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단계적 휴전, 트럼프 위반말라 경고
정권 붕괴 위기 몰린 이란, 사실상 백기투항
이스라엘도 요격 미사일 소진되며 위기감
종전은 이란핵에 대한 완전한 합의 있어야
피해 확대, 군자산 소진...불씨 안고 봉합된 '12일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이 24일(이하 현지시간) 전격 휴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하기로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양국 휴전안에 동의했다"고 공식 확인했다. 앞서 이란 국영방송도 휴전이 발효됐다는 방송을 했다.
이로써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기습으로 시작된 이번 공습전은 '12일 전쟁'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외양만 봐선 이란 핵시설을 직접 타격하고 휴전까지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다.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다운 한편의 퍼포먼스였다. 역설적이게도 막판 갈등의 조정자로서 평화 이미지도 부각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을 끌어들여 이란의 핵시설을 상당 정도 무력화하는 한편,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반면 40년 가까이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지리멸렬한 대응 끝에 사실상 백기투항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최대 정치적 위기에 몰리게 됐다.
◇이란 백기 투항
휴전은 당분간 준수될 것으로 보인다. 휴전이 24시간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데 따라 양측 공격이 일부 계속되고 이란이 휴전을 위반했다며 이스라엘이 반격하겠다고 했지만 휴전은 지켜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또한 평화를 이끌어낸 '중재자'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양측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내상(內傷)이 커 더는 전쟁을 계속하기 버겁다. 휴전의 기미는 이란이 23일 미군기지에 대한 보복공격 계획을 미리 미국 측에 알려줌으로써 이란이 사태의 악화를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공격 계획을 사전에 통보해줘 인명피해가 나지 않도록 해준 데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란의 보복 공격은 서로 체면과 피해를 맞바꾼 '약속대련'이었던 셈이다. 카타르는 이번 휴전 합의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요격미사일도 소진 상태
전격 휴전에 이른 데는 이미 양측이 공습전을 벌이면서 군자산을 상당히 소진했고 피해를 더 키우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과 이란 내 사보타지 공격으로 군 지휘부 수십 명이 사망했다. 미사일 기지도 절반(이스라엘 주장) 가까이 파괴됐다. 게다가 테헤란 방송국 등 이스라엘의 공격이 민간인 지역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위대하게 만들지 못하는 정권을 왜 교체하지 못하겠는가"라며 정권교체까지 언급한 가운데, 그간 신정체제의 누적 피로감에다 공습에 일방적으로 당한 무기력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부각되면서 국내 소요를 부추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이란 만큼 인명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최대 도시 텔아비브 중심지에 미사일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도심 기능이 일부 불능에 빠지고 시민들은 불안과 공포 속에 떨어야 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방공망 요격미사일의 재고가 바닥나고 있었다. 결국 이스라엘과 이란 모두 휴전하고 싶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란핵'은 파괴됐을까
미국의 폭격 이후 이란은 피해 규모에 대해 침묵을 지키면서도 핵 자산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 피해국이 피해를 축소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객관적 정황이 이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CNN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벙커버스터 폭격이 정확하고 효과적이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위성사진 전문가 평가에 따르면 결정타라기보다는 중대한 차질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지상 구조물과 환기 터널은 파괴 흔적이 보였지만, 주요 시설이 지하 80m 이상 깊이에 위치해 있어 벙커버스터로도 파괴할 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들은 독립적인 조사 없이는 정확한 피해 평가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이 포르도의 농축우라늄과 원심분리기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놨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폭격 이틀 전인 19일 포르도 핵시설 주변에 대형트럭 16대가 포착됐고 하루 뒤엔 터널 입구에 새로 흙더미가 발견된 것을 근거로 든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이란의 핵물질 완전한 제거에는 반신반의 중이다. 다만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수년간 지연되었다는 점은 성과로 평가한다. 그 시간이 2년에서 5년 사이로 추정된다.
결국 이란이 민수용이든 핵무기용이든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영구적 종전은 이 문제에 대한 3국간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휴전은 일시적 봉합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