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 브랜드 유지하며 재건
5년간 직원 고용 보장 조건
판매자들 반발… "납득 못해"
5년간 직원 고용 보장 조건
판매자들 반발… "납득 못해"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인수가 최종 확정됐다.
서울회생법원은 23일 티몬에 대한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당초 회생계획안은 일부 회생채권자 조에서 법정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으나, 법원이 강제인가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오아시스의 인수가 확정됐다.
법원은 강제 인가를 결정하면서 "청산가치 보장, 회생채권자의 절반 이상 동의(59.47%), 계획안 이행 가능성, 고용 유지 효과 등을 근거로 "모든 이해관계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티몬은 앞서 지난 20일 열린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상거래채권자 조(중소상공인 및 소비자)로부터 법정 동의를 얻지 못해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다. 회생안이 가결되려면 채권 규모 기준으로 회생채권의 3분의 2, 회생담보권 4분의 3 이상을 가진 이해관계자가 동의해야 한다.
티몬이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전체 채권액 약 1조2000억원의 0.76%인 약 102억원을 변제하는 데 불과했던 것이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관리인 측은 채무자회생법 제244조에 따라 권리보호조항을 제시하며 법원에 강제인가를 요청했다.
이로써 지난해 7월 대규모 정산금 지급 지연 사태를 빚었던 이커머스 업체 티몬은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의 품에 안기게 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9월 10일 티몬에 대한 회생 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10월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 및 매각주간사로 한영회계법인을, 올해 3월 공고 전 인수예정자로 오아시스를 선정하도록 허가했다. 인수대금 116억원에 추가 운영자금 65억원 등 181억원을 투입하고 티몬 직원의 고용을 5년간 보장하는 조건이다.
오아시스마켓은 이커머스 1세대로 업력이 깊은 티몬을 다시 살려내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산자에 대한 판로를 확대하고, 동시에 소비자의 후생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 확정에 대해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동의하지 않은 채권단 분들도 계시기에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며 "인수가 확정된 이상 앞으로 티몬의 정상화를 위해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아시스마켓은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확정 후 익일 정산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기존에 피해를 입은 셀러들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임직원 급여와 회사 운영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투입하고 직원 고용안정과 회사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오아시스마켓은 물리적 결합이 아닌 티몬의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며 재건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티몬의 강점이었던 기존 오픈마켓 비즈니스를 다시 활성화하는 한편, 티몬만의 특색 있는 상품을 중심으로 최근 이커머스 시장의 핵심인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탑재할 예정이다.
오아시스마켓 관계자는 "현재 이커머스 시장은 일부 대형 플랫폼으로 집중되며 소비자들의 서비스 선택지·셀러들의 유통망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새로운 대안이 계속 등장해야 건전한 시장 문화가 정착될 수 있고, 티몬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아시스마켓 티몬의 정확한 리오프닝 시점과 구체적인 운영 계획은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티몬 미정산 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판매자들은 법원의 이번 강제 인가 결정을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믿을 수 있는 회사가 티메프를 운영해 피해가 회복되길 기대해 왔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대위 (티메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피해자들이 동의하지 않았는데 강제 인가한 상황"이라며 "사태 발생 후 1년이 다 돼가는데도 어떠한 피해구제도 받지 못하고 기존 경영진의 진심어린 사과조차 받은적 없는 피해자들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은 1%도 안 되는 변제율인데, 이는 피해금액의 일주일치 대출이자만도 못한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회생 결정으로 당장 2차, 3차 연쇄 도산 등의 이슈가 발생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정부의 각 부처는 피해자들과 소통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 경제에 추가적인 도산이나 파산이 이뤄지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이러한 구조를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 재발방지·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을 신설해 즉시 사회적 약자인 중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커머스 업계에선 오아시스마켓의 티몬 재활성화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은 채권자(셀러) 문제가 아직 미결인 상황에서 티몬을 인수를 하는 것"이라며 "그런 만큼, 미정산 사태 이전의 티몬 수준으로 플랫폼을 활성화시키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좋은 셀러 유입을 위한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며, 특히 셀러와 고객 모두로부터 다시 신뢰를 얻는 게 급선무"라고 덧붙였다.
티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로 인한 피해자(구매자, 판매자)는 50만명, 피해 금액은 1조5000억원을 상회한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