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2015년 양의 해, 전국 양 지명과 유래

입력: 2015-01-13 19:17 허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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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뿔 닮은 '양각산' 섬이 늙은양 모습 '노양도' 염소 방목한 섬 '양도' 등
전국 양 관련 지명 40개 불과
마을 명칭 23개 최다· 섬 7개· 산 6개뿐
주변서 쉽게 볼수없는 동물…지명 적어

을미년(乙未年), 양의 해가 시작됐습니다.

해동지도에 그려져 있는 내장산 일대 모습. 내장산은 양의 창자처럼 계속과 산세가 구불구불 이어져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다.

십이지를 상징하는 동물 가운데 여덟 번째인 양은 성격이 온화해 무리 지어 살면서도 서로 다투지 않아 우리 조상들은 양을 순하고 어질고 착하며 참을성 있는 동물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조상들은 양과 염소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양의 해라고 대관령목장에서 만날 수 있는 털이 무성한 양으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이들 양은 해외에서 들여온 종이기 때문에 옛날에는 볼 수 없었고, 우리나라 양은 염소와 생김새가 비슷한 산양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양의 해를 맞아 우리 국토의 지명에 남아있는 양과 그 유래를 살펴봤습니다.

◇양은 산양이나 염소 지칭=농경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유럽이나 중앙아시아처럼 초원에서 양을 풀어놓고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나 말처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동물에 비해 관련 지명이 적은 것이 특징입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150만여 개 지명 가운데 양과 관련된 지명은 40개 정도밖에 없습니다. 지명의 종류별로는 마을 명칭이 23개로 가장 많고 섬 7개, 산 6개 정도입니다. 이들 명칭이 주로 남부 지방과 섬에 있는 것을 보면 양을 고립된 지역에 풀어 놓고 키운 것으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있는 양각산, 양의 뾰족한 뿔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양을 사용한 주요 지명으로는 경기 이천 신둔면과 마장면에 걸쳐 있는 양각산(羊角山)이 대표적입니다. 양각산은 뾰족하게 솟아오른 양의 독특한 뿔 모습과 관련된 지명으로, 산 모습이 양의 뿔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양각산을 보면 둥그런 뿔을 갖고 있는 털이 많은 외래종보다 산양이나 염소처럼 우뚝 솟은 뿔을 가지고 있는 동물을 보고 지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양각산 봉우리에는 조선시대 영조 때 평안도 관찰사였던 이사성이 젊은 시절에 무술을 연마하던 치마대라는 바위가 있습니다. 또 정상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학암 저수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와 관련된 다양한 설화가 전해지고 있어 마을 주민들은 이 산을 영묘한 곳으로 여기고 오래 전부터 산신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양 생김새와 비슷한 양도·노양도=가을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전북 정읍의 내장산(內藏山)도 양과 관련이 있는 지명 중 한 곳입니다. 내장산의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과 산세가 마치 양의 창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과 단풍이 양의 내장 속에 숨어 들어간 것 같다 해서 붙여진 내장산은 호남의 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경관이 매우 뛰어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내장산은 신선봉을 주봉으로 까치봉, 망해봉, 장군봉, 서래봉 등 9개의 고봉들이 말발굽형 능선을 그리며 둘러싸고 있습니다. 내장산은 또 산 안에 숨겨진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백양사 약사암에 있는 벽화. 흰 양이 스님의 설법을 듣고 사람이 됐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전북 장성에 있는 백암산 백양사(白羊寺)도 양과 관련된 곳입니다. 백제 무왕 때 창건된 백양사는 흰 양과 관련된 유래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선조 때 고승이 불경을 읽으며 기도를 하고 있는데 흰 양이 경을 읽는 소리를 듣고 암자로 찾아와 무릎을 꿇고 귀를 기울여 듣고 돌아가곤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독경소리에 깨달음을 얻어 사람의 몸으로 환생한다고 하며 절을 하고 물러났다고 합니다. 이 흰 양이 하늘에서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듣고 깨우침을 얻었다고 해서 '백양사'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이 설화와 관련해 백양사 약사암에 흔적과 함께 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