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1만원짜리 제품을 팔면 물류비로만 690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제조업과 도·소매업체 약 1500곳을 대상으로 작년 4분기 실시한 '최근 기업물류비 실태조사' 결과 2022년도 기업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 비중은 6.9%로 집계됐다고 6일 밝혔다.
규모별로는 매출액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의 물류비 비중이 7.8%로 가장 높았으며, 이는 매출액 3000억원 이상 기업의 물류비(4.4%)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업종별로는 '음식료품'(10.9%)과 '소매업'(10.6%)의 물류비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음식료품은 상품유통 과정에서 포장비가 많이 들고 추가적으로 냉동냉장 시스템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소매업은 주문, 배송, 반품에 상대적으로 많은 인력과 업무량이 필요한 것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전체 물류비 중에서는 온도에 영향을 받는 정온제품을 취급하는 물류비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다. 대한상의가 조사를 시작한 2016년엔 정온제품 물류비 비중이 7.9%였지만 2022년에는 36.3%로 6년새 4.6배 확대됐다. 콜드체인 물류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성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품목 중 콜드체인이 동반되는 음·식료품, 농축수산물, 음식서비스 상품군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17~2023년 기간 연평균 31%씩 증가했으며 이 기간 시장 규모는 13조2000억원에서 67조1000억원으로 5.1배 성장했다.
이상윤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신선식품 외에도 산업재 부문에서 배터리, 반도체, 의약품 등 특정 온도 범위 내에서 제품을 관리해야하는 정온물류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며 "상품을 저장, 수송, 유통하는 공급망 전과정에서 온·습도 이력을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는 콜드체인 기술과 시스템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들이 꼽은 물류비 절감 방안으로는 '체계적인 물류비 산정 관리'가 37.6%로 가장 많은 응답률을 보였다. 이어 '배송빈도·적재율 향상'(31.4%), '재고관리 강화'(30.8%), '물류정보화·표준화·자동화'(24.3%), '수·배송 경로 개선'(20.0%), '물류 아웃소싱'(13.4%) 순으로 조사됐다.
물류비 절감을 위해 필요한 정책 과제로는 '자금 융자 등 지원 확대'가 37.6%로 가장 많았고 '물류 정보화·표준화·자동화 등 운영시스템 개선'(31.4%), '물류 전문기업 육성'(30.8%), '차량 및 기반시설 등 첨단 물류시스템 개발 및 보급'(24.3%)이 뒤를 이었다.
김민석 대한상의 유통물류정책팀장은 "지난 몇 년 간 코로나, 러-우 전쟁, 홍해를 비롯한 중동리스크 등으로 유가와 해상운임이 오르는 등 높은 물류비가 상수화되고 있다"며 "정부는 중소기업 간 물류협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유통기업에 대해서는 유통물류시설의 자동화와 스마트화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