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만 무성했던 애플의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SE'가 정식 공개되면서 세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제조사도 중저가 신제품을 선보이고 프리미엄폰의 주요 기능을 보급형에 탑재하며 '맞불' 대응에 나서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미디어 행사를 갖고 4인치 보급형 제품인 '아이폰SE'를 선보였다. 아이폰SE는 이달 31일부터 세계 시장에 출시된다. 1차 출시국에 포함되지 않은 한국에는 5월말 경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은 16GB 399달러(약46만원), 64GB 499달러(약 57만원)이다.
아이폰SE는 '아이폰5S'의 디자인에, '아이폰6S'의 성능과 유사한 스마트폰이다. 아이폰6S와 같은 A9칩셋이 탑재됐고 후면1200만화소, 전면500만화소 카메라가 담겼다. 지문인식, 애플페이를 지원하며 4K비디오 촬영과 짧은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라이브 포토' 기능 등이 담겼다.
애플이 지난 2013년 9월 '아이폰5C'를 선보인 이후 약 2년 6개월만에 보급형 제품을 선보이면서 국내 제조사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삼성, LG, 중국 제조사의 싸움이었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애플까지 뛰어들어 프리미엄폰 시장 이상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조사는 발빠르게 신제품을 발표하고 맞불 대응에 나선 상태다. LG전자는 이날 30만원대 보급형 스마트폰 'X스크린', 'X캠' 2종을 발표했다. X스크린은 23일부터 당장 시장 판매에 들어가며 X캠은 4월 중 시장에 출시된다.
LG는 프리미엄폰의 기능을 보급형에 그대로 옮기는 대신, 프리미엄폰의 주요 기능을 떼어내 각 제품마다 나눠담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택했다. 'X스크린'은 24시간 시간, 날짜 등을 표시해주는 V10의 '세컨드 스크린'을, 'X캠'은 G5의 '듀얼카메라'를 각각 담았다. X스크린의 가격은 31만9000원이다. X캠은 가격이 결정되지 않았으나 40~50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해 말과 올해 초 30~50만원대 '갤럭시J' '갤럭시A'시리즈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중저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갤럭시A의 경우 삼성전자의 최신 프리미엄폰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던 모바일결제 서비스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등 보급형에 프리미엄급의 성능을 담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프리미엄폰의 '절대강자'인 애플이지만 국내 중저가 시장에서는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내 제조사가 총력을 펼치고 있는데다, 국내 중저가와 프리미엄폰의 중간 수준으로 가격이 책정돼 갤럭시S7, G5 등 프리미엄폰과의 경쟁 부담까지 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제조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큰 화면을 선호하는 국내 사용자의 취향을 고려한다면 4인치 아이폰의 성공을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세정기자 sjpar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