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에 "당 가치 흔들고 권력투쟁 말라"던 초선, 중진 저격
"위기는 의원 111명 책임…金 체제 주저앉히면 혁신이냐"
당권파 초선들 金 비판 중진 비난 정황도…연판장사태 닮아
金 희생안 수용 불분명 "공관위 조만간 구성해 질서있게"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인요한 혁신위원회 좌초로 국민의힘 '김기현 지도부' 사퇴론이 일자 소위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를 지지했던 친윤(親윤석열)계 초선들이 김기현 대표 옹위에 나섰다. 김기현 대표는 사퇴론에 아랑곳않고 조기 공천관리위 출범을 굳힐 태세다.
국민의힘 김기현(왼쪽) 대표와 윤재옥(오른쪽) 원내대표가 1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환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연합뉴스>
비례대표 초선 이용 의원은 당 혁신위 활동이 종료된 11일 페이스북에 <당의 위기는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우리 당이 직면해있는 위기는 엄중한 현실"이라면서도 "그러나 혁신을 볼모로 권력투쟁을 하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의원은 지금 당내 상황을 두고 김기현 대표 책임론을 이야기한다"며 "국민의힘 111명 국회의원 모두의 책임"이라고 반론을 폈다. 또 "현 지도부 체제를 주저앉히는 게 혁신이란 주장은 혁신의 진정성보단 지도부 사퇴 반사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우리 당원 동지들께서 직접 뽑아주신 지도부인데 이런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비대위를 이야기하면 우린 권력투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말 것"이라며 "총선 4개월 앞 당 리더십을 교체하는데 시간을 전부 소진하고 나면 어떻게 국민께 신뢰를 얻을 수 있냐"고 반문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예산을 볼모로 잡고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을 밀어붙이고 있다. 위헌성이 짙은 검사 탄핵을 휘두른다"며 "우리끼리 다투는 건 저들이 더욱 반기는 일일 것이다. 장수를 바꾸는 실수를 저지르면, 내년 총선이란 전쟁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용 의원은 지난달 3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대통령 측근·영남 중진 희생'을 권고한 직후 수용을 시사했지만, 김 대표와 장제원 의원의 반발 이후 혁신위 공세로 돌아섰다. 그는 지난달 17일 혁신위에 "당의 가치를 흔들고 당원들에게 혼동을 주는 권력투쟁" 의혹을 제기했다.
이용 국회의원 페이스북 게시물 갈무리
이날 한 신문은 "국민의힘 친윤계 초선 의원들이 의원 단체 채팅방에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한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자살 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한다' '퇴출 대상자가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영남권 또는 텃밭 지역구 초선들이 주로 거명됐다.
부산 3선 지역을 떠나 서울 종로 출마를 택한 하태경 의원, 부산지역 5선의 친박계 출신 서병수 의원 등이 비난 대상이 됐다고 한다. 지난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대표 출마가 유력했던 나경원 전 의원을 초선 50명이 '추방 대상'으로 규정해 비방한 '연판장 사태'와 닮은 꼴이란 지적이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일부 초선 의원이 자신을 '내부총질한다'고 비난한 데 대해 "영남 출신 의원들은 (전국 표심을) 잘 못 느낀다. 저는 서울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더욱 절박하게 느끼는데 엊그제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영남에서도 TK(대구·경북)만 안전하다"고 했다.
그는 "제가 주말에 부산에 갔다 왔는데 중도뿐만 아니라 보수까지도 이탈하고 있다"며 "영남 자민련이 아니라 TK 자민련이 될 심각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생각해야 한다. 반쪽짜리 정부를 총선 지나고 온전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사실상 정부 완전 붕괴 위기"라고 심각성을 경고했다.
한편 김 대표는 '요지부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으로 혁신안 내용을 특정하진 않고 "일부 현실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 까다로운 내용도 있다"거나 "이미 당 총선기획단이 혁신위가 제안한 혁신 그 이상 도입하기 위해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구성 예정인 공관위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혁신안이) 질서있게 반영·추진되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우리 당 구성원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 목소리에 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정하 당 수석대변인은 '내려놓겠다는 기득권의 의미'를 취재진이 묻자 "혁신위가 요구한 희생과 헌신을 포함한 모든 것이 포함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김 대표가 충분히 말했기 때문에 따로 해석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