뒤에도 업체들은 새로운 방식을 찾지 못했다. 사실상 손을 놓게 된 것이다.

금감원은 여전히 엄중 제재를 강조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랩어카운트 임직원 제재와 관련해선 감독원 내부 제재심이 진행 중이다"면서 "제재심이 끝난 후 중소형 증권사를 포함한 여타 증권사의 사정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랩신탁의 단기자금 운용 방식은 지난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CP시장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자금경색 이후 고금리, 경기침체로 새로운 위기를 맞은 상황이다. 대부분 전문투자자들인 법인과 증권사들이 서로 논의하면서 상당 부분 문제점을 해결했으나, 손실규모가 큰 일부 회사는 아직도 출금이 어렵다. 강원도의 잘못된 판단으로 발생한 금융 위기를 타개하려 노력한 금융기관들이 엄중 문책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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