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소포 움직임 실시간 관측 '새 현미경' 개발
정체 시 집단이동, 히치하이킹 등 수송전략 구사
세포 내 물질 운송을 담당하는 '소포'가 출퇴근길 도로 정체처럼 비슷한 교통 체증을 겪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포가 이동 정체현상을 겪으면 여러 소포들과 함께 집단으로 이동하거나 다른 소포에 달라붙어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 분광학·동력학 연구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과 홍석철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이동하는 소포의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고해상도 비표지 간섭산란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 모양의 소포는 호르몬이나 효소, 신경 물질 등을 필요한 세포 안에 배달하는 일종의 우편배달부 역할을 한다. 우편물의 오배송처럼 소포가 엉뚱한 곳에 물질을 배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소포 수송의 작용 원리를 규명한 3명의 연구자들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소포의 수송 원리, 소포와 세포 소기관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연구는 형광 현미경을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형광 현미경은 형광 표지된 특정 소포들의 수송 과정만 관찰할 수 있고, 형광 신호가 유지될 수 있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관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소포의 전체적인 수송 현상을 시각화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 현미경을 이용해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 궤적을 장시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추적 영상은 초당 50㎐의 영상 촬영 속도(1초에 50장의 이미지 재생)로 얻었고,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 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했다.
또 소포가 수송 과정에서 국소적으로 '이동 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여러 소포들이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수송 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 방식' 등을 이용해 세포 속 정체 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간섭산란 현미경에 형광 영상기법을 접목해 관찰 정밀도를 높였다.
제1저자인 박진성 연구원은 "세포 속에서도 대도시 사람들이 도로 위에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체증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살아있는 세포를 형광에 의존하지 않고 초고분해능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생명현상을 미시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밝혀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지난 14일자)' 온라인에 실렸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IBS는 세포 속 물질을 운송하는 '소포'가 이동 정체뿐 아니라, 집단 수송과 히치하이킹 수송 등을 통해 정체 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진은 서울의 내부 및 외곽 도로망으로 표현한 세포 속 소포들의 트래픽 현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