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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토초…빛과 전자의 조화가 세상을 빚는 섬광같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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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노벨 물리학상에 아토초로 세상 보는 눈 고안한 과학자들 선정
아토초 단위로 세상 보면 전자와 빛으로 작동하는 세상 읽어낼 수 있어
아토초…빛과 전자의 조화가 세상을 빚는 섬광같은 시간
서로 다른 네 개의 에너지 준위에서 수소 원자를 순간 포착한 이미지. 아토초로 세상을 보면 수소 원자 안 전자의 움직임, DNA 복제, 신경세포의 신호전달 같은 현상을 포착할 수 있다. 이미지=뉴사이언티스트

2023년 노벨 물리학상은 전자의 움직임을 쫓아갈 정도로 파장이 짧은 '찰나의 빛'을 만들어내는 실험방법을 고안해 낸 세명의 과학자가 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을 제시한 피에르 아고스티니(70), 페렌츠 크라우스(61), 안느 륄리에(여·65)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 세계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줬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100경분의 1초 단위, 아토초로 쪼개서 봐야 할 사건이나 자연현상은 무엇이 있을까. 김동언 포항공대 교수가 포항공대신문에 실은 아토초 과학에 대한 글을 중심으로 아토초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한다.

◇광합성도, 빛도 전자의 움직임과 관련돼

빛은 1아토초 동안 0.3나노미터(㎚)의 길이를 진행하는데, 이 정도 길이는 원자의 지름 정도에 해당한다. 원자 안에서 전자가 원자핵 주변을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50∼180아토초 정도다. 원자의 핵분열, 화학반응을 통한 새로운 분자 생성,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 DNA 복제 같은 현상이 아토초 세계에서 일어난다.

아토초 과학은 물질 내부의 양자역학적 현상을 들여다보고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핵심은 전자다.

전자와 빛의 공생 관계는 생명의 기초를 형성한다. 먼저 지구에 생명현상을 가능하게 하는 태양에너지를 공급하는 빛이 전자의 미시적인 움직임으로 발생된다. 전자는 광합성을 통해 빛을 생물학적 에너지로 바꾸기도 한다.

원자 사이에서의 움직임을 통해 전자는 빛을 방출하고, 생명체나 인공장치 내에서 정보를 전달하고 처리한다. 분자를 생성·소멸·변형시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전자는 물리학·화학·생명과학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며, 이는 정보·산업·의학기술에서 전방위로 쓰인다. 전자의 운동과 빛의 진동은 아토초 시간대에 발생한다. 1아토초는 1초의 100만분의 100만분의 100만분의 1로, 상상하기도 힘든 찰나다.

◇레이저로 나노초, 펨토초 레이저로 펨토초 현상을 보게 되다

인류는 나노초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진행되는 현상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다가 1960년 레이저 개발과 더불어 광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빠른 현상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이후 1990년대 펨토초 레이저 기술이 급격히 발전함에 따라 펨토화학 분야가 새로 열렸다. 이 분야에서의 공로로 칼텍의 아메드 하산 즈웨일 교수가 노벨 화학상(1999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해 녹는 현상에 대한 실시간 연구가 되기 전까지는 충분한 에너지가 공급돼 원자간 결합이 깨지면서 녹는 현상이 시작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충분한 에너지가 원자에게 전달되기 전에 원자 결합이 깨지며 녹기 시작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극고속 현상을 직접 관측하면서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현상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아토초 단위 관측 길 열려

아토초과학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그룹은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캐나다 오타와대학의 JAS랩,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등이다.

펨토초보다 더 짧은 아토초 시간대에 일어나는 전자 극고속 현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실시간 관측이 가능해졌다.

수 주기 광파(few cycle light wave)를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자에 가하는 힘을 아토초 시간대에서 조작할 수 있게 되고, 단일 아토초 광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광파 전자학(light wave electronics)이라고 부른다. 이 기술로 인해 원자 수준에서 전자 운동과 빛의 진동을 측정하고 제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로소 인류는 극고속 전자 동역학 현상을 관측하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됐다. 이를 통해 자연을 더 세밀하게 이해하면 한 차원 높은 상태에서 자연을 통제하고 조작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자연 속에만 존재했던 빛과 전자의 공존이 기술로 확장됨을 의미한다.

◇전자의 운동을 추적하면 통제도 할 수 있다

아토초 펄스는 수 펨토초에서 수백 아토초에 이르는 원자나 분자 내 전자의 운동을 직접 추적하고, 나아가서 제어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펨토초 기술이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궤도에 있는 전자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면 아토초 기술을 이용하면 전자의 움직임을 더 깊이 알 수 있다.

미국 에너지성은 2007년에 발표한 21세기 기초과학의 방향에 대한 보고서에서 5대 도전과제 중 하나로 극고속 현상 연구를 지목했다. 다가오는 21세기를 'The Control Age(조작의 시대)'로 규정하고, 아토초 시간대에서 나노미터 공간 해상도로 물질 내의 전자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고 짚었다.

김동언 교수는 "아토초 과학으로 인해 측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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