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대통령 부부는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개막 첫날 '평산책방' 주인으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전직 또는 현직 대통령의 도서전 방문은 박근혜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문 전 대통령이 책발지기로 지난 2023년 4월부터 경남 양산 인근에서 운영하는 평산책방은 이번 서울국제도서전에 처음으로 참가해 부스를 마련했다.
평산책방은 이날 오전부터 많은 이들이 찾는 '인기 부스'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안전을 위한 통제선이 설치되자, '문 전 대통령이 방문할 것'이란 기대 속에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렸다.
수백 명의 관람객이 지키는 가운데 오후 2시 40분쯤 문 전 대통령 부부가 등장하면서 관람객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 때 한 관람객이 "평산에 내려갔을 때 보면 너무 시끄러워서, 정말이지"라며 사저 시위에서의 소음 문제를 거론했다. MBC가 19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김 여사는 이 관람객에게 "지금도 그래요"라고 답했다.
뒤 이어 관람객이 "지금도 그래요? 작년에도 그러더라고요. 아니 도대체 쟤네들은 왜 그러는 거예요?"라고 소리치자, 김 여사는 두 손을 흔들며 "몰라요. 소리치고 싶어요"라고 맞받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평산책방 부스에서 사인회를 하고 있던 백창화 작가와 인사하고 짧은 대화를 나눈 뒤, 비치돼 있던 백 작가의 책 '숲속책방 천일야화'를 번쩍 들어 관람객에게 홍보하기도 했다.
부스 안으로 들어선 뒤에는 정장 윗옷을 벗고 소매 걷은 와이셔츠 차림으로 앞치마를 둘렀다. 김 여사 또한 함께 앞치마 차림으로 부스를 둘러보고 몰려든 관람객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문 전 대통령은 20여분 뒤 부스를 빠져나가면서 관람객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인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퇴임한 무렵인 지난 2022년 5월 경남 양산의 평산마을 사저 인근에선 문 전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보수 단체와 유튜버들의 집회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이들의 시위를 비판하는 측에선 소음과 욕설이 섞인 시위 내용과 방식을 문제 삼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대통령 사저 인근의 집회를 금지하는 안을 포함해 모두 4건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장기간의 소음에 평산마을 주민들이 불면증 등을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받는 피해도 발생했다. 이후 300미터 밖으로 범위가 확대되면서, 인근 마을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올해 초에는 문 전 대통령 사저 앞 도로에서 문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섞어가며 비난한 50대 유튜버가 벌금 400만 원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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