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로 모자라 교수들에까지 '너희들은 노예'이며 기본권 제한 공표"
"이런 메시지, 의대증원 등 정치적으로 시작됐단 방증…대통령실 패닉이라던데"
충돌 당사자 없는 韓총리-병원장 만남엔 "의대생·전공의·교수 밀어내는 헛발질"
의대 정원 2000명 대폭 증원과 의료정책 패키지 비판 SNS글로 강제수사 대상이 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흉부외과 전문의)은 27일 "최고권력자 단 한사람(윤석열 대통령) 머리 속에 든 생각으로 인해 온나라가 고통받고 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노환규 전 회장은 이날 SNS에 "대한민국 12만 의사들이 모두 집단우울증에 빠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개원한 후배 전문의, 사직서를 낸 기초의학 교수, 자신의 의원(醫院) 참관을 왔던 사직 전임의와 휴학한 의대 본과 4학년생 등으로부터 '허탈함과 우울감'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3월9일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전공의 집단 사직 공모 의혹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로 출석하기 전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그는 또 "(사직서 제출 이후) 생활고를 걱정하는 전공의들과 통화는 못해봤지만 그들은 더할 것이다.말이 쉽지, 그들 모두 직장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라며 "우울증에 빠진 의사들의 진료를 받는 환자들은 불안하고 불운하며 불행하다"고 우려를 전했다.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 가시화 속 정부 대응을 두고는 "전공의들로 모자라 이제 교수들까지 '너희들은 노예'이며 기본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공표했다"며 "대통령실은 의사들의 주52시간 근무가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판단하는 곳이 아니다.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국의과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최근 각 의대 교수협의회에 '주 52시간 근무 가이드라인'을 발송한 데 대해, 전날(26일)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근로기준법상 보건업은 예외라며 "일괄적으로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요청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발언이 나오자 반박한 것이다.
노 전 회장은 "대통령실에서 계속 이런 메시지가 나온다는 건 이 사안이 지극히 정치적 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방증"이라며 "그런데 용산도 최고 권력자 한 사람만 빼고 패닉상태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어쩌면 천공(역술인, 실명 이천공)을 설득하는 것이 빠를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이주호 교육부 장관·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서울대 의대를 찾아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 윤을식 대한사립대학병원협회장과 주요 대학 총장들과의 정부-의료계 대화 간담회를 가진 것에도 "헛발질"이라고 비판했다.
의정(醫政)충돌의 당사자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 전국의대교수비대위 등이 불참한 자리였던 탓이다. 노 전 회장은 "총리께서 의료계를 만났는데 교수·전공의가 불참했다 해서 대체 누구를 만났나 봤더니 병원 경영자들을 만났다"고 짚었다.
이어 "지금 대화해야 할 대상, 달래야 할 대상은 전공의·학생·교수들이고, 경영자들을 만나는 건 그들을 더 먼 곳으로 밀어 내보내는 행동"이라며 "대화해야 할 당사자는 빼고, 같은 편에 서 있는 경영자들을 만나다니, 다른 마땅한 표현이 없다"면서 "총리님 이런 걸 헛발질이라고 한다"고 했다.
뒤이은 글에선 대통령실의 방침 표변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 24~26일 (만)이틀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건의에 따른) 전공의 면허정지 무기한 연기→면허정지기간 3개월에서 1개월로 완화 검토→(면허정지) 당분간 없을 것→처벌 불가피→이후 묵묵부답"이라고 지적했다.
노 전 회장은 "이렇게 전공의 처벌에 대한 용산의 입장이 오락가락 변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 사람들은 이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이 아니라, 전쟁을 구경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