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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불신 못 떨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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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현장칼럼] 불신 못 떨치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정부가 행정전산망 개선 종합대책인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을 발표한 지 한 달여가 흘렀다. 정부는 이 대책에 지난해 11월 민원대란과 같은 행정서비스 장애의 재발을 막으면서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재도약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국무조정실,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사혁신처, 조달청 등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하지만 종합대책이란 명칭과 달리 이 사안과 관련된 주요 협력대상인 IT업계의 신뢰는 아직 충분하지 못한 분위기다. 그 내용부터 충분히 전파됐다고 보기 어렵다. 디지털플랫폼정부 이념과 달리 국민이 여기저기 물어보고 다녀야 할 판이다.

예를 들어 지난달에는 공공 SW(소프트웨어) 사업 과업심의위원회와 관련해 발주기관이 조달청 위탁운영을 택하지 않으면 이전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을 당사자임에도 모르는 SI(시스템통합) 기업들은 접했다. 그동안 미흡하다고 지적됐던 감리나 PMO(사업위탁관리) 또한 책임형으로 개선된다는데 뭐가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하기 힘든 실정이다.

특히 SI 기업들은 이번에 나온 백화점식 정책에 정작 중요한 사업대가 현실화와 고무줄 과업범위 문제의 해결 방안은 담기지 않은 점을 지적한다. 과기정통부가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지만, 정부가 공공 SW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개선에 지난 한해 내내 들인 노력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 사안만큼은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예산 문제는 결국 달라진 게 없다. 사업별 예비타당성 보고서와 이후 입찰공고에 적힌 사업비만 비교해도 보건복지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이음)은 1752억원에서 1225억원으로, 국민연금공단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은 1602억원에서 1073억원으로 , 대법원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은 1054억원에서 665억원으로 줄었다.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예타 결과보다도 30% 이상 삭감했다. 당초 그렸던 사업의 범위와 내용은 그대로 둔 채다. 이런 여건에서 현장의 과업은 '갑' 요구에 따라 늘어나니 손해만 안 보면 다행인 게 현실이다.

예산 문제는 디지털플랫폼정부를 기회로 공공시장을 바라봤던 클라우드 업계에도 고민을 안긴다. 행안부의 올해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예산은 740억원으로, 지난해(342억원)의 두배 수준이지만 2022년(1786억원)에는 한참 못 미친다. 당초 행안부가 신청한 예산은 1200억원 규모였다. 공공 대상 서비스에 요구되는 CSAP(클라우드보안인증)의 중·상 등급 실증사업이 완료돼 이제 모든 등급의 공공시장이 열리게 됐지만, 인증 비용 부담과도 맞물려 아직 시장 분위기는 차갑다.


최근에는 국내 CSP(클라우드서비스제공사)들이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에 입주한 시스템만 CSAP 상등급으로 인정된다는 소식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이는 민간 클라우드를 적극 활용하면서 확장성·유연성 등 클라우드 이점을 살린다는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방향과 안 맞는 것이다. 국자원은 지난 행정망 장애 때 책임을 지적받았지만 종합대책에선 디지털안전상황실과 사이버장애지원단을 신설하는 등 역할이 커진 바 있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국자원 측은 특정 CSAP 등급을 기준으로 대구센터에 입주하도록 한정한 바 없고, 민간 CSP의 자체 데이터센터 활용도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클라우드 기업 상당수가 왜 그렇게 받아들였던 건지 의문이 남는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이들 사이에 신뢰가 부족해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 게 아닐까.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아무리 외쳐도 그에 걸맞은 투자와 개혁이 없으면 공염불에 그칠 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AI(인공지능) 일상화도 이를 실현할 기반이 제대로 안 돼 있으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모른다. 여러모로 중요한 전환기를 맞아 정부와 IT업계가 힘을 합쳐야 함에도 간간히 불협화음이 들려오는 게 안타깝다.



정부는 이달 3~9일 범정부 공공행정협력단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탈리아에 파견한다. AI 기반 정부혁신 등 선진 공공행정을 각국에 소개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기회를 모색한다. 이런 노력이 무위로 돌아가지 않도록 적절한 투자와 개혁이 이뤄져 디지털행정 서비스의 주역인 IT업계와의 신뢰가 높아지길 바란다.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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