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격화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글로벌 해운업계가 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전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핵심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리스크가 확대되며 해상물류 시장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군 사령관 출신인 에스마일 코사리 이란 안보위원회 위원은 최근 이란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과 충돌 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LNG 수송량의 약 3분의 1, 원유의 6분의 1이 지나가는 전략적 해상 경로다. 우리나라도 원유의 약 70%, LNG의 3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 시 국내 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컨테이너선 1척을 운항하고 있으며 또 다른 1척도 해협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HMM은 해협의 안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봉쇄 등 긴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내부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 할 경우 해당 해역을 통과하던 선박들은 우회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는 항해 거리 증가로 인한 연료비와 인건비 급등, 스케줄 차질, 운송 기간 연장 등을 초래하며 해상보험료 또한 전방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일부 선박이 운항을 일시 중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해운사들의 운송 처리 능력 저하 역시 우려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적 갈등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해운 운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2023년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면서 수에즈 운하 항로가 차단되고, 글로벌 해운사들은 우회 항로를 선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2023년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연평균 2506.27을 기록하며 전년(1005.79) 대비 149% 상승하는 등 운임 급등 현상이 나타났다.
HMM 역시 우회 운항 시 비용 증가라는 부담을 안게 되지만 해협 봉쇄가 전 세계 선복량 감소로 이어질 경우 해운운임이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본격화될 경우, 운임이 상승하고 일부 해운사들은 단기적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혼란을 넘어 글로벌 해운시장의 구조적 가격 불안정성을 심화시킬 수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 할 경우 물류 지연과 공급망 붕괴 위험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이유다.
한편 SCFI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마찰 완화 기류 속에 다소 조정을 보이는 중이다. 지난 13일 기준 SCFI는 전주 대비 152.11포인트 하락한 2088.24로 집계됐다. 양호연기자 hy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