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에서 진행한 집중유세 도중 "제가 (법무)장관일 때 (야당) 국회의원들이 제게 '왜 이렇게 정치적이냐'고 그랬다. 그래서 저는 '당신은 정치인인데 왜 정치를 비하하느냐'고 했다"며 "'정치를 개같이(지저분하게를 뜻하는 비속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정치를 하러 왔다. 공공선을 위해, 여러분을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기간부터 사용 가능해진 마이크를 활용하면서 목소리 톤과 함께 발언 수위가 높아졌다. 이른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띄운 그는 "범죄자들로부터 지배받을 것인가, 정치개혁과 민생개혁 하고 싶은 사람들을 종으로 부릴 것인가"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나 '정치를 개같이 하는'과 같은 과격한 표현 논란이 일자, 한 위원장은 이후 다른 지역 유세에서 "정치를 '뭐같이' 하는 게 문제"라는 등 수위를 낮췄다.
야권에선 즉각 맞대응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은 "한 위원장의 욕설에 후보들의 과도한 대응은 자제하기 바란다"는 공지를 내면서 '욕설 프레임'으로 키웠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SNS를 통해 "한동훈에게 경고한다. 어따 대고 개타령인가"라면서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사과하라. 개에게 직접 사과하라"라고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전 중구 유세에서 "돼지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받아쳤다.
한 위원장은 서울 광진구 유세에선 민주당과 조국 신당의 '윤석열 정부 임기는 3년도 길다'는 공세를 받아쳐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겠다. 그 두 사람이 유죄 판결 확정돼서 감옥에 가기까지 3년이 너무 길다"며 "여러분, 안정을 원하시나. 발전을 원하시나. 정부 전복(顚覆·무너뜨리거나 뒤집음)이 총선 공약인 선거 보신 적 있나. 대한민국은 전진해야 한다. 후진 세력에 의해 후진할 순 없다"는 등 '강대 강' 발언 대치를 이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친 발언 후폭풍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충북 충주 무학시장 유세에서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돌멩이(주먹만한 돌)로 (머리를 10여차례) 맞은 사건(지난 1월25일 개인일정 중)은 폴리스 라인을 치고 과학 수사를 하고 '난리뽕짝'을 치면서 증거 채집을 하는 데, 야당 당수가 목이 칼에 찔려(지난 1월2일 부산 가덕도 공개일정 중) 피 흘리는데 그 혈흔을 1시간도 안 돼서 물청소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흉기 습격 사건의 배후를 정부·여당인 것처럼 시사하거나, 부산경찰 특수본까지 꾸려진 수사 대응에 '축소·은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반면 여당 소속 배 의원 피습 대응엔 "난리뽕짝"이라며 과잉대응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자 배 의원은 이날 SNS로 이 대표를 겨냥 "난리뽕짝을 언급할 정도로 분별마저 없다"며 "국민께서 다 아시다시피 저는 출동한 경찰·구급대원 안내 메뉴얼대로 모든 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배 의원은 특히 "'난리 헬기뽕짝'을 어디서 췄는지는 이미 전 국민이 다 아신다. 이상한 말로 국민을 분열케 하고 갈라치기 한다"며 "'별로 정직하지 못한 입'으로 부모님이 지어준 제 소중한 이름을 함부로 거론하는 건 정중히 사양한다"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흉기 피습 20여분 만에 도착한 응급차량에 올랐지만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로, 또 서울대병원으로 두차례 헬기 전원(병원을 옮김)한 사실을 꼬집은 셈이다.
국민의힘 선대위도 이날 박정하 공보단장 논평에서 "'2찍' '강원서(西)도' '의붓아버지, 매만 때리는 계모' 등 무차별적 국민 비하에, 자신의 테러를 두고 음모론에 불을 지피며 배 의원의 테러를 향해 '돌멩이로 맞은 사건' '난리 뽕짝' 등으로 표현하며 저질 수준을 드러냈다"며 "중국에서 더 유명해진 '셰셰' 발언, 가슴 아픈 역사 5·18 사건을 입에 담기 힘든 저급한 단어로 묘사한 것까지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거리에서 이용호 서대문갑 후보와 함께 첫 집중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8일 오후 인천 부평역 북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시당 총선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