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F 23일 개막…강동석 "낯선 곡도 와서 들어보세요"
"처음 시작할 땐 오래 지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실력 좋은 연주자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해 지금까지 이어진 것 같습니다. 다들 실내악을 진심으로 즐긴 덕분이죠."
매년 봄 국내 최정상 연주자들이 참여해 2주간 선보이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가 올해 19회를 맞았다. 오는 23일 개막을 앞두고 15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윤보선 고택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강동석 예술감독은 "SSF를 시작한 2006년보다 실내악 연주 자체가 많아졌다"며 "SSF가 역할을 한 것 같아 뿌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SSF는 서울의 문화예술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해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과 서울시가 뜻을 모아 만들었다. '음악을 통한 우정'을 모토로 '실내악은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관객들의 지평을 넓혀 서울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 축제로 자리잡았다.
올해 주제는 '올 인 더 패밀리'(All in the Family)로 '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여러 각도에서 해석해 폭넓게 담아낸다. 다음달 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아트스페이스3, 윤보선 고택에서 총 14회 공연을 펼친다.
강 감독은 "여러 종류의 가족들, 다채로운 스타일의 음악, 다양한 민족의 작곡가, 가족 연주자, 익숙하거나 덜 알려진 작품, 한국에서의 초연 등을 탐험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고택음악회는 서거·탄생 기념 등 올해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곡가들의 작품을 선곡했다. 가족음악회는 음악 퍼포먼스 듀오 '이구데스만 & 주'의 피아니스트 주형기가 연출을 맡아 음악극 '유머레스크'를 선보인다.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60인의 예술가들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축제 원년부터 함께해온 피아니스트 김영호(연세대 명예교수), 비올리스트 김상진(연세대 교수)과 2020년부터 SSF 무대에 오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올해도 참여한다.
비올리스트 이해수,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 첼리스트 마리 할링크(브뤼셀 왕립음악원 교수), 테너 최상호(국립오페라단장·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이 합류한다. 벤투스 브라스 퀸텟이 새 앙상블로 함께 하며, 바이올리니스트 제이미 라레도와 첼리스트 샤론 로빈슨이 결성한 에스프레시보 피아노 콰르텟이 최초 리사이틀을 연다.
대니 구는 "솔리스트는 매일 혼자 어두운 방에서 거울만 보면서 연습을 하고, 스스로 지적하면서 발전해 나가야 하니 우울해지기 쉽다"며 "실내악은 서로 의지하면서 합주를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SSF는 개성 있는 다양한 음악가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 같아 항상 기대되고 많이 배운다"며 "'내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가 이런 거였지' 깨닫게 돼 사우나 가서 땀을 빼듯 클렌징하는 기분"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피아니스트 박상욱은 "혼자 외로운 싸움을 많이 하다가 이렇게 하나의 음악을 만들 때 굉장한 쾌감이 있다"며 "힘든 시간도 있지만 함께 견뎌내고 하나의 음악·예술로 승화시키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으니 음악가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페스티벌"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또 "매년 새로운 아티스트가 같이 하고 끈끈하게 유지되는 게 참 신기하다"며 "많은 아티스트가 20년 가까이 화목하게 모여 연주하는 건 SSF만의 특별함인데, 강 감독님의 인품과 음악에 대한 열정이 후배 음악가들을 이끈 거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강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찾아내 SSF를 통해 꾸준히 소개해왔다. 그는 "예전엔 도서관에 가서 악보를 찾아보곤 했는데 요즘은 유튜브 등에 올라온 많은 자료를 참고한다"며 "괜찮은 곡을 발견하면 적어놓고 리스트를 만들어 몇 번씩 들어보고 레퍼토리를 결정한다"고 했다.
그는 "실내악의 매력 중 하나가 레퍼토리고, 덜 유명해도 좋은 곡이 많다는 걸 알리는 게 페스티벌의 의무 중 하나"라며 "아직 한국 관객들은 생경한 곡을 듣고자 음악회에 발걸음을 하는 게 쉽지 않아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어렵다"고 고백했다. 이어 "아무곡이나 집어넣어도 프로그램 자체가 재밌고 매력이 있으면 와서 들어주면 좋겠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아울러 "축제가 안정적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며 "외국 같은 경우 예산이 2~3년 전에 결정이 되는데 우리는 한 달 전에야 확정돼 모험"이라고 밝혔다. 강 감독은 이 같은 현실적 문제를 짚으며 펀딩 등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되길 기대했다.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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