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생으로 반도체 칩 설계와 제작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니 매우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15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마이 칩(My Chip) 토크 콘서트'에서 이승현 중앙대 전기전자공학부 학부생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반도체 설계 전문가와 마이 칩 서비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칩 설계와 제작 경험 등을 공유하면서 반도체 설계역량 강화와 인재양성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마이 칩 서비스는 과기정통부가 작년부터 지원하는 사업으로, 반도체 전공 학부생들이 직접 설계한 반도체 칩을 ETRI, 서울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이 운영하는 500나노 CMOS(상보형 금속 산화막 반도체) 반도체 팹에서 제작하고 패키징까지 해 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칩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실제로 확인하고, 측정·분석해 나만의 칩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현재까지 74개 팀의 신청을 받아 46개 팀의 칩을 제작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연간 6회(1회당 25개팀)에 걸쳐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제작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도체 설계 전문가 강연에서 김혜지 ETRI 초거대AI반도체연구실 선임연구원은 "마이 칩 서비스를 통해 나의 칩을 만든 후, 실제 신호가 뜨는 지를 오실로스코프를 통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뛰는 일"이라며 "이런 경험은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진로를 선택하는 데 있어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반도체 팹 리스 전문기업 리벨리온의 박성현 대표는 "학부생이 칩을 만들어보는 기회는 혁신적인 일이다. 여러분들이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커리어를 쌓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 칩은 반도체 회사뿐 아니라, 테슬라, 스페이스X, 보잉, 투자은행 등도 전용 칩을 만들어 사용할 정도로 앞으로는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나올 수 있도록 다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마이 칩 서비스에 참여한 학생들은 각자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동형 경희대 학생은 "학부생으로 반도체 칩을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는 뜻깊은 경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했다"며 "보다 많은 학생들이 버비스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가 더 확대되고, 빠른 시간 안에 좋은 칩을 만들 수 있도록 공정 전반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면 좋겠다"고 했다.
행사에 이어 학생들은 자신이 설계한 칩이 제작되고 있는 ETRI 반도체 팹 시설을 둘러봤다. 이 팹은 1981년 우리나라 최초로 조성된 반도체 종합실험실로, 6인치 실리콘 반도체 일괄 공정과 4인치 화합물 반도체 일괄 공정,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기술 지원 등을 수행한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마이 칩 서비스 지원 규모를 작년보다 6배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올해는 우리나라가 256메가D램을 개발한 지 30년이 되는 의미있는 해로, 정부는 AI반도체, 첨단 패키징, 차세대 반도체장비, 화합물반도체, 국제협력 등 신규사업을 통해 반도체 경쟁력과 초격차를 더욱 높여 나갈 계획"이라며 "취임 이후 직접 기획한 마이 칩 서비스가 실전 역량을 갖춘 반도체 설계 전문가 양성으로 이어지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5일 대전 ETRI 7동 국제회의실에서 '반도체 설계 전공 학생과 함께하는 마이 칩 토크 콘서트'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 제공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 세번째)이 15일 대전에 위치한 ETRI에서 열린 '마이 칩 토크 콘서트'에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