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다시 태어나도 바둑 프로기사를 다시 할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알파고가 나온 뒤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다시 태어나면 바둑은 취미로 즐기고 AI(인공지능)를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8년 전 구글 AI '알파고'와 바둑 대결을 펼쳤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이 한 말이다.
구글코리아는 19일 이세돌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이 인터뷰는 구글코리아 설립 20주년을 기념해 진행됐다. 이세돌은 과거 '세기의 대국'이라고 불렸던 알파고와의 대국을 회상하며 "그때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하고 대국을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다"며 "막상 보니 너무 잘 둬서 제가 너무 안일하게 준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당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인간 대 AI'의 대결로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대국 전에는 이세돌의 승리를 예견하는 사람이 많았으나 결과는 4대 1로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이세돌은 현재까지 알파고를 상대로 1승을 거둔 유일한 프로 기사다. 지난 2019년 은퇴한 그는 은퇴를 결정한 결정적인 계기로 알파고와의 대국을 꼽았다.
이세돌은 AI가 바둑계에 미친 영향에 대해 "AI가 나온 이후로는 마치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서 오히려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과거의 기보는 이제 바둑의 역사를 학습하는 용도 외에는 특별한 가치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마추어들 입장에서는 AI를 보고 배우는 기보의 내용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배우고 즐기는 입장에서는 더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며 "어떤 수가 좋고 나쁜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측면을 인정했다.
그는 AI에 대해 "AI를 벌써부터 두려워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며 "당장 AI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공포는 조금 과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이 두려움을 느끼든, 느끼지 않든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너무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고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또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만 한다면 기술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물론 장단점은 있겠지만 균형을 잘 맞춰 나가면서 우리가 몰랐던 단점이 생기면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