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이상 장기연체자 채권 매입
재정 등 투입 '배드뱅크' 설립
'새출발기금' 원금감면 대상 확대
도덕적 해이·성실상환 역차별
"파산 수준 연체자만 선별해야"
재정 등 투입 '배드뱅크' 설립
'새출발기금' 원금감면 대상 확대
도덕적 해이·성실상환 역차별
"파산 수준 연체자만 선별해야"
![[기획] 소상공인 143만명 지원… 5000만원 이하 `빚 탕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902109963084006[1].jpg "[기획] 소상공인 143만명 지원… 5000만원 이하 `빚 탕감`")
정부가 2차 추가 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장기 연체자 143만명을 위한 '채무조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장기 연체자 113만여명을 대상으로 연체채권 80~100%를 탕감해 준다. 기존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의 원금 감면을 90%로 확대하며 대상 기간도 올해 상반기까지로 늘린다.
19일 국정기획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국무회의에서 2차 추경을 확정하며,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안'과 '새출발기금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 소상공인 143만명 지원… 5000만원 이하 `빚 탕감`](http://contents.dt.co.kr/images/202506/2025061902109963084006[2].jpg "[기획] 소상공인 143만명 지원… 5000만원 이하 `빚 탕감`")
우선 취약차주의 재기 지원을 위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총 소요재원(약 8000억원) 중 4000억원은 정부 재정으로, 나머지는 은행 등 금융회사의 출연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배드뱅크(채무조정 기구)를 세워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5000만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개인사업자 포함)을 원금의 약 5%로 매입해 채무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총 매입채권 규모는 16조4000억원이며 총 수혜 인원은 113만4000명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이 연체기간과 기준금액별 대상채권을 파악 중으로 변동 가능성도 있다. 향후 국회 예산 심사 후 3~4분기 중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재원 조달 방식을 담은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최종 대상 선정 작업과 채권 소각 등은 1년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조정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출자한 배드뱅크를 통해 대상채권을 일괄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금융회사가 협약을 통해 대상채권을 배드뱅크에 일괄 매각하면 해당 채권의 추심은 즉시 중단된다. 관계부처 행정 데이터를 통해 소득·재산 심사 이후 소각 또는 채무조정한다.
대상자 중 개인 파산에 준하는 상환능력 상실자라면 전부 소각한다. 중위소득 60% 이하의 회생·파산 인정 재산 외 처분가능재산이 없는 경우 포함한다. 기존 채무와 비교해 상환능력이 현저히 부족할 경우에는 기존 신용회복위원회 '개인워크아웃'보다 강화된 방식으로 조정한다. 원금 최대 감면액을 기존 70%에서 최대 80%로, 분할상환은 8년에서 10년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송병관 금융위 서민금융과장은 "상환능력을 상실할 경우 채무 소각을 통해 재기 기회를 제공하고, 상환능력이 부족하다면 채무조정을 통해 부채 부담을 덜어줄 것"이라며 "채무조정 외 서민들의 자활 지원을 위해 채무자 신용상태 컨설팅과 취업·창업 지원 등 종합재기 지원 방안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존 새출발기금은 부실채권을 직접 인수해 원금을 감면하는 '매입형 채무조정'과 원금 감면 없이 금리·상환 기간을 조정하는 '중개형 채무조정'으로 운영한다. 이 중 90%의 원금 감면율은 총 채무 1억원 이하·중위소득 60% 이하의 저소득 연체 차주까지 확대한다. 기존 사회취약층(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장애인 등)만 적용했다. 새출발기금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은 2020년 4월 코로나19 당시부터 올 6월까지 사업을 한 경우로 확대했다. 저소득 소상공인 10만1000명(채무 6조2000억원)이 수혜 대상일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 연체 소상공인의 약 40% 수준이다. 추경에 반영된 예산은 7000억원이다.
정책자금을 성실하게 상환하는 취약 소상공인 19만명을 위한 지원도 있다. 정부는 '성실 회복' 프로그램을 도입해 1%포인트(p)의 이자 지원이나 우대금리 혜택을 준다. 이 밖에 불법사금융 피해자에게 채무자 대리인 선임 지원을 확대하며 개인회생·파산 관련 무료 소송 대리 등 개인회생 지원센터 2곳도 추가한다.
이번 채무조정을 통해 내수 진작에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이나 성실 상환자와의 형평성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새출발기금의 제도 개선을 통해 업종 제한도 따로 두지 않았다. 지원 대상에 부동산 임대업이나 법무·회계·세무 업종 등 전문직, 도박·사행성 오락기구 제조업 등을 제외했던 것과 달리 대폭 확대된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도한 채무 부담을 안고 있는 이들을 위해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광범위하게 채무를 경감하면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과 미래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하며 실질적인 회복을 돕는 스마트한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일부러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도덕적 해이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봤다. 채무불이행에 따른 추심이나 압류 등 고통을 감안하면 고의 연체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예상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원리금을 착실히 갚은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성실 상환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과 관련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누구나 장기 연체자가 될 수 있고, 사회 통합과 약자에 대한 재기 기회 제공 차원에서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연체자만을 엄격히 선별해 빚 탕감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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