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속 원가상승 떠안아야
공급 차질·물류비 인상 부담까지
공급 차질·물류비 인상 부담까지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로 국제 유가가 출렁이면서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 우려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때 톤당 600달러 아래로 떨어졌던 나프타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면서 제품 가격은 제자리지만 원가만 치솟는 '역마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정보에 따르면 나프타 가격은 지난 12일 기준 톤당 593달러로 전일 대비 6.27% 올랐다. 나프타는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기초소재의 주원료로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생산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통상 나프타 가격이 톤당 600달러를 넘기면 석유화학 제품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는 구조다.
문제는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나프타의 가격 상승 흐름에 불을 지피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기준 나프타 가격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톤당 600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나프타 가격 상승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측의 휴전 요구를 공식적으로 거부한 데다 이란도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사흘 만에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며 맞대응 의지를 보인 상황이다.
양국의 무력 충돌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경우 지난 12일 배럴당 68.04달러에서 지난 13일 72.98달러, 이날 오전 9시 10분 기준 74.09달러에 거래 중이다.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글로벌 수요 둔화와 제품 가격 하락, 경쟁 심화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565억원)과 롯데케미칼(-1266억원),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912억원)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일제히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나프타 가격까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하반기 실적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수요가 부진한 시장 환경에서는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판매가격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다. 결국 원가 상승분은 고스란히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이 불안해지면 원료 조달 비용이 상승하거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중동산 나프타와 원유 비중이 높은데 글로벌 물류비 상승이라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랍에미리트(UAE)는 최근 홍해를 회피할 목적으로 육상 운송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를 거쳐 이스라엘, 요르단, 이집트, 시리아에서의 수출을 선호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UAE와 요르단 육상운송료는 톤당 150달러로 2배 급증했다. 향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스라엘 폭격은 해당 루트의 운송비 상승과 수출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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